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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 - 틱낫한 소설
틱낫한 지음, 한기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요즘 여기저기 힐링이 대세인 것 같다.
HEALING : (몸이나 마음의) 치유
개개인의 마음속 깊은곳에 존재한 고독과 우울증,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마음의 병. 약이나 병원을 찾기 보다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들에게서 오는 안정 때문에 산책, 명상, 독서 등등 마음을 평안하게 치유해주는 것들을 자꾸 찾게 되는 거겠지 ?
이 책 <행자> 역시 틱낫한 스님이 부처의 음성으로 쓴 힐링소설이란다.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무교라 그런지 종교적 성향이 담긴 이야기는 부담스러운 편이라 찾아보지 않는 편임데도 불구하고 <행자>는 이야기 자체가 종교 이야기치곤 넘 부담스럽지 않는데다 아이를 키우며 육아에 지쳐있는 심신을 달래기 위해 읽어보고 싶더라는 ~
베트남 사람이면 누구나 어린시절부터 듣게 되는 관음보살의 현신 꽌암 티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전설이 된 어느 남장 보살의 이야기.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여자는 계를 받을 수 없었던 시절의 베트남, 젊은 여인 낀은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여자의 신분을 버리고 남편과 가족을 떠나 수도승이 되어 수행을 시작한다.
승원에서 더할나위 없이 기쁘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한 여인이 자신이 잉태한 아기의 아버지로 낀을 주목한다.
난처한 상황에 처한 낀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두 갈래의 갈림길에 서서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 . .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비밀로 간직한 채 세상의 질타와 모진 처벌을 감내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밝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 후 수도승으로서의 삶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이 얼마나 고마운 선물인지를 알지 못하고, 문학과 학문 역시 출세 수단에 불과할 뿐 그 자체가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는 원천이란걸 알지 못하는 남편과의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집으로 돌아와 불교 공부에 전념하게 된 그녀는 승려 생활에 대한 뿌리 깊은 욕망을 누르지 못하고 배움의 길을 떠나게 된다. 지아오찌 군에 있는 법운사에서 주지의 설법을 듣고 감명을 받은 그녀는 불제자로 받아달라 간청하게 되고 그렇게 그곳에서 행자 수련을 쌓게 된다. 임시 행자임에도 불구하고 사형들을 비롯 주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그녀지만 겸손을 잃지 않고 행동한 탓에 정식으로 계를 받아 '낀땀'이라는 법명도 받는등 수도승 다운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마을에서 가장 부유한 집 딸 '마우'로 인해 모든것을 잃게 될 상황에 빠지게 된다. 행자 낀땀을 사랑하여 아이를 잉태했으니 낀땀과 자신을 결혼시켜주길 간청하는 마우.
자신의 결백을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하게 입증할 수 있는 진실을 폭로하여 모든 의혹과 심문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지, 수도승의 삶을 계속하기 위해 비밀을 계속할 것인지를 두고 마음속 깊이 갈등을 하다 결심을 하게 된 낀땀. 진실을 폭로하게 되면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행을 멈추고 부당함을 바로잡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사찰에서의 수도 생활이 끝나게 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승려의 삶에서 얻는 기쁨을 그대로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극도의 고통과 대중의 냉소를 참고 견디는 편이 낫다 생각한 낀땀.
나의 이상과 참된 행복이 진실하기만 하다면 너그러운 아량으로 이 말도 안되는 부당함을 감당할 수 있다 자신하는 그녀의 선택이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 무겁고 복잡하기만 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
나라면 절대 그녀처럼 행동하지 못했을 듯 ~
누군가에게 오해를 사고 그 오해로 인해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고 등을 지게 만든 상황 자체를 견디지 못해 실토했을 듯 싶다 ㅠㅠ
"진실로 깊이 정관하면서 수행한다면 좀 더 잘 이해하고 보다 많이 받아들일 기회가 생깁니다. 마음이 바다와 강처럼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열리게 됩니다.
타인의 슬픔과 곤란을 이해하면, 그들이 우리에게 곤란을 안겨주고 우리를 부당하게 취급하고 우리에게 재앙을 가져오고 우리를 불공평하게 괴롭혔더라도 그들을 동정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욕망과 원한과 무지와 시기심 때문에 그토록 많은 잘못을 범하고 자신들과 타인에게 고통을 야기하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더 이상 남을 비난하거나 남에게 분노하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포용력을 키워갈수록 우리의 마음과 정신은 평온해질 것입니다." <p.77~78>
무한한 용서와 끝없는 인내심을 대표하는 보살로 유명한 꽌암 티낀.
그녀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이 변화했던가 ~ 그녀가 부당함을 바로잡아 곧장 진실을 실토했다면 절대 꾀하지 못했을 변화들 +_+
조금의 부당한 일, 속상한 일이 있어도 억울해 담아놓지 못하고 입을 놀려야만 하는 나. 그녀를 손톱의 때만큼만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
티낀 관음에게 경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