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답답해서 떠났다 - 220일간의 직립보행기
최경윤 지음 / 지식노마드 / 2013년 1월
평점 :

최경운이 그리고, 찍고, 쓴 여행기 <답답해서 떠났다>
이것저것 다 귀찮고 짜증날 때, 제일 미운 게 '나'일 때. 모아놓은 돈도 없고 계획도 없으면서 멀리 떠나기로 결심한 그녀.
그렇게 이 책에는 인도에서 한 달, 남미 각국을 떠돌며 6개월을 여행한 그녀의 소소한 여행기가 담겨 있다.
7개월간 기록한 일기장을 그대로 옮겨놓아 사진, 글, 자잘한 일러스트등 깨알같은 재미를 전해 주는 이 책은 책 뒷장 그녀의 말처럼 '소심한 공대녀의 허무맹랑한 220일간의 남미여행기'가 딱 어울리는 책인 것 같다 ~

'지금'을 즐기는 법을 몰랐던 그녀. 눈알이 핑글핑글 돌아갈 정도로 발빠른 현대사회에 살면서 '지금'을 즐길줄 모르는 사람이 과연 그녀뿐일까요 ?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과 돈 둘 다 있으면 건강이 허락질 않는게 삶이라던데 ;;;;
그녀와 우리의 차이점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떠났고 우리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 이 상태에서 그녀의 발자취를 더듬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
모든걸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며 이왕이면 안쪽 말고 바깥을, 이쪽 말고 저쪽을, 이왕 그럴 거 모아둔 돈 한번에 몽땅 써버릴 때까지 한국에 돌아오지 말자 다짐하며 떠난 길.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네가지 철칙을 세우고 떠난 그녀의 발걸음이 마냥 부럽기만 하더라.
1. 계획 없이 떠나자! '지금'에 충실하자.
2. 이 세상 속, 내가 어떤 가치를 가진 사람인지 알아내자.
3. 사람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자.
4. 웃자.
이런 계획은 그녀처럼 멀리 떠나지 않고서도 일상 생활에서도 충분히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들 아닌가 ?
일상을 여행하듯 살아야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딱인 듯 ㅎㅎ
정통 카레가 먹고 싶어 인도를 가고, 한국에서 제일 멀리 떨어져 있고, 뜨거운 여름에 새해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 남미를 선택했다는 그녀.
다소 엉뚱해보이는 출발이지만 7개월간 인도와 남미 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과감없이 보여준 그녀의 여행기는 다른 여행기에 비해 가볍고 경쾌해 읽는 재미가 있더라.
이십대, 젊은피라 가능한건지 가지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며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 그런건지~
솜씨까지 좋아 책 속 사진과 일러스트 등등 모두 그녀의 작품 !!!

갠적으로 글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던 일러스트들.
다이어리 꾸미는 걸 잘 하고싶어 '다꾸'카페 가입을 하고, 책도 사보고, 예쁘게 글씨 쓰는 연습을 했을 정도여서 그런지 내 눈엔 굉장한 솜씨로 보이던데 @@
글밥을 좀 줄이고~ 아니면 글밥 만큼이나 일러스트를 크게 키워 전면에 내새웠으면 어땠을까 ?
그랬다만 뭔가 더더더 인상적인 여행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 아쉬움 한가득 !!!
여행하면서 매일 밤마다 일기장에 적고 그렸다는데 ~ 정말 능력자이신 듯!! 너무 부럽네요 ㅎㅎ
이런 솜씨 배우고 싶어요 ~~
관광명소에 대한 칭찬 대신 자신이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찬 이 책.
델리에서 머물며 티베트에서 태어나 뉴질랜드에 사는 의사 아버지와 정치가 어머니 밑으로 입양되 열여섯 살 때부터 홀로 인도를 시작으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셨다는 소난 아저씨를 워크캠프 장소에서 다시 만나기도 하고, 스리나가르에선 위험하다며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장 아저씨가 가이드를 자처하는통에 계속 동행 할 수 밖에 없었던 일, 루카스라는 독일 친구와의 어설픈 로맨스(?), 마사지 얘기를 꺼내며 트렘린(사람의 맨 몸 위에 올라서서 고통을 주며 그것을 즐기는 사디스트적 행위)을 요구한 스물두살 컴퓨터 엔지니어 전공자인 인도 남자애. 여행을 하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눌러앉고, 사랑하고, 과감히 고향에서의 삶을 버린 커플 지오반과 소피 커플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를 즐겁게 해줬던 것 같다.
여행의 참 묘미가 이런것 아닐까 ??
익숙한 공간, 자주 머무르는 곳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 자신과 마주하기도 하고, 속고 실망하기도 하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도움주고 도움받으며 사람들과 감사의 인사를 나누게 되는 것.
그때 그들 모두가 곧 내 친구이자 가족이 되는거 아닌가 ??
가진 것이 적을수록, 덜 발전된 곳일수록 위험하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정작 그곳 사람들은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지 않고 더 베풀 줄 알고, 넘치는 정과 여유,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것 같아 보기 좋더라. 상대방에게 잘 보이려고 체면을 차린다거나 자신을 꾸미려 하지 않고 솔직하게 내보일 줄 아는 그 자체로 너무 좋아보였던 사람들의 이야기.
아 ~~~ 떠나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