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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아내
테이아 오브레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발칸 반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 <호랑이의 아내>
책 띠지에 이런저런 수상내역이 적혀 있는데 그 중에서도 2011년 최연소 오렌지상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에 시선이 간다.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은 소설 하나로 작가들이 평생 한 번 받을까 말까 한 찬사를 듬뿍 받고 있는 이 작가의 나이가 스물 다섯밖에 안됐다는 사실 !!!
2007년에 시작해 스물네살인 2010년 2월까지 썼다는데 정말 대단한 듯 ~
불길이 넘실대는 밤 우리를 빠져나온 호랑이 한 마리, 인간의 체취를 느껴버린 그 호랑이를 사랑한 귀머거리 소녀, 한때 음유시인을 꿈꾸었던 소녀의 남편 백정, 마침내 곰이 되어버린 곰 사냥꾼. 신뢰의 연금술을 갈망한 약제사, 그리고 사랑에 목숨을 판 영원히 죽을 수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 <호랑이의 아내>
할아버지가 들려준 삶과 사랑, 죽음과 전쟁에 관한 아릿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호랑이의 아내는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담긴 이야기로 이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애도의 노래라고 하니 사람의 감정,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사람들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방 정부와 협력해 여러 개의 고아원을 세워주고, 젊은 사람들을 도시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픈 대학에서 보내온 물품을 브레예비나의 고아원에 전달하기 위해 이동중인 그녀는 할머니로 부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면서 할아버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두 개의 이야기, 호랑이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와 죽지 않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 사이에 있다며 할아버지의 군대시절, 할머니를 향한 사랑, 외과 의사이자 병원의 폭군으로 지낸 세월 등과 같은 모든 이야기를 관통시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녀가 알게 된 이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어떻게 어른이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가 어떻게 다시 아이가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글을 적으면서도 내가 하는 제대로 된 말인지 좀 헷갈리긴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안다는 ㅎㅎ
매주 호랑이를 보러 할아버지와 함께 동물원을 갔던 이야기부터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이야기까지 곳곳에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녹아있는데 그런 소소한 이야기보다는 신화같은 신비스러운 이야기에 금새 마음이 차분해진다. 신비스럽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만나게 되는 삶과 사랑, 죽음과 전쟁에 관한 이야기들.
중반까지는 <다>로 끝나는 문장. 대화보다는 서술이 많은 이야기가 딱딱하게 느껴져 집중도 안되고, 지루하기만 할 뿐 아니라 그녀가 들려주고픈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뭔지 뭘 말하려고 하는지 쉬 상상하기가 힘들어 글을 읽기 바빴고 이야기를 따라가기 바빴는데 중반을 넘어서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부터는 점점 이야기의 윤곽이 드러나는면서 빠져들기 시작한 덕분에 재밌어지기 시작하더라. 우리를 빠져나와 인육맛을 알게 되는 호랑이, 귀머거리 소녀와의 만남, 벙어리 소녀의 운명, 이름 대신 '호랑이의 아내'라 불리우는 소녀의 남편인 '루카'의 이야기며 곰이라 불리우는 사나이 '다리샤', 약제사의 이야기는 정말 너무너무 환상적이었던 것 같다.
다 읽으니 이렇게 이해하기 쉬운 것을 ~ 처음엔 왜케 마냥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손녀와 할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자, 비극의 역사 위에 지속된 삶과 꿈, 사랑과 상실, 죽음과 전쟁에 대한 아련하고도 황홀한 슬픔으로 가득한 하나의 아름다운 우화 <호랑이의 아내>
사실적인 것과 환상적인 이야기를 적절하게 섞은 작가의 내공이 보통이 아니라 생각되지만 재미만을 위해 가볍게 읽을만 한 책은 아닌 것 같으니 참고하시길 !!
"너는 이게 그러한 순간 중 하나라는 걸 이해해야 해."
"어떤 순간요?"
"마음속으로 간직하는 그런 순간 말이다."
"무슨 말씀이세요? 왜 그렇죠?"
"우리는 전쟁 중이야. 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모든 사람의 것이지. 날짜, 이름, 누가 그걸 시작했고 왜 그랬는지 등 전쟁에 휘말린 사람들만이 아니라 신문에 글을 쓰는 사람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정치인들, 여기에 와본 적도 없고 전에 이곳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하지만 이건 너의 것이야. 이건 너에게만 속하는 것이지. 그리고 내게만 속하는 것이야.
너와 나, 오직 우리 둘만의 것." <p.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