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생각해
이은조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난 아직 글을 내 인생의 목표로 정한 게 아니야. 나는지 지금 글을 쓰고 있을 뿐이야.

내일은 무엇을 할 지 나도 잘 몰라.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생을 실패할 거라고 단정 지을 순 없잖아. <p.291>

 

 

공연 포스터로 도열한 황량한 거리. 소극장이 즐비한 대학로 3구역에서 경영난에 허덕이는 극단 '명우'의 홍보 직원이자 작가인 우리의 주인공 '장유안'
돈도 안 되고 인기도 별로 없는 연극 관련 직업을 가진 그녀지만 청의 작품이 끝나면 그녀의 데뷔작이 명우 극장에 오를 예정이다.
그러나 바로 그 시점에 사라진 실장. 떠들썩하게 성공한 연극 작가 '지나'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잘나가던 친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열패감은 더 짙어만 가는 시점에 어쩌다 명우의 실장 자리를 맡게 되면서 후원을 얻기 위해 술 접대까지 해가며 고군분투하는 그녀. 하지만 자금난은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유부단한 남자친구는 결혼을 두려워하며 그녀에게 문자로 이별 통보를 보내고, 공연 전날 건물주가 나타나 극장대관료를 선입금하라고 요구하는 와중에 과연 그녀는 첫 번째 작품을 무사히 무대에 올릴 수 있을까?
 

공연을 보러 대학로를 들락거려서인지 연극작가를 꿈꾸는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예사롭게 다가오지 않아 읽고싶었던 책 '나를 생각해'

공연 준비 하느라 떠들썩한 대학로. 특정한 시간에만 살아있는 시한부 공간인 그 곳. 뿌듯함과 허탈감, 관객의 수로 흥행성적을 따질 수 밖에 없는 그 곳이지만 공연장을 떠날 수 없는 배우와 스텝들의 이야기를 한데 버무린 이야기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 '나를 생각해'는 희곡작가면서 연극 기획자인 여주인공의 내면을 통해 도시적 사랑의 풍경을 이야기한다. 소재며 전체적인 느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아 그런지 <연극이 끝나고 난 뒤>라는 노래를 떠오르게 만든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채 무대위의 정적만이 남아 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 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무대위에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리고 있죠.>

조금은 쓸쓸하고 덧없으면서도 이게 바로 인생이지 ~ 싶은 !!

 

헤어졌다 다시 만나고 만나서 하는 일이라곤 모텔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 전부인 유안과 승원의 러브 스토리는 박해일, 강혜정 주연의 '연애의 목적'이 생각나게 했는데 예전에 그 영화를 볼때 마냥 짜증나고 그들의 이야기가 이해가 안되 어리둥절하기만 한 나는 사라지고 이제는 이런 사랑도 있는거지~ 하는 나를 발견하곤 실실 웃음이 나더라.

내가 변한걸까 시간이 변하게 만든걸까 ?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사는 할머니, 위장이혼을 하고 새살림을 차린 아버지, 싱글맘 친구와 수상한 동거 생활을 시작한 언니의 이야기.

크게 상처받은 것처럼 호들갑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지도, 화려한 미사여구로 눈을 현혹시키지도 않은채 우리네들의 삶과 사랑, 꿈과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하는 담백함이 맘에 들더라.

 

 

"선택하지 않은 삶이니까 불편한 건 당연한 거 같아요. 재영씨랑 살아 보니까 감정 소비를 덜 하더라구요. 무조건은 없어요.

네가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 네가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기대는 없죠. 불편과 긴장을 감수하고 이해해 주려고 노력해요.

그러기 위해선 자주 대화를 하는데 다행히도 우린 말이 잘 통해요."

 

"말이 잘 통한다는 건 어떤 거죠?"

 

". . . 그 사람을 기다려 줄 수 있다는 뜻이죠. 얘기하고 싶고 같이 있고 싶으니까. 우린 서로를 기다릴 자신이 있어요. 유안씨,

거창하게 생각할 거 없어요. 우린 어차피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뿐이에요." <p.45>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지켜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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