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에릭 엠마뉴앨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림원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내 이름은 오스카예요. 나이는 열 살이고요. 고양이랑 개랑 집을 홀라당 불태워버린 적이 있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편지를 보내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이제까지는 학업에 열중하느라 통 시간이 나질 않았거든요."
"내 별명은 대머리에요. 난 일곱 살쯤 되어 보이고, 암때문에 병원에 살고 있어요.
그리고 하느님한테 한 번도 얘기를 해본 적이 없는데 그건 하느님이 계시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예요." <p.8>
첫장에서부터 재치가 느껴지는 오스카의 편지글.
골수 이식 수술이 끝난 후 더이상 의사 선생님을 기쁘게 해줄 수 없단 사실을 알게 된 오스카.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게 되지만 의사 선생님은 물론 그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해줄 것 같은 부모님까지 진실을 얘기 못하고 미안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데 그것이 너무 싫은 열살 소년이다.
그런 그에게도 보석같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장미 할머니. 아픈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장밋빛 가운을 입고 병원에 출퇴근하는 아줌마들 중에서 최고로 나이가 많은 이분은 오스카가 무슨 말을 하든 변하지 않는 유일한 친구다. 그러다보니 다른 어른들과 달리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프로레슬링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는 장미 할머니와 깊은 애정과 신뢰를 쌓아가는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다.
왜 자신이 죽을거라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오스카. 그런 오스카에게 장미 할머니는 하느님께 편지를 써보는 게 어떨까 제안한다. 말이 되어 나오지 않은 생각들을 고백하고, 하루에 한가지씩 소원을 빌 수 있다는 얘기에 반신반의하며 할머니와의 약속대로 하나님에게 편지를 써내려간다.
이 책은 그렇게 오스카가 써내려 간 편지글로 이뤄져있다.
"사람들이 죽음을두려워하는 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란다. 바로 그게 문제야.
알지도 못하면서 왜 두려워하지? 부탁할게, 오스카. 두려워 말고 믿으렴. 십자가에 못 박힌 하느님의 얼굴을 봐.
육체적인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고통스러워하고 있지 않지. 믿음이 있으니까.
그래서 손에 못이 박혀도 덜 고통스러운 거란다. 하느님은 속으로 되뇌지. 이건 내 몸을 아프게 할 뿐 내 정신을 해칠 순 없어.
자 ! 바로 그게 믿음이 내린 은총이란다. 그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
"좋아요, 장미 할머니. 겁이 날 때마다 믿음을 갖도록 노력할게요." <p.75~76>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는 백혈병에 걸린 어린아이의 죽음이라는 슬픈고도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초등학생의 시선인지라 유아틱 하면서 굉장히 단순명료하게 써내려간 글인데 그래서 더 감동적이랄까 ~
어른들처럼 빙빙 돌려 얘기하는 변화구가 아닌 궁금한건 궁금한대로 그냥 질문하는 식의 직구라 방심하다 콕콕 찌르 듯 명치 끝이 아파옴에 놀랄때가 있다.
책을 시작하기전 죽음을 눈앞에 둔 채 침묵과 맞서 싸워야 했던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삶에 대한 찬가라는 글귀부터 책을 다 읽은 후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까지 모두가 한편의 소설같다.
어렸을 때 물리치료사였던 아버지를 따라서 목요일마다 소아 병동에 놀라갔던 작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쓰인 소설로, 죽음을 눈앞에 앞두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간호하러 온 장미 할머니와 같은 병원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우정과 추억을 쌓아가는 오스카를 통해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며 '삶은 매우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데 작가의 경험이 글에 얼마나 많이 녹아내려 있는지는 이 책을 읽어보면 잘 알거라는 ~
"진짜 흥미로운 질문은 질문으로만 남아 있게 마련이니까. 그런 질문은 신비를 감싸는 껍질이란다. 답에는 항상 '아마도'라는 말이 붙게 되지.
시시한 질문에나 확실한 답을 할 수 있는 거야."
"삶에는 해답이 없다는 건가요?"
"삶에는 여러 가지 해답이 있다는 거지. 그러니까 정해진 해답은 없는 거야."
"내 생각에는요, 장미 할머니. 삶에는 사는 것 외에 다른 해답이 없는 것 같아요." <p.108>
죽음을 코앞에 두고서 나도 오스카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 자신할 수 없다. 열살, 마냥 어리게만 보이는 소년에게서 큰 가르침을 배운 시간이었다.
말은 참 쉽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ㅠ-ㅠ
시한부 삶을 사는 10살 소년 오스카와 간호 할머니의 12일간의 짧고도 귀한 이야기. 삶과 죽음, 믿음과 사랑에 대한 귀한 얘기들.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의 틀로 죽음을 바라보는 연작 소설 중 그 첫 번째 작품으로 이 연작은 영적인 세계, 즉 종교에 관한 믿음을 이야기하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보여주는 소설로 그 후속작들인 [밀라레파], [이브라힘 씨와 코란의 꽃], [살찌지 않는 스모선수], [노아의 아이]로 이어진다. 오스카와 장미 할머니, 살찌지 않는 스모선수를 읽었으니 얼른 밀라레파, 이브라힘 씨와 코란의 꽃, 노아의 아이도 만나보고 싶다.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전혀 거부감이 없고, 모든 종교의 선한 면만을 확인할 수 있으니 마음이 정화된다고나 할까.
죽음은 한 순간이며, 삶은 많은 순간이다. -윌리엄즈
다가오지 않은 죽음을 두려워하며 움츠려들기 전에 충실하게 삶을 이끌어나갈 방법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