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나 - 사랑의 여신
무라트 툰젤 지음, 오은경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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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뷜뷜로, 이 세상에서 가장 짧은 것은 사람의 목숨이에요. 지금 우리가 눈으로 보고 있는 저 산들을 여태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았겠어요.

수천 명은 되겠죠. 지난 일은 지난 일입니다. 또 다른 내일이 있겠지요.

어제와 같은 내일은 오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게 옳을 겁니다." <p.37>

 

 

이교도 여인을 사랑한 성주의 아들, 장군의 여인을 사랑한 병사.

인류 최고의 문명 발상지 수메르 땅에서 펼쳐지는 두 남자의 사랑과 여신 '이난나'의 재현이라는 글귀에 혹해 읽기 시작한 <이난나>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 걸친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음에도 권위가 흔들리는 19세기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두 남성과 여인들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소설이다.

 

나에게는 너무 생소한 <터키소설> 이지만 신분과 전통을 뛰어넘어 피어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길래 쌀쌀한 계절, 사랑이야기로 마음속 불길을 좀 피워보기 위해 읽었는데 생각외로 터키 소설의 벽은 높았다. 처음 중국 소설을 접했을 때처럼 답답한 면들이 많더라는 ~ 계층적 위계, 다종교 갈등 요런건 그럴수 있다 이해를 하겠는데 일부다처제 요것은 정말 ;;;

특히나 신앙과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 추방령을 당한 '제밀'이 아름다운 여자들을 볼때마다 느끼는 사랑에 대해선 정말 이래도 되는건가 싶을만큼 분노가 치밀더라는 ~~

가부장제 사회에 살아가며 둘째 부인, 혹은 첩의 신분을 갖고 살아가는 여자들은 그런 자신의 위치를 질투하거나 시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남자를 보살피며 묵묵히 곁을 지켜 준다. 사랑하면 결혼하라 부추기기도 ;;; 불안했던 시기에 그녀들이 보여 준 그러한 모습들은 오래 전 여신 이난나가 자신의 남편을 구하기 위해 지옥으로 내려가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고 그 모습을 사랑의 여신 '이난나'의 재현이라 얘기하는 것 같은데 그들의 초인적 인내가 오히려 나에게는 너무 답답하게 다가오더라는 ~
지금을 살아가는 나는 이런 남자라면 이혼을 해도 골백번은 했겠다 중얼거리게 되니 ㅠ-ㅠ

모든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이 있다고 한다. 그 철학을 알맞게 활용하는 것은 나의 몫. 어떤 연인들에게는 사랑하는 슬픔이 있고, 어떤 이들에게는 사랑받는 슬픔이 있다.

사랑을 꿈꾸기 앞서 노예로 팔려가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해내야만하는 인생도 있는 법 아니겠는가.

마음껏 내 꿈을 펼치고, 사랑을 하고, 미래를 설계해나갈 수 있는 지금의 상황에 감사하며 맘껏 즐겨야겠다는 !!

 

이교도 여인을 사랑한 성주의 아들 '제밀'과 장군의 여인을 사랑한 병사 '빌랄'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되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격정적인 사랑이야기가 없어 아쉬웠지만 책 속  인물들이 들려주는 조언이랄까.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사람은 모든 것을 감수할 수 있다는 말, 아름다움 이면에는 추한 면도 감추어져 있다는 말,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잃어버린 것들은 포기하고, 내 손에 쥐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행복하라는 말, 산다는 것은 이렇게 넘어지고 일어나고 하면서 배우는 거라는 말, 얻에 있든지간에 우리가 하는 일을 좋아하면서 잘해야 한다는 말 등등 조근조근 들려주는 삶의 지혜에 관한 말들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인생의 진실에 관한 문제는 위대한 철학자들도 죽을 때가 가까워서야 알게 되지. 나는 그저 나의 한계에 대해 말하는 것뿐이야, 제밀.

나는 삶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을 내 생각대로 해석하는 것뿐이네. 이것도 매우 신중하려고 노력하지. 누구나 실수하기 마련이야.

지난날 누군가가 선행을 베풀려고 어떤 일을 했지만 결국 지나고 보니 그 사람에게 가장 나쁜 일을 한 결과가 되고 말았어.

가장 좋은 삶은 자신의 길을 지체하지 않는 것이야. 왜냐하면 우리 모두 어두운 세상을 홀로 여행해야 하니까." <p.258>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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