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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새
에쿠니 가오리 지음, 양윤옥 옮김, 권신아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먼 옛날의 기억. 이제는 완전히 잊고 있었던 것을 우리는 왜 문득문득 떠올리곤 하는 걸까. <p.24>
에쿠니 가오리가 쓰고, 권신아가 그린, 일본 로보노이시 문학상 수상작 <나의 작은 새>
소담출판사에서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소식이 있어 반가웠는데 알고보니 신간이 아니더라는 ~ 1999년에 이미 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책!!
다 읽었다 생각했는데 난 왜 이제서야 이 책을 만난걸까 ??
온전히 내 스타일이라 말할 순 없지만 차분하고 감성짙은 글귀에 반해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찾아 읽게 되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겨울의 끝자락 2월에 만났다.
<나의 작은 새>는 눈 내리는 차가운 아침, 길을 잃고 갑자기 날아 들어온 한 마리 작은 새와의 동거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몇 년 전에, 아직 여자친구를 알지도 못했을 즈음 친구들을 놓쳐 한동안 이곳에 있게 해달라고 자신에게 찾아온 참새 한 마리와의 추억때문에 그에겐 작은 새와의 기묘한 동거는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닌 듯 ~
새장을 사용하지 않고 아파트 전체를 자신의 집인냥 생활하는 작은 새. 선물도 좋아하고, 삼시 세끼 이것만 먹어도 상관없다 말할 정도로 럼주가 끼얹어진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음악을 틀어달란 요구도 하며(모차르트를 좋아함), 오래오래 끝없이 이어지는게 좋아 끝말잇기를 좋아하고 세탁기의 비누 거품과 물이 넘실넘실 소용돌이 치는 모습을 들여다 보는걸 좋아하는 작은 새. 금요일 밤이면 여자친구와 셋이서 영화를 보러갈 정도니 사람인지 새인지 헷갈릴정도다.
여자친구가 등장하니 남녀관계의 이야기라 할 수도 있긴 하지만 그 부분의 비중이 워낙 미비하다보니 작은 새와의 일상이 굉장히 크게 부각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새가 아닌 두 여자와 한 남자의 기묘한 동거 이야기를 읽는 기분까지 들더라는 ~
여자친구가 찾아올때마다 액자를 털썩 소리나게 힘껏 넘어뜨리는 작은 새와 그것을 그녀에게 들키지 않게 살짝, 넘어진 사진 액자를 원래대로 세워놓는 그를 볼때면 특히나 !!
오빠의 여자친구를 시샘하는 어린 여동생쯤으로 해석해야하려나 ? 히힛 ~
(작은 새가 집에 없는 금요일, 여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들어와 와인을 마시며 레코드를 듣는 장면, 둘만 있는 것도 좋다며 얘기하는 부분은 꼭 그런 느낌이다 ~)
100여페이지가 안되는 얇은 책인데 근사한 일러스트 때문인지 새와 나의 일상이라는 쉬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 때문인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의 산뜻한 책이다.
읽을때마다, 해석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 변하는 마법같은 이야기.
서로를 알아가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따듯하게 그려지는데 그 관계에 대한 부분의 이야기가 요즘 나의 생활을 돌아보게 한다.
나와 내 뱃속 작은 천사 '튼튼이'이를 떠오르게 한다는 ~ 소소한 일상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행복감.
별 것 아닌 작은 일들이지만 살아가는 것은 그런 사소한 일들의 누적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또 다른 책 달콤한 작은 거짓말을 보면 "스토리는 딱 한 번뿐이라서 아름다운 거예요. 우리 인생처럼." 이런 글귀가 나온다.
딱 한 번 뿐인 내 인생.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겠다는 !!!
너의 작은 새라 다행인 오늘.
내가 당신에게, 당신에게 내가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