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 - 어느 기지촌 소녀의 사랑이야기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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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해 카시오페아 공주, 압구정 소년들, 심야버스괴담을 읽었는데 심야버스괴담이 출간됐을때 비슷한 시기에 나온 이 책을 빼먹은 이유는 이 책의 가슴아픈 스토리 때문이었다. 한국사람이라면 주둔군지위협정 SOFA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 국제법과 국제관례상 외국 군대는 주둔하는 나라의 법률 질서에 따라야만 한다는 것으로 많은 부분에서 일정한 특권과 면제를 제공받게 되는데 이걸 악용하는 사건들이 너무 많이 발생해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슬픔, 분노, 안타까움은 물론 이런 나라에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싫어질 것 같아 읽기를 거부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위드 블로그에 올라온 이 책을 보고서 아무래도 읽어야할 운명같다는 생각이 들어 리뷰단 신청하게 됐는데 운좋게 선정되 이제서야 읽어보게 됐다. 다 읽고 보니 안타깝고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피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마주해보자는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이 다행이다 싶은 ~

 

아이린은 기지촌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로 작가가 실제 카투사로 군복무를 했던 경험담을 살려 쓴 로맨틱 스릴러다.

평택 미군기지를 배경으로 엇갈린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과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다뤘는데 '윤금이 피살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그런지 너무 리얼해 읽는 내내 맘 아팠던 소설이기도 하다. 

(윤금이 피살 사건이란 1992년 10월 28일 경기도 동두천시 기지촌에서 술집 종업원으로 일하던 윤금이(당시26세)가 주한 미군 2사단 소속 케네스 마클 이병에게 살해당한 사건으로 사망 원인은 콜라병으로 맞은 얼굴의 함몰 및 그로 인한 과다 출혈이라고. 발견 당시 시신의 직장에 우산대가 26cm가량 박혀 있었고 음부에 콜라병이 꽂혀 있었으며 전신에는 합성세제가 뿌려져 있었다고 한다. 범인 케네스 마클 이병은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천안교도소에 수감되어 복역중 2006년 8월 가석방되어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이 글 내용만으로도 치가 떨리고 분이 풀리지가 않는데 검색을 해보면 이 내용 또한 얼마나 많은 것을 지우고 또 지운 착한(?) 사건일지인지 금방 알거라는 ㅠ

죄질이 나쁘고 교도소 수감 생활 기간동안(인터넷을 이요하고, 요리도 해먹으며 특수 외국인 시설에서 편한 교도소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난동을 부려 추가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는데 어찌 가석방으로 결정이 내려진건지 ~)

 

주인공은 정태와 아이린 두 사람으로 정태는 명문대 출신의 카투사, 혜주는 미군부대 전용 클럽에서 일하는 혼혈아다. 우연히 만난 아이린과 사랑에 빠진 정태는 모범이지만 몇몇 미군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 중 한 명인 마르끼즈라는 병사와는 결국 몸싸움까지 별여 영창에 가고 만다. 여기가 왜 한국이나며 여긴 미군기지라고. 캠프 험프리스 주소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나 알고 떠드나며 니네 한국 정부의 기록에도 여긴 캘리포니아 주로 되어 있다면서 불쌍한 대한민국을 지켜주기 위한 미국의 기지라며 지껄인 말에 정태가 마르끼즈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고 곧이어 난타전이 벌어지지만 결과는 정태만 '규정대로' 한달 영창 신세 !!  마르끼지는 일주일 막사 주위 청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 소설의 시작이야 끝은 이렇게 '불공평한' SOFA규정에 대한 자잘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린에게 로드리게즈라는 미군 장교 애인이 있음을 알게 되는 정태.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로드리게즈라는 인물이 다름 아닌 허풍쟁이 마르끼라는 것을 알게 된 정태.

혜주(아이린)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지만 마르끼즈가 혜주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두려운 마음에(마르끼즈가 아니라, 마르끼즈의 광기에) 말하지 않고 복무기간이 끝나 이대로 로드리게즈라는 이름으로 기억된 상태로 사라지길 바랄 뿐이다. 떠나기 전 평생 못 잊을 파티를 열거라는 마르끼즈.

- 한국에서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아? 갈보년을 멋지게 죽여버릴 테야. 그리고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야지. 이건 농담이 아니야 -

라 말했던, 다들 허풍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 부리나게 혜주에게 전화해 마르끼즈의 진짜 신분을 얘기하고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르니 무조건 만나지 말라 말해보지만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아이린의 방에서 칼에 찔려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마르끼즈'. 아이린과 정태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는데 . . .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


 

이태원 버거킹 살인사건윤금이씨 살인사건, 효선 미선양 사망사건이 한미관계의 갈등을 촉발시킨 3대 사건으로 알고 있는데 그 사이사이 얼마나 자잘한 사건사고가 많았을까 ~

범죄를 저지른 미군은 미군의 거부로 한국 경찰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일단 미군부대 아니면 본국으로 내빼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실제 재판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니 말해 무엇하랴.

 

한국 땅이지만 한국인이 보호받지 못하는 곳. 이런곳이 없어졌음 좋겠다.

작가 소설 말미에서 "지금도 미군기지 주변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가끔 사회면에 오르내리지만 그 시절에는 살인과 강간, 폭행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미군에 대한 처벌은 미미했다"며 이 소설을 계기로 우라나라와 미군과의 관계가 좀 더 의롭게 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런 세상은 언제쯤 오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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