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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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없는 산책, 목적 없는 책읽기, 그리고 그림을 그린다는 그 자체만이 유일한 목적이 되는 그림 그리는 일.

오로지 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만나는 사람. 그런 것들로 세상이 반짝인다. <P.182>

 

인생의 전반부는 삶을 치장하려고 버둥거리며 보냈다.

이제 껍질을 벗고 맨얼굴로 자연스러어지는 법을 배우고 싶다.

 

 

11월. 이맘때가되면 한장 남은 달력을 보며 맘이 뒤숭숭해지기 쉽잖아요. 지나온 시간들을 후회와 반성의 시간들로 채워가게 되는데 ~

올핸 15개월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어 감수성이 메말라버린 듯 아무 생각이 없더라구요 ;;;

이런 저를 촉촉하게 적셔준 책이 있었으니 바로 황경신의 '밤 열한 시'

[생각이 나서] 그 후 삼년 동안의 이야기라고 적혀 있는데 진짜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나 싶어 ? 깜짝 놀랐지 뭐예요 ~

하루하루 우리 아이 크는 것만 생각했지 시간의 흐름은 당췌 안드로메다로 ;;

 

이 분 글은 언제 읽어도 감수성이 넘치는 것 같아요 +_+

언제까지나 소녀로 머물러 있을 것만 같은~ 생활에 찌들지 않은 사람만이 적을 수 있는 글들 이랄까요 ??

나같은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쓰지 못할 그런 포스가 좔좔 ~ 느껴지더라구요.

계절의 변화는 있으나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기쁨도 고마움도 망각한 채 힘들고 피곤하다는 것만 투정하며 살짝 지쳐가려던 찰나에 [밤 열한 시]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답니다.

어떤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보석같은 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참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

 

 

 

 

 

너무 빨리 오거나 너무 늦게 온다. 너무 일찍 사라지거나 너무 오래 남는다.

제시간에 제자리를 지킨 것들도 있었을 텐데, 너무 늦게 깨닫는다. <P.31>

  

 

꿀 수 없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 견딜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

변하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 것. 가을이 가르쳐주는 것. <P.66>

 

 

 

 

삶이 삐걱거리는 건, 그 잔뼈들이 조금씩 어긋나는 건, 아마도 다시 맞춰지기 위해. <P.117>
  

 

 

확대재생산, 말고 축소재생산, 하는 것이 나의 인생, 이면 좋겠다. <P.181>  

 

 

 

 

모든 것이 다 그렇고 그런 날, 이를테면 가벼운 슬럼프에 빠진 것 같은데 딱히 헤어날 의지도 없는 날. 누군가와 좀 멀어진 것 같은데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날,

사람이라거나 삶 같은 것이 나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날, 문득 이 말이 귀에 울렸다.

"뒤를 봐"

얼룩진 눈과 마음을 닦고 뒤를 돌아보니 누군가 슬픈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 화를 내며 나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 다정하게 손을 내밀며 나를 보고 있었다.

보이지 않았던, 볼 수 없었던, 보지 않으려 했던 것들이 한 걸음 뒤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두고 온 것들, 가지지 않으려 했던 것들, 어쩔 수 없이 잃어버린 것들을 왜 돌아보나,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돌아보지 않는다면, 지금 내가 얻은 것들과 언젠가 잃어버린 것들의 의미를 영영 알 수 없으리라.

알 수 없어도 어쩌지 못하는 것이 삶이나 그 '어쩌지 못함'을 알지 못한다면, 삶을 지속시킬 마음이 사라질 수도 있다.

원하지 않아도 멀어지는 것이 사랑이지만 그 '멀어짐'에 대해 눈물을 바칠 수 없다면,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걷기에 좋은 계절이다.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기 좋은 계절이다. <P.47>

 

 

이렇게 요즘의 제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글도 만났지요. 반가웠고 공감했으며 위안을 받았고 내심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걷기에 좋은 계절. 건강을 위해 걷고, 웃기 위해 걷고, 잊기 위해 걷고~

걷고 또 걸으니 잡생각이 사라지더라구요. 걷다 보니 보이고, 보이는 것은 죄 예뻐보이고 ㅎㅎ

이렇게 감수성 가득한 사진을 찍기도 했으니 ~ 분명 지금 이 계절은 걷기도 생각하기도 참 좋은 것 같아요 +_+

 

당신의 글을 읽을 수 있어 좋았던 11월의 시작.

나에게도 참 좋은 시간입니다. 밤 열한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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