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 이용한 여행에세이 1996-2012
이용한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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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종종 커피를 마시다 말고 카페 창밖을 보며 "아, 여행 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 옆에 앉아 있던 친구는 "나도." 하고 맞장구를 친다.

그들은 지금 여행 갈 수 없기 때문에 여행 가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막상 시간이 남아 "어디로 가고 싶어?"라고 물어보면 "뭐, 글쎄 아무데나." 하면서 얼버무린다.

어디론가 가고 싶지만, 거기가 어딘지는 스스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가고자 한다면 가야 하는 게 여행이다. 그곳이 어디든, 일단 떠나고 보는 게 여행이다.

무작정 떠난 뒤에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차를 몰고 서울에서 20Km만 벗어나도 공기가 다르다.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여행은 '지금 이곳'의 나를 '여기'가 아닌 곳으로 잠시 데려가는 것이다.

여행이란 더 이상 한가한 한량이나 부유한 계급의 특권이 아니다. <p.55>

 

갠적으로 얼마만에 펼쳐든 여행에세이인지 모르겠다 +_+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명랑하라 고양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 등등 <안녕 고양이> 시리즈로 너무나 유명한 이용한님의 책들을 다 봐온 상태에서 여행에세이가 나온다고해서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되다니 ~
한동안 여행에세이는 피했었는데 이분은 넘 친숙한 작가이기도 하고 날은 더운데 임신 때문에 무거워진 몸인지라 아무데도 못다니는 생활을 하다보니 새로운 곳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그리워 읽어보고 싶었는데 생각했던 것처럼 편안한게 참 좋더라.

 

 

    

 

시인이자 여행가, 사진가로 이름을 알린 작가가 1996년부터 2012년까지 세계를 떠돌며 만난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각 대륙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감성적인 글로 엮은 <잠시만 어깨를 빌려줘>

라오스, 티베트, 몽골, 캐나다, 벨기에, 네팔, 프랑스, 일본 등등 수많은 곳이 등장하는데 그도 그럴것이 31개 국가 160여 개 도시를 여행하며 만난 사람과 풍경에 대한 감상을 담은 책인지라 그 방대함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나 볼거리를 쫓은 게 아닌지라 그 내용은 한없이 소박하고 진솔하며 따뜻하기만 하다.

그래서 더 부담없이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지금 당장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맛집 멋집이 가득한 여행 책자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었기에 ~

 

 

  

 

더위 때문이었을까~ 맥주를 그리 즐기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089 벨기에 맥주편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겠더라. 노천카페에 앉아 유난히 붉은색으로 빚나는 술을 마시고 있는 여성이라면 열에 아홉은 와인이 아니라 체리나 나무 딸기 맥주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보면 맞다는 말. 시선은 절로 사진에 고정 !!! 보석보다 더 유혹적인 그 새빨간 빛깔이라니 ~

체리나 나무딸기, 버찌, 복숭아, 블루베리 등과 같은 달콤하고 향이 좋은 과실 랑비크의 맛은 어떨까 ?? 너무 궁금하다.

 

 

  
   

눈이 풍족해지는 여행 에세이가 아닌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지는 여행에세이 !!

이 책 덕분에 그의 또다른 여행 에세이 <하늘에게 가장 가까운 길 : 티베트 차마고도를 따라가다>, <바람의 여행자 : 길 위에서 받아적은 몽골>, <물고기 여인숙>에 대한 관심도 높아만 가는 것 같다. 기회되면 구입해 읽어야 할 듯 ~

 

그가 만들어낸 순간의 포착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고 운명처럼 나에게로 왔다.

<시공간과 존재가 만나는 어떤 한 순간. 직감으로 미끄러지는 생의 한 순간>

바로 지금이 아닐까 ??

 

이 책을 읽으니 당장 떠나게 된다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맛있는 음식, 편안한 숙박시설이 있는 곳이 아니더라도 좋을 것만 같은 ~

오로지 여행 그 자체만 보고 즐기다 올 수 있을 것만 같아 발빠르게 주말에 떠날 수 있는 여행지를 검색해본다.

아무래도 이번주엔 보성 녹차밭으로 훌쩍 떠나게 될지 모르겠다. 두근두근 기다려지는 시간 ~

 

 

"불행하고 싶다면, 행복을 갈망하라." - 마이클 폴리, <행복할 권리>

누구에게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사랑할 권리, 여행할 권리, 공부할 권리처럼.

마찬가지로 잊혀질 권리, 게으를 권리, 침묵할 권리, 상처받지 않을 권리,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도 있는 법이다.

문제는 행복이란 것이 늘 불행이라는 그림자를 달고 다닌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그것은 실체가 없어서

행복한 순간조차 행복을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아무도 행복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지려고만 한다. <p.265>

 

#099 행복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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