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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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고통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우리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 그래서 도저히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행동들이죠. 우리는 한 몸에 사는 두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두 사람은 서로를 도저히 못 견딥니다. 거짓말쟁이와 거짓말쟁이를 도저히 못 견디는 사람, 도둑과 도둑을 증오하는 사람 . . .

우리의 의식 밑바닥에서 벌어지는 그 둘의 움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없습니다.

우리는 그 싸움으로부터 달아나려 하지만 그 싸움은 우리와 함께 달립니다. 어딜 가든 그 싸움도 쫓아오죠." <p.147>

 

뉴욕 최고의 형사였지만 은퇴후 조용한 삶을 꿈꾸며 델라웨어 카운티 산자락 끝에 펼쳐진 초원의 19세기 농장 주택에 살게된 데이브 거니는 아내의 권유로 미술 감상 강좌를 듣다 범죄자들의 머그샷을 새롭게 해석해보면 어떨까 싶어 자신이 체포한 살인자들의 사진을 보정하며 시간을 보내게된다. 그런 어느날 대학 동창 마크 멜러리로부터 거니의 조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잠깐이라도 좋으니 들러서 얘기를 할 수 있었음 좋겠다는 메일을 받게 된다. 다른 무엇보다 맞추어야 할 퍼즐이 있다는 얘기에 호기심이 생겨 그가 운영하는 수련원을 찾게 된 거니는 그로부터 조금은 황당하지만 웃어넘길 수 없는 얘기를 듣게 되는데 . . .

[네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행동을 하는지,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는 알아. 숫자를 하나 생각하라고 말하면 네가 무슨 숫자를 생각할지도.

못 믿겠다고 ? 내가 증명해볼까 ? 1000 미만의 숫자를 하나 생각해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숫자를 머릿속에 그려봐. 이제 내가 너의 비밀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한번 확인해볼까? 작은 봉투를 열어봐.]

밑도 끝도 없이 숫자를 고르라는, 자못 선언적이고 명령적인 편지. 아무런 이유없이, 그저 그 순간 머릿속에 처음으로 떠오른 숫자일 뿐인 '658'을 봉투 안에서 발견한 순간 느끼게되는 말할 수 없는 두려움. 그렇게 살인게임은 시작되고 만다.

 

 

안그래도 올해 단 한권의 책만 읽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들라! 라는 글귀를 보고서 얼른 읽고프다는 욕심이 생겼는데 다른 책들과 다르게 출간과 동시에 연일 엄청난 이벤트가 열리면서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기대에 부흥이라도 하듯 초반부터 너무나도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에 소름이 돋을 정도~

친구의 부탁으로 이상한 편지들에 대한 논리적인 추리를 하게 되는 거니, 친구의 죽음 후 연이어 벌어지는 연쇄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거니, 그리고 드디어 범인과 조우하게 되는 거니.

이렇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누가 죽였을까?'보다 '어떻게 마음을 읽었을까?'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 특히나 숫자 게임을 하며 벌어지는 살인 사건은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새롭다 느낄 정도로 신선했던 것 같다. 하지만 중후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스릴감이 떨어져 아쉽 ;;;

숲 한가운데서 멈춰버린 발자국, 마지막으로 발자국을 남겼던 근처 나무위에 매달린 부츠, 잔디의자, 지문, 땀, 머리카락, 피부조각 하나 없이 너무나도 깨끗한 사건 현장. 경찰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나도 완벽한 그 모습에 상상 그 이상의 범인의 모습을 생각해낼 수밖에 없었는데 책 속 범인은 그 상상을 뛰어넘지 못한 모습이었다고나 할까;;; 그 부분만 보완된다면 올해 읽은 책 중 최고다 말할 정도로 완벽했을 듯 ~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문제는 자기가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문제는 그 사람들이 원인이라고 생각해.

바로 거기서 문제가 생기는 거야. 모든 것을 내 방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는 당연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든 걸 자기 방식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건 유치하다고 생각해.

한마디로 내가 기분이 좋고 다른 사람들이 바르게 해동하면 그게 좋은 날인 거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진리이고,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편견으로 왜곡된 거고." <p.153>

 

숫자 게임에 대한 의문 만큼이나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정신 수련원을 운영하는 마크 멜러리의 강의.

번지르르한 말장난일 뿐일거라 생각했던 거니조차 그의 강의에 푹 빠져들지 않았던가. 나 역시 마찬가지 !!

음성 지원이 되다면 글이 아닌 목소리로 담아놓고 잠자기 전에 틀어놓고 듣고 싶을 정도~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를 보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고 했다. 각각의 얼굴만큼 아주 짧은 순간에도 각양각색의 마음속에 수만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다 내 맘같지 않다며 한탄하곤 했었는데 다른 사람을 탓하기전에 나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겠다.

그리고 . . .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날지, 어떤 사건에 휩싸일지 모르니 죄짓지말고 무조건 착하게 살아야겠다 다짐 또 다짐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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