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 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
제니퍼 바게트.할리 C. 코빗.아만다 프레스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경고 : 이 책은 고질적인 방랑벽, 단조로운 일상에 대한 심한 알레르기 사표를 던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망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가치와 아름다움을 상쾌한 유머와 섬세한 필치로 보여준 세 아가씨들에게 세 번의 건배를 !

 

제니퍼 바게트. 할리 C. 코빗, 아만다 프레스너 / 인생의 갈림길에서 탈출을 감행한 세 여자 이야기 <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책 표지를 보면 작은 글씨로 적힌 경고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책 읽기전엔 이게 뭔가 싶어 웃었는데 스물여덟을 맞이한 세 명의 젊은 커리어우먼들이 과감히 1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4개 대륙과 열두 나라를 거쳐 육만마일의 세계일주를 하며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게 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부터는 경고 문구가 적힐만 하다며 고개 끄덕이기 시작했다.


부모님 집에서 독립해 나오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고, 사랑에 빠지며 지내며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 다음 단계(주택 융자를 받아 집을 사고, 결혼 하고 평균적으로 2.2명의 자식을 낳는 일이 포함된 단계)를 향해 돌진하면서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것이 정말로 마음에 드는 길인가? 그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냥 그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가는 길이 우리가 가고 싶은 길인가? 의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뉴욕에 살고 일하면서 올바른 시각을 갖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특별한 길을 선택하기로 한 세 사람. 네 개 대륙과 열두 나라를 거쳐 육만 마일의 세계 일주를 하기로 한 것.

스스로에게 '길 잃은 아가씨들'이라는 별명을 지어 주고서 스물여덟살 한 해 동안 세계를 방랑하면서 보내기로 작정한 그들의 이야기에 혼이 쏘옥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작을 글씨로 빼곡히 620페이지에 걸쳐 들려주는 이야기에 웃고 웃으면서 나 스스로도 이들이 얼마나 큰 결심을, 용기를 냈는지를 알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더라는 ~

잘 알려진 관광지가 아니라 오지를 중심으로 배낭 여행을 하면서 불확실한 인생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신통방통 하기만 한 ~

한 곳에 두세달 지내면서 책 한권 만들어내는 요즘인데 4개 대륙 열두 나라를 거친 일년간의 여행중 일어난 무수한 사건 사고들. 우리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을까 싶은게 이 책 한권을 만드는데 꽤나 공들였을 것 같다. 한명도 아니고 세 명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보니 더 ~

각자 한권씩 만들어도 할 이야기는 산더미같을 것 같은데 어찌 한권으로 묶을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크크크

 

아무리 사이좋은 사람이라도 한동안 같이 지내다보면 맘 틀어지기 일쑤인데 세 사람이 각자 역할 분담을 해가며 1년 이란 시간을 무사히 질주했다는 것에도 박수를 쳐주고 싶다.

계획을 잘 짜는 젠, 정리를 잘 하는 아만다, 그리고 가장 힘든 상황에서조차 극복할 수 있는 밝은 성격으로 중재를 잘 하는 할리.

각자가 원하는 것들, 각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살려 그네들만의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것. 그들을 보면 여행이란게 새로운 곳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는 말이 맞는듯 !!

처음엔 사진도 첨부되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아쉬워했는데 읽다보니 글로도 충분히 그 나라, 그 나라의 사람들을 상상할 수 있어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아 좋더라.

무엇보다 같은 곳이지만 세 여자의 심리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이야기들이 참 좋았다는 ~

거창한 미지의 세계를 위해 안락하고 안정된 삶을 두고 떠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정말 대단한 듯. 그렇기에 그들이 1년간의 여행을 통해 내린 결론 보다는 그 과정에 집중해야할 때가 아닐까.

 

읽는 매 순간순간 아 ~ 여행은 정말 어디냐가 아닌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힘들고 지치게 만든 사람도 많지만 패스파인더의 학생들, 프레다 자매님, 관광객들에게 장신구를 팔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을줄 알았던 레베카처럼 사람은 진정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인 듯 싶어 흐뭇해졌다. 그 존재들이 있기에 더 감동적이었던 이야기들이 아니었다 싶다.

할리 역시 낯선 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세상 속으로 과감하게 나가려면 사람들의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행 중에 배운 모든 교훈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더 나은 길을 개척해 나갈 힘을 얻은 그들.

이 책을 읽고서 나 역시 그 힘을 얻은 듯 하다. 함께하면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 그들. 너무나 불완전 하지만 그래서 완벽한 친구들이기도.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길을 잃는 것을 피하지 말고 기꺼이 받아들여라.

틀에 박히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익숙한 생활을 두고 완전히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믿고 뛰어내리지 않으면 결국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p.611>

 

 

나는 여행을 하면서 현지 여성들이 받고 있는 대우와 학대를 볼 때마다 깜짝 놀랄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 나는 성별, 인종과 종교, 성적 취향에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단 한번도 나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 . 그러나 여행을 하면 할수록, 전 세계 여성들의 실상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그들이 얼마나 무력한지 알게 되었고 반면에 내가 그동안 엄청난 헤택을 받으며 살아왔고 터무니없이 순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p.377>

 

믿을 수 없는 현실에 가슴이 찢어진다. 살아남기 위해 일찍 결혼을 하거나 매춘을 하지 않길 빌며 에스더를 후원하기로 결정한 할리처럼 나 역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인 듯.

매번 해야지 해야지 해놓고 어물쩡 넘어갔는데 이번엔 꼭 해외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계좌를 개설해야겠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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