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불 - 존재에서 기억으로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없어진 다음 세상이란 어떤걸까 ?"

기억과 사랑,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색이 담긴 츠지 히토나리의 <백불>

 

제목은 물론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책. 자못 너무나도 진지한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건 아닐까하며 걱정스레 읽어 내려갔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기우에 불과했던 듯~

기억과 사랑, 삶과 죽음이라는 너무나도 광범위한 이야기를 한 남자의 생(生)과 사(死)를 통해 츠지 히토나리만의 감성으로 섬세하게 잘 묘사했더라 ~

일본작가 최초로 프랑스 5대 문학상 페미나상을 수상했다는데 대단하다는 !!!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긴 했지만 형의 죽음을 통해 왜 사람이 죽으면 태우는 건지,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는 미노루.

친구들의 놀림으로 상처받는 친구를 보면서도 보는둥마는둥 하질 않나, 익사한 소녀의 시체를 목격한 이후 흰 부처의 모습을 보기 시작하고, 자꾸만 기시감을 경험하는 미노루를 보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안되 어리둥절, 계속 읽어야하나 ? 내심 심각한 상태였는데 ~ 중후반을 넘어서부터는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헤어나오질 못했다.

삶과 죽음, 떠난 자와 남는 자. 다양한 입장에서 죽음이란 것을 생각해보게 되더라. 모든 사람은 태어난 순간 평등하다는 깨달음을 안고 백불을 건립한 것처럼 대단한 일은 못하겠지만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내일이라 했으니 후회없는 하루하루를 살아야겠지.

 

태어나 60년이 지났지만 풍경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벼 이삭과 흐르는 구름과 저 감시자 같은 태양도 그대로다.

그런데 살아 있는 것들은 시간을 들이마시고 점점 늙어간다. 치매에 걸린 가네코처럼 그 머릿속을 알 수 없게 된다.

태어나 죽어가는 인간들에 대해 생각했다. 섬은 커지지도 작아지지도 않고 예전과 똑같은데 인간만이 새로 태어나고 늙어간다.

도대체 나란 무엇일까 미노루가 자문했다. 왜 태어나서 이렇게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는 걸까. 이 의문이 죽기 전에 풀어야 하는 마지막 수수께끼 같다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까치가 미노루 머리 위를 날아갔다. 희고 까만 새가 힘차게 나르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평생을 쫓아다니는 이 의문이야말로 존재의 이유가 아닐까 문득 깨달았다. 절대로 찾을 수 없는 대답. 결코 다다를 수 없는 진리. 아무리 고뇌한다 해도 얻을 수 없는 이해.

애초에 대답 같은 것은 없었다. 왜일까 하는 의문을 계속 품는 것이 삶 그자체가 아닐까. <p.266~267>

 

작품의 주인공인 '에구치 미노루'는 칼을 만드는 집안에서 태어나 전쟁 중에는 철포 개발에 종사했으며, 전쟁이 끝난 뒤에는 발명가가 된 할아버지 이마무라 유타카씨를 모델로 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표현 하나하나가 굉장히 리얼리티하다.

모든 사람들의 평등을 주장하며 섬사람들의 무덤 속 뼈를 모아 골불(骨佛)을 세우고 불상이 완성된 날 우연찮게도 생을 마감해 백불에 자신의 뼈를 더한 부분은 당연히 각색인 줄 알았는데 엄연한 사실이라고 +_+ 어떻게 이런일이 ~

이래서 가끔 우리의 생은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매력적인지도 모르겠다.

 

'백불'은 현재까지도 일본 후쿠오카 쇼락쿠지에 보존돼 있어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백불을 보기 위해 이 절을 찾고 있다는데 나 역시 너무나 궁금하다는 ~

이 작품이 아니었더라도 백불의 사연에 대해 전해 들었다면 세상에 이런일이~를 외치며 찾아가 봤을지도 모를일 ~

백불이라는 제목 자체가 의아스럽기도 했는데 책을 다 읽은 지금에선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제목 같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서 자신의 삶을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었음 좋겠다.

 

 

미노루가 가만히 타들어가는 숯을 바라보았다. 침침한 마루에서 숯만이 빨갛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사람에게도 저런 시기가 있지.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이윽고 불이 꺼진 숯처럼 재로 남는 법.

그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 살아 있는 사람 모두에게 평등하지, 하고 생각했다. <p.272>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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