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스토리콜렉터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얄궂은 일이다. 도코로다 가즈미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 자신을 믿고, 자신에게 강하게 의지하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불사한다.

그것이 요즘 유행하는 걸까 ? 자아, 자아, 자아. 모두가 남의 시선이야 어떻든 진정한 자아를 찾는 세상이다.

찾을 필요도 없이 이미 확고한 자아가 있다고 자부하는 이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수단을 고르지 않고 주위 사람들의 심정을 돌아보지도 않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인까 ? <p.272>

 

내가 너무 좋아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소설 R.P.G.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모방범>과 <크로스파이어>에서 각각 활약했던 다케가미 형사와 치카코 형사가 등장한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컸던 소설이다.

그녀의 작품답게 술술 읽혔는데 화려한 소개글 답지 않게 이야기는 단순(?)하더라는. 하지만 그 안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주제가 들어있었던 것 같다.

<가족>, 이 책을 읽는 나와 당신에게 있어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 . .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질문이 나를 이렇게 아득하게 만들줄은 몰랐다.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아 한창 전쟁을 벌이고 휴전을 하고 있는 시기라 그런지 더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던 이야기랄까.

 

공사현장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 남자가 사체로 발견된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한 가족의 가장인 '도코로다 료스케'의 죽음.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가 인터넷상에서 '아버지'라는 닉네임으로 몇몇 사람들과 함께 '가족놀이'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서로 얼굴도 실명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마치 가족처럼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로 연극을 해왔던 것을 알게 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딸의 닉네임인 '가즈미'는 도코로다의 친딸 이름이기도 하다.
진짜 가족을 내팽개친 채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가족을 만든 이유는 무엇이며, 가족놀이에 빠져들었던 이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이러한 상황을 알게 된 진짜 가족의 심정은?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R.P.G.> 는 'Role-Playing Game'의 약자로 실제 상황을 상정하여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며서 문제 해결법을 터득하도록 하는 학습법. 실제 역할연기법을 도입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방범>과 <크로스파이어>에서 각각 활약했던 다케가미 형사와 치카코 형사가 등장한다는 소설 치고는 그리 큰 재미를 못느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책속 사람들 이야기에 내 감정이 이입되면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다들 외롭다며, 현실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도저히 진정한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도 진정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고독한 거라며 마음을 이어줄 끈이 필요해 현실의 아버지가 주지 않는 것을 바라고 '아버지'에게 접근했다는 이야기 속에서 ~ 나 역시 실제 우리 아버지가 주지 못하는 것을 해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가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빠져들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더라. 고민을 들어주고, 진지하게 의논해주고, 이해심많고 상냥하고, 딸의 행복을 첫 번째로 생각한다고 말로 아름답게 표현해주는 '아버지'.

늘 원했던 타입의 아버지이기에 현실이 아닌 인터넷 속에서라도 붙잡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

 

책 속처럼 <가족놀이>가 아니지만 나 역시 오랫동안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가족에게 말못할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적어가며 내 생각을 표현하는데 그것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무시하고 흉을 보는 게 아닌 그럴수도 있다며 이것저것 말해주는 것에 큰 위안과 즐거움을 느낀다. 그렇게 6년이 넘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으니 이곳은 또다른 나의 집인 셈.

이곳에서 만큼 나는 밝고 상냥하고 현명한 30대 여성이고 싶다.

이렇듯 사람에겐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사람들이 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상관없어" 라고 큰소리 치는 순간에도 내심 모든 인간 관계 속에서 사랑받기를 열망하는데 그 중에서도 부모와의 관계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고 ~ 가장 가까운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사회에서 어찌하므로 당당하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그런것을 생각하면 책 속 주인공 사연 하나하나가 모두 너무 안타깝다는 ~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의 그 고통을 알기에 더 안타까운 ㅠ-ㅠ


가정에서 부도덕한 일을 하는 것은 과일에 벌레가 붙은 것과 같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퍼지므로. <탈무드>

 


 

 

나비

 

사이조 야소

 

이윽고 지옥에 내려갈 때,

그곳에서 기다릴 부모와

친구에게 나는 무엇을 가지고 가랴.

 

아마도 나는 호주머니에게

창백하게, 부서진

나비의 잔해를 꺼내리라.

그리하여 건네면서 말하리라.

 

일생을

아이처럼, 쓸쓸하게 이것을 쫓았노라고.

 

 

 

 

책 속 이야기만큼이나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시 한편.

하나의 가정을 원만하게 다스린다는 것은 한 나라를 통제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 했는데 지금은 행복한 가정을 위해 노력해야할 때.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할지 지금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 신랑과의 대화부터 시도해봐야겠다.


 

 

 

[더난지기님의 블로그 이벤트에 당첨되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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