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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랜드 ㅣ 이모탈 시리즈 3
앨리슨 노엘 지음, 김경순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린 늘 우리가 가질 수 없는 걸 원하지." <p.120>
영원한 삶과 죽음을 뛰어넘은 사랑을 그린 로맨스 판타지 소설, 이모탈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 <섀도우 랜드>
섀도우 랜드는 불사자가 죽으면 가게 되는 곳으로 암흑만이 존재하는 세계를 일컫는데 아무도 없고,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그곳에,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지내야 하는 불사자의 사후는 섬뜩할 정도로 무섭다.
<블루 문>에서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환상의 공간 '서머랜드'가 등장해 그 신비로움을 더해줬다면 <섀도우 랜드>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섀도우랜드를 창조하면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을 암시한다.
로만의 계략이긴 했지만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실수 때문에 데이먼과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에버. 해독제로 데이먼을 살리긴 했지만 에버의 피로 인해 함께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데이먼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픈 욕심이 부른 죄. 누굴 탓하리오 ~
해독제를 치료하는 해독제를 갖고 있는 로만에 맞서고자 하는 에버를 위로하며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데이먼. 자신의 업을 씻기위해 호화로운 삶을 버리고 보통 사람의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데이먼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데이먼이 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아 신기하더라는 ~
그런 모습이 적응이 안되는 에버에게 내가 입는 옷, 내가 모는 차, 내가 가진 미술품 그런게 아니라며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우리를 규정해주는 거라고, 우리가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건 우리가 한 일이라'며 따끔히 경고하는데 더 좋아보이고, 있어보인다는 이유로 이런저런걸 탐내는 내 자신에게 던지는 경고 같아서 뜨끔하더라는 ~
"난 . . . 그 문제에 대해선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끝이 있다고 해서 그게 나쁘다거나 누군가 상처받게 돼 있다는 건 아니란 거야.
처음부터 절대 일어나지도 말았어야 한다거나 뭐 그런 뜻은 아니라고.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바로 다음으로 넘어간다면, 우리에게 무슨 성과가 있겠니 ?
상처가 되는 걸 다 피해버린다면 우리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겠어 ?
그러니 계속 나아가는 것 외엔 뾰족한 수가 없어. 그저 앞으로 나아가며 최선을 바라는 수밖엔. 혹시 누가 알아 ? 그러는 중에 한두 가지 배우게 될지." <p.197>
'드리나'와 '로만'에 이어 데이먼과 에버의 사랑을 방해하는 새로운 캐릭터 '주드'를 등장시켜 긴장감을 향상시키는데 갠적으로 <섀도우 랜드>에서는 주드의 등장으로 야기되는 팽팽한 긴장감 보다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채 모든 행복을 누리는 불사자의 화려한 삶에 감춰진 참혹한 현실과 종말, 그 비극적인 이야기에 주목하고 싶다.
뜻대로 원하는대로 뭐든 할 수 있다는 것. 일반적인 법칙이 통하지 않는, 세상을 놀이터라 생각하고 판에 박힌 듯한 일상에 갖혀 살지 않아도 되는 . . .
우리가 원할 땐 언제든지, 누구도 어떤 것도 막지 못하는 삶이라 마냥 행복하고 즐거울 것 같지만 . . .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현실. 믿기 힘들 정도로 방대하고 끝도 없는, 강력하고 어떤 한계도 보이지 않는 그런 현실.
친구들은 다 늙어 죽는데도 나만 그대로라는 것. 그러다보니 어쩔수 없이 멀리서 지켜봐야만 한다는 것. 사람들과 다른 점이 드러나게 되면 그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삶. 그리고 다시 반복되고 반복되는 그런 삶에 대한 이야기.
섀도우 랜드를 경험하고 나니 자연이 의도한 대로 사는 삶이 유일한 길이다라는 확고한 생각을 하게 되는 데이먼.
600년을 살며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한 데이먼의 지혜로운 생각들. 에바는 물론 이 책을 읽는 나까지 언제나 알 수 있으려나 ~
"기술이 빠르게 진보하면서 익숙하던 것들이 돌연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그런데 숨가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패션 같은 것도 진보하고 변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네가 좀 더 오래 살다 보면 그저 계속 돌고 도는 거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옛날 아이디어를 다시 활용하면서 새로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거지.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처럼 보여도, 사람들이 원하는 핵심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야.
다들 쭉 추구해왔던 것들을 여전히 찾고 있잖아. 쉴 곳, 음식, 사랑, 위대한 가치 . . .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발전해도 변함없이 인간이 추구하고 탐색하는 것들 말이야." <p.325>
이런 철학적인 얘기가 담겨 있어 더 좋았던 이모탈 시리즈.
사랑하라. 인생에 있어서 좋은 것은 그것뿐이다. - G.상드 -
사랑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