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지 않는 스모선수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사부님, 제가 잃었던 길을 다시 찾게 해주시고, 그 위를 걸어갈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네 말이 맞다, 준. 목표란 길이 끝나는 지점이 아니라, 길 자체인 것이다."

"그렇습니다. 저는 승리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습니다."

"잘 생각했다. 비록 승자가 있을지언정 삶 자체는 도박도 아니요, 경기도 아니다." <p.113>

 

 

진홍가 모퉁이, 지하철 출구와 버스정류장 사이에 위치한 최고의 전략지점에서 밀수품을 판매중인 열다섯살 소년 준.
좋지 않은 과거의 기억들로부터 벗어나고자였을까 ? 가족은 물론 학교 & 친구들을 등지고서 길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한다.
세상만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소년. 관심 가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모든게 역겨우며, 산다는 것 자체가 가려움증을 불러일으킨다 말한다.
열다섯살 소년이 세상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 이러는걸까 ? '준'에게 무슨일이 생겼기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지더라.

성냥개비 위에 말라비틀어진 청어 같은 꼬락서니인 준에게 매일 '네 안에 떡대가 보인다'란 말을 전하는 쇼민주.

그를 좋아하진 않지만 너도나도 비슷하게 생긴 도쿄라는 도시에서 어딘지 달라보이는 그의 모습에 어떤 사람인지 호기심을 느끼던 어느날, 쇼민주는 구경한번 오라며 준에게 스모경기 티켓을 내민다. 하지만 준은 새로운 구역의 파벌 싸움으로 물건을 다 잃고 스모 경기 티켓을 팔아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지만 금새 세관의 불심검문에 걸려 빈털털이가 되는 신세가 된다. 그런 소년에게 또다시 스모 경기 티켓을 내미는 쇼민주. 준은 결국 몸을 움직여 스모 경기장을 찾게 되고 스모의 매력에 푹 빠져 쇼민주로부터 가르침을 받게 된다.

그렇게 배움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준.

아홉달을 꼬박 노력한 끝에 스모 선수가 되기 위한 신장, 1미터 75센티는 넘었지만 최소 체중이 75킬로그램에 한참, 무려 20킬로그램이나 모자라는 준. 뭔가 유전적인 결함으로 인해 살이 찌지 않는건 아닐까 싶은 준은 이쯤에서 포기하고 떠나려는데 사부인 쇼민주는 준이 감정, 여러 문제점들, 사연들을 모조리 숨기고 덮어버렸기 때문이라며 자신에 대해 모르는 준을 탓한다. 이에 발끈한 준은 이제껏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속 짐들에 대해 토해내고 명상을 통해 자신을 비우는 연습을 하게 된다.

그렇게 힘과 지혜, 자신과의 화해라는 놀라운 경지를 향한 달려가는 준. 그를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살 찌지 않는 스모 선수

프랑스 소설을 제법 읽었다 생각했는데 이 책은 프랑스 소설 같지가 않다. 배경이 일본이기도 하고, 청소년 성장 소설인데다 선불교를 다루고 있어서일까 ?

이야기 패턴도 어렵고 난해한 것이 아니라 잘 짜인 한 편의 철학 콩트처럼 읽어도 좋을, 짧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로 되어 있어 읽는데 부담없어 좋다.

오히려 짧아서 강렬하달까 ~

 

앞만 보고 앞뒤 안가리고 달려가다보면 항상 뭔가를 잃게 된다. 아름다움을 쫓다 건강을 잃기도 하고, 성공만 쫓다 사람을 잃기도 하는 것처럼.

이 책 속 주인공 <준> 역시 쇼민주를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거리생활을 하고 있겠지. 자신을 알고 자신을 뛰어넘으면서 비로서 진짜 자신과 마주하게 된 준.

잃었던 길을 찾고, 그 위를 어떻게 걸어가면 되는지를 직접 보여준 준.

진정한 '떡대'란 남들한테 이기는 자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라는 것을 깨우친 준이 자랑스럽다. 그런 그이기에 자신의 아집으로 설 자리를 잃었던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더없이 따뜻하게 다가온 것도 사실이다.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행복은 우리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란걸 말해줘서 고마워요 +_+

 

 

"구름 뒤에는 늘 하늘이 펼쳐 있는 법이다." <p.106>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