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죽었다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근애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신이 죽어서 가장 힘든 게 이런 부분인 것 같아."셀리아가 말한다.

"있잖아, 전에는 나쁜 일이 생기면 항상 하늘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숨 죽여가며 욕지거리를 퍼부었잖아.

신이 나를 이런 빌어먹을 상황에 처하게 했으니 내겐 화를 낼 권리가 있고, 신도 이 상황을 이해할 거라고 확신하면서.

지금은 상황이 더럽게 나빠져도 책임을 물을 상대가 없어." <p.143>

 

경제 침체가 10년간 계속되면서 그에 따른 사회적 병폐(심각한 실업난, 약물 남용과 가정 폭력 그리고 절도, 인종 갈등으로 인한 폭동과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음)가 만연한 이때, 신이 죽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는 큰 혼란에 빠진다.

수단의 회교 정부와 남쪽의 기독교 부족인 누에르족 사이의 무장 투쟁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인간의 몸을 빌린 신. 누에르 부족 난민들과 케냐로 도망가던 중에 지뢰밭 주변에 두른 철책에 걸려 꼼짝 못하게 되었고, 같이 가던 사람들이 도와주려 했으나 정부군의 비행기에서 폭탄이 빗발쳐 어쩔수 없이 그를 도망가는 바람에 신은 죽고 만다.

수천명이 떼죽음당하는 가운데 그의 죽음은 한낱 사소한 죽음에 불과했으나 그의 시체를 먹은 들개들이 갑자기 희랍어와 히브리어를 뒤죽박죽 섞어 말하고, 마치 유리 표면을 걷는 것처럼 백나일강 수면을 걸어 다니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알아차리지도 못했을지 모른다.

신이 죽었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공항 상태에 빠진 시민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폭동을 일으키는가 하면 나쁜 짓을 일삼기 시작한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미국의 각 도시에 주방위군이 주둔하는가 하면 수녀들과 성직자들의 자살이 유행병처럼 번졌고 대다수 사람들은 종말이 가까워졌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 나지 않았고 여전히 자신들이 살아 숨쉰다는 걸 깨달은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 후에 나타난 진짜 문제들. 신의 죽음으로 인한 영적 공허감으로 신의 몸을 먹은 들개들에게 바치는 사원을 짓기도 하고, 어린 아이를 통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며 어린아이를 숭배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 . . 

 

신의 죽음이 알려진 이후의 인간 세계를 그리고 있는 '신이 죽었다'

항상 가벼운 소설만 찾아 읽는 것 같아 진지한 이야기에 도전해보고파 집어 들었는데 생각외로 쉽지 않았다. 10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신이죽었다 외에는 모든 이야기들이 신이 죽었다는 사실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각각의 이야기가 연작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어 어려울 것 하나 없는데 그 모든 내용이 가리키는 진실의 무게에 짓눌렸다고나 할까.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던 책.

신의 죽음과 죽음 이전의 세상과 전혀 달라질 것 없는 곳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금의 우리들 같아 안타깝고 안쓰럽다.

이런 이야기를 '재미'로, 소설가에게 주어진 '상상의 자유로움'을 특권의식으로 여기며 신인답게 배짱 좋게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친 작가의 능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

개인적으로 신의 죽음 이후 세상의 종말을 두려워 자살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디언 서머]와 신의 시체를 먹고 오로지 충동과 본능 뿐이었던 들개의 습성을 잃고 생각으로 가득한 들개들. 영적인 힘을 얻게 된 들개의 이야기를 담은 [신의 시신을 먹은 들개 무리 중 마지막 남은 들개와의 인터뷰]가 굉장히 인상깊게 남는다.

 

맞다. 그 답이라는 건, 내게 답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위안도 어떤 혜안도 줄 수 없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다.

아니 그렇다 할지라도, 나는 구원이나 설명을 얻기 위해 당신이 찾아 헤맬 만한 그런 신이 아니다. 나는 배가 고프면 아무 거리낌 없이 당신을 잡아 먹을 그런 신이다.

나를 찾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당신은 이 세계에 벌거벗은 채 홀로 서 있다. 그러므로 이제 문제는 이것이다.

당신은 이런 진신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는가? 아니면 이러한 진실이 당신을 파멸시키고, 공허하게 하며, 쭉정이들 속에 또 하나의 쭉정이가 되게 만들어버릴 것인가 ? <p.206>

 

작가는 이 책에서 신이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와 같은 신학적 논쟁이나,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와 같은 윤리적인 문제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인간 군상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종교적인 메시지만 찾으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 얘기하는데 그래서 '무신론자'인 내가 조금은 맘 편안히 읽을수 있었던 책이랄까.

(책 제목이나 내용 때문에 편견에 휩싸여 이 책을 읽길 거북해 할 사람이 있을까봐 밝혀둔다 ㅎㅎ)

종교적으로 이 책을 평가해야 했다면 꽤나 힘들었을 듯 ~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접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들. 책장 한켠에 잘 꽂아 놓고서 다음에 새로운 시선으로 읽고 또 평가해봐야겠다는 ~

책을 읽을때보다 리뷰를  쓰는 지금이 더 힘들다고나 할까.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조금은 쉽고 이해하기 빠를런지~

글솜씨가 없는 나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ㅠㅠ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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