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희대의 스캔들 메이커 프랑수아즈 사강의 첫 번째 소설집이라길래 당연히 <길모퉁이 카페>라는 제목에 맞는 한 개의 이야기가 담긴 책인 줄 알았는데 ~

막상 읽어보니 240여페이지에 무려 19편의 짧은 단편이 담긴 단편집이네요 +_+

소설은 스무편 정도 발표된 반면 단편집은 네 권에 불과한데 그 중 한권인 <길모퉁이 카페>를 만나게 됐으니 영광이라고 해야할까요 ? 히힛 ~

 

책도 얇고, 짧은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있어 금방 읽을 수 있는데 ~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은근 무겁고 몽환적이며 시니컬한 것 같아요.

그녀가 즐겨 쓴 이야기들이 사랑과 고독과 환멸에 관한 것이기도 하고, 삶에 대한 환멸을 느낀 부유한 부르주아 계층을 주인공으로한 이야기들이 많아 그런지 때론 내 취향이 아니기도 하고, 웃어야 할 지 울어야할지 난감한 경우도 있지만 중반을 넘어서부터는 제법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보이네요 ~

내 남자의 여자, 사랑의 나무, 완벽한 여자의 죽음, 낚시 시합, 개같은 밤 등등은 드라마나 연극으로 만들어 상영해도 꽤나 인기있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

 

갠적으로 저는 <왼쪽 속눈썹> 이라는 이야기가 젤로 마음에 와닿더라구요~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하러 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어쩜 이리도 재미나게 적어놓을 수 있는지 !!! 심리묘사가 탁월한 것 같아요 ~

운명의 연인이 아니라는 통보를 하러 떠나는길. 두시간 뒤 그에게 어떻게 말을 꺼낼까 ~ 끝맺는 말에 따라 문장의 뜻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멘트 연습까지 했던 그녀인데 기차안에서의 멋진 식사를 앞두고 화장을 고치고, 손을 씻고, 머리를 빗으러 화장실에 갔다 불행하게도 그 안에 갇히게 되는 사고가 나죠~ 첨엔 가볍게 생각하고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이별의 말을 연습했던 그녀;;;

하지만 금방 나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본의아니게 기차안 화장실에 쭉 갇혀 있게 되면서 그녀는 말을 듣지 않는 손잡이 때문에 가장 기괴한 상태로 갇힌 그녀를 구해줄 수 있는 남자만을 생각하게 됩니다. 한시간 전만 하더라도 그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하러 가는 중이었는데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언제 결혼할거냐 묻는 그녀. 너무 큰 반전이죠 ?

그녀의 감정이 어떤식으로 변해갔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ㅎㅎ

사랑은 역시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것이 진리랍니다~ 라는 진부한 멘트 날리기 싫지만 진짜 소중한 사람은 힘들때 진가를 발휘하는 거 아닐까요 ?

힘들 때 든든한 어깨로 감싸주고, 외로울 때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줄 수 있는 사람 !!!! 이란거 잊지 말아야겠어요 ~

 

1975년에 처음 출간됐다가 2004년 프랑수아즈 사강의 사망 후 2009년에 다시 출간되었다는데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왜케 요즘의 우리들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지 ~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문체에 놀라울 정도랍니다 !!!

마냥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사랑이 아닌 냉소적인 사랑(?) - 그래서 더 현실적인, 사랑의 또다른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

 

 

 

책을 다 읽고서 한참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대사 한 줄 ↓↓

 

"둘이 함께하는 행복이란 . . . 쉽지가 않네 . .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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