순간 울컥 - 화가 이장미의 드로잉일기
이장미 글.그림 / 그여자가웃는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아들 병간호하며 틈틈이 읽었던 몇권의 책 중 하나인 '화가 이장미의 드로잉일기 [순간 울컥]'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3회의 개인전과 몇권의 책에 일러스트 작업을 한 그녀.

2004년 11월부터 지금까지 햇수로 벌써 10년 가까이 블로그에 드로잉 일기를 올리고 있는데 (http://blog.naver.com/rose408037)

그 중 일부를 엮어 한권의 책으로 만든거라고 하네요 ~

(개인적으로 사진이 선명해서 그런지 책보다는 블로그로 보는 일기가 더 잼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ㅎ )

 

솔직히 책의 내용은 굉장히 평범한 편이예요 ~

그림일기인데다 글밥도 적어서 쫘르륵 훑어보는데 1시간도 안걸릴껄요 ~

하지만 평범한 일상의 고마움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또다르게 보일 듯 !!!

 

제가 그랬거든요 ~

아들이 건강할땐 그냥 그랬던 책이 아들이 아파 10일 가까이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다시 한번 살펴볼때는

왜 이렇게 평범하고 소탈한 일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빛나 보이던지요 ㅠㅠ

삶 속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사실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이었는지, 잃어본 사람은 알 거예요.

부모님의 존재, 자식의 존재, 건강한 몸 등등

하나가 망가지고 틀어지면 모든걸 잃을 수 있는 상황들.

사소하고 당연하지만 사실은 없어서는 안되는 것들, 없이는 살 수 없는것들이 전부란걸 배웠답니다.

사람의 맘이 참 간사하단걸 이번에 다시 한번 깨달았네요 ;;;

여튼 이 책을 보는 내내 하루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맘밖에 안들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 속에 엄마와 아빠, 언니와 동생, 남동생과 조카들.

닮은듯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제 가족을 떠올리게 하더라구요 ~

아플땐 진짜 가족만큼 보고싶고 의지되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아요 !!

 

 

 

230여 페이지 중에서 유난히도 저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내용 몇가지를 소개해드릴께요 !!

 

 

 

 

 

 

책임감. <P.50~51>

 

몇달전부터 초상화 그리기를 배우고 있는 큰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자신에게는 이미 무뎌질대로 무뎌진 그리는 즐거움과 설렘을 언니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었다는 작가가 언니를 보며 어떤 생각들을 했을지 고스란히 느껴지더라구요 ~

남이었다면 열심히해봐 ~ 하고 말았을텐데 가족이기에 본인이 겪었을, 앞으로 언니가 겪을 창작의 고통데 해서 걱정하면서도 위로하는 듯한 멘트가 와닿더라구요 ~

 

언젠가 언니도 알게 될 것이다.

그림의 또 다른 모습은 두려움과 고통이라는 것을.

 

실력은 불규칙한 계단과 같으니

평지를 오래 걸을 때에도 지치지 말고

계속 걸어가 보길 . . .

 


 

 

영업 종료 <P.90~91>

 

낮 12기다 되면 문을 닫는 나팔꽃 !

 

짧지만 강렬하고, 강렬하지만 낭만적인 한 줄의 멘트 

이유없이 맘에 들어요 ^^

 

 

 
 
반응 <P.94~95>

 

작가의 두번째 조카 정기 !! 매우 까다롭지만 섬세하고 특히 감동을 잘한다는 그.
인도 음식점에 델꼬 갔더니 초흥분 상태라며 먹기도 전에 다음에 다시 데려와 달라고 졸라대여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는 그.
 
반응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조카의 이야기는 제 여동생을 떠올리게 하더라구요 +_+
밉지만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여동생은 커뮤니케이션의 달인이거든요 ~
저의 가려운곳을 살살 긁어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귀신같이 챙겨가는 여우 !!
 
항상 대화의 끝은 느낌표나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랍니다.
그래야 주거니 받거니 핑퐁같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심심할 틈이 없거든요. 
물음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방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고 알아가고 싶다는 표현 아닐까요 ?
말 수 없는 남편과 살다보니 동생과의 핑퐁같은 수다는 저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랍니다 ~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이웃님들과도 이렇게 지내고 싶어요 ㅎ
 

 
 
부처 <P.102~103>
 
이마의 가운데 부분이 긁혀서 생긴 상처가 불상의 백호 같아서 장난스럽게 부르게 된건데 자꾸 부처님 이라고 하니
자꾸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있다는 여동생 정희의 이야기.
 
울 아들이 그렇거든요. 손으로 긁어 생긴 상처가 몇개월이 지나도 낫질 않고 있어요 ㅠ
졸릴때마다 비벼대는 통에 딱지가 앉았다가도 떨어지고 나을만하면 또 떨어져 피가 철철 ㅠㅠ
울아들도 저에게 자비좀 베풀어 줬으면 좋겠네요 ;;;; 
 
 

 

 

상상해봐 <P.110~111>

 

손짓 몇개로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 ~

그 중에서도 저는 40대 남자의 대머리 부분에서 빵 ~ 터졌답니다 ㅋㅋㅋ
 
재미없는 코미디 프로보다 백배 재밌네요 ㅋ
(자매품 이야기로는 142 페이지의 큰언니를 찾아라, 143페이지의 황기를 찾아라가 있어요)

 .
.
.


 

 

이런걸 노출 제본이라고 하죠 ?

솔직히 이런 책은 첨인지라 나에게 불량책이 온건가 ? 의심이 될 정도였어요 ㅎ

 
아날로그적 감성이라고 해야하나 ? 작가의 자유분방함이 그대로 나타난 것 같아 반갑더라구요 ~

 

 

 

 

노출제본이라 책 펼침이 자유로워 좋아요 ~

 

그림일기답에 글보다는 그림에 먼저 시선이 가는데

털털한 사람들은 손목으로 쓰윽 펼쳐가며 읽기도 하지만, 그런걸 싫어하는 예민한 분들은 구김이 갈까 두려워 조심조심 페이지를 넘길수밖에 없거든요.

<순간 울컥>은 그런 부담감없이 한장한장 정면으로 마주 대할 수 있어 편하고 좋더라구요 ~

 
 
시작 <P174~175>
 
 
반성은 하되 후회는 말아야지.
그리고
준비하면서 기다릴 거야.
 
새로 시작 !
 
 
연말과 연초를 지나면서 제일 와닿았던 멘트.
읽고 또 읽고, 카카오톡 메인 사진으로도 걸어놓기도 했었는데 말이죠 ㅎ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구요. 우리 ~
 
 
 
 

책 내용은 아니지만 책을 계기로 작가의 블로그를 매일같이 기웃거리고 있는데 너무 맘에 드는 내용이라 퍼왔어요 !!
1+1=2도 아닌 1+1=799라니 대단하지 않나요 ?
저의 2014년도 이렇게 무수한 씨앗을 수확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함께 노력해봐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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