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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Thirty - 젊은 작가 7인의 상상 이상의 서른 이야기
김언수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1년 10월
평점 :

He that is not handsome at 20, nor strong at 30, nor rich at 40, nor wise at 50, will never be handsome, strong, rich or wise.
"사람이 스무 살에 아름답지 않고, 서른 살에 건장하지 않으며, 마흔 살에 부유하지 않고, 쉰 살에 지혜롭지 않으면 이 모든 것을 영원히 얻을 수 없다."
서양 철학자 허버트의 격언-
젊은 작가 7인, 서른이라는 죽음의 테마로 변주하다.
김언수, 김나정, 한유주, 박주현, 김성중, 정용준, 박화영님이 들려주는 닮은 듯 다른 이야기들.
개인적으로 난 <같은 주제, 다른 시각> 을 테마로한 이야기들을 너무 좋아한다.
내 인생의 발칙한 3일 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각기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열명의 저자들이 그들만의 특별한 3일간의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삽.곱하기.십>
국내 인기 21인의 작가가 자신만의 소울푸드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낸 <소울푸드>, 삼십대 여성작가 7인이 '비'와 '눈'을 주제로 쓴 <일곱 가지 색깔로 내리는 비>, <사랑해 눈>이 그러하다.
깊이있는 작품세계를 알 수 있는 장편소설보다 어찌보면 얕고 가벼울 수 있지만 머리속 시끄러울땐 한 템포 쉬어가기 좋고, 각자의 개성을 비교해 볼 수 있어 요즘 테마단편집에 푹 빠져있는 상황. 이 책 30(Thirty)은 젊은 작가 7인이 서른이라는 테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죽음이나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등장한다. 하지만 책읽기전 마냥 우울하고 쓸쓸할거란 우려와는 달리 굉장히 재밌게 읽힌다.
눈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한 여자에 대한 외상으로 가득한 김언수의 <바람의 언덕>
어쩌다, 우유부단한 타협 끝에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만나게 되는 김나정의 <어쩌다>
수학자 할베르트의 '무한'에 대한 비유를 통해 끝없이 밀려드는 시간과 무한히 반복되는 생의 공포를 다룬 한유주의 <모텔 힐베르트>
사랑을 탐닉하던 공간을 떠나지 못하는 유령의 목소리로 듣는 박주현의 <모히토를 마시는 방>
기억을 팔아 현재를 사는 우리들, 서른의 망각에 대한 슬픈 이야기를 담은 김성중의 <국경시장>
이를 악물고 죽음을 결심한 남자의 어이없는 생존 연장기 정용준의 <그들과 여기까지>
'자살'이 관광 상품이 되는 상상의 공간에서 죽음을 사고파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박화영의 <자살 관광 특구>
개인적으로 끝없는 마침표의 반복인 <모텔 힐베르트> 빼놓곤 단편 하나하나 죄다 맘에 들더라는 ~
제일 재밌었던 건 <모히토를 마시는 방>, <국경시장>, <자살 관광 특구>랄까 ?
로맨스가 미스터리가 되었다가 판타지가 되기도 하는, 언제고 영상으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고보니 7명의 작가가 들려주는 개성 넘치는 이야기도 좋지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작가들이 들려주는 <30>에 대한 짧막한 생각들도 넘 좋더라는 ~
어떤 생각과 의문이 이런 작품을 쓰게 만든건지 '동기유발'은 언제나 흥미진진한 이야기꺼리가 되기도 하므로.
꿈꾸는 대로, 노력한 만큼 잘 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기어이 인정하게 된 서른의 마음이란 어떤 걸까 ?
그들의 생각과 일상을 메우고 있는 지배적 감정은 뭘까 ? 죽고 싶다 . . .아닐까 ?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삶에 열기나 긍정적인 에너지가 남아 있을 리 없고 사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웃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문제는 마음이다. 이런 생각은 갑자기 인생을 괜히 심각하고 복잡하게 만든다. 하지만 죽고 싶은 마음이란 사실 대단한 감정이 아니다.
누군가 갑자기 보고 싶어졌다거나 이유 없이 외로워지거나 맥락 없이 우울해지는 것처럼 죽고 싶은 마음도 그렇다. 자주 오고 또 그만큼 빠르게 지나가는 흔하고 흔한 감정 중 하나다.
심각해지지 않는 것, 우울의 허세를 잡지 않는 것, 누구나 다 하는 생각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쿨한 마음이 필요하다.
죽음을 계획한 당신에게는 그들이 있다. 당신이 진짜로 죽으려고 하는 그 순간에 번거롭고 귀찮게 하는 그들.
그렇게 자살에 실패하고 하루하루 지내다보면 다른 마음이 생기고 좋은 일도 생기겠지. 뭐, 그렇게 살 수 밖에 별수 없다. <p.162 정용준>
유난히 내 생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글.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참 대단한 작가님이시다.
어제 뿌리깊은 나무 마지막쯤 장혁의 회상신. 똘복과 담이의 아버지가 나타나 기가막힌 말씀을 하시던데 그게 그렇게 잊혀지지 않더라.
세상일이 맘같지 않고 맘처럼 안되고. 다 그런거여. 임금은 안그럴 것 같어 ? 똑같은거여.
그렇고말구요 성님.
그려. 울어. 울고 다 털어버리고 그러다보면 그렇게 다시 또 살아지는 거고, 살아지다보면 음, 결국 또 다 사라지는 거지. 먼지처럼.
살다 힘들어 지칠때, 진짜 나는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쓸쓸한 감정에 허우적거릴때,
정녕 내가 바라는 삶이 있기는 한거냐 억울한 맘이 들때 이 책 내용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