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너도 알지, 그렇지?" 그는 베스에게 말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베스는 눈가를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도 그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어. 다만 . . . 이 마을이 더 이상 행복한 곳이 아니라는 건 알아." 그녀가 말했다.

엄마는 팔을 뻗어 베스의 어깨를 안았다.

"하지만, 윌. 여기 머무른다고 네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니?" 아빠가 물었다.

윌은 바다를 바라봤다.

"잘못된 걸 바로잡으려고 노력할 수 있잖아요." 그가 대답했다. <p.240>

 

 

잔혹한 어른의 세상에 노출된 아이들의 모습을 고발한 성장, 추리소설 <블러드 차일드>

외딴 도로에서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쓰러진 윌. 한 소녀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지만 모든 기억을 잃고 만다. 부모조차 기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순식간에 자기 집의 손님이자 자기 인생의 손님이 되고 만다. 그런 그에게만 보이는 기묘한 소녀. 보이진 않지만 아주 가까이 있는 듯 한데, 자신의 방을 온통 뒤덮은 소녀의 얼굴은 물론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그려진 소녀의 얼굴을 보게 되고 소녀의 정체가 무엇이든 그 말고 누군가 그녀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단 사실에 어리둥절 하기만 하다. 마을에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고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소년의 말을 믿으려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윌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자신에게 나타나는 아름다운 소녀와 마을을 휘감고 있는 암울한 기운이 서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강하게 느끼지만 그 비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를 노리는 괴한들의 위협도 거칠어지고 자신이 마을을 병들게 하는 원인을 거의 밝힌 시점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 . . 그의 말을 믿는 것은 친구 베스와 괴짜 신부,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싫어하는 떠돌이 크로뿐. 마을이 병들었다고 소동을 일으키는 윌을 적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 속에서 윌은 점차 사고 이전에 그가 파악했던 마을의 추악한 비밀에 가까이 다가가는데 과연 마을을 병들게 한 진짜 악의 존재는 무엇일까 ? 윌은 밝혀낼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것을 보는 소년의 이야기를 범죄와 연결시켜 환상적이면서도 긴장감 있게 그려낸 팀 보울러의 신작소설 <블러드 차일드>

프로즌 파이어, 리버보이를 읽어봤는데 (꼬마난장이 미짓, 스쿼시, 스타시커는 아직;;) 이제까지의 스타일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라 그런지 너무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한 아이의 기억 찾기를 통해 한 마을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러 느낌의 이야기라 그런지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대상이 옮겨진 느낌이랄까 ?

어른스러운 느낌이 폴폴~

북폴리오의 <초키>를 읽고 곧장 집어든 책이 <블러드 차일드>였는데 우연찮게 전작에 이어 이 책에도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관심있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초키에 비해 블러드 차일드가 시종일관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음을 조마조마, 심장을 벌렁벌렁 거리게 만들어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커 승리 !!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는 질색이라며 똑같은 이야기라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게 좋아 신비로운 사건이나 미스터리한 등장인물을 곳곳에 배치해 놓곤 한다는 그.

이번 작품에선 그것들이 굉장한 힘을 발휘했던 것 같다.

 

"제 영혼을 구원하러 왔나요?"

"구원이 필요하니?"

"모르겠어요."

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네 영혼은 아주 건강한 것 같은데."

"영혼을 뺀 나머지는 엉망진창이고요?"

"너는 그렇게 생각하니?"

"내 생각 따위에 누가 관심이나 있나요? 이 동네에서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인데요." <p.181>

 

우리 모두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얽매어 우리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듯~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는 마음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는 것.

 

보이지 않는 걸 본다는 것만으로 남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정상'이 아닌 사람이 되버린 윌. 부모조차 믿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그를 얼마나 무력하게 만들었을지 맘이 아파온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처절하고 가혹했을지 상상이 안된다는 ~ 그럼에도 진실을 향해 한발한발 내딛은 소년의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똑바로 보는 것은 오로지 마음만이 할 수 있다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도 진실을 깨우칠 수 있는 마법의 약물같은건 어디 없으려나 ~

 

영화 도가니 때문에 도가니의 실제 사건이 벌어진 광주 인화학교에 대한 관심도 큰 요즘이라 그런지 <블러드 차일드> 또한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는데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정녕 꿈같은 일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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