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추정 시각
사쿠 다쓰키 지음, 이수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후지산이 아래 가와구치 호수로 빠져들 것처럼 비탈이 심한 산기슭 경사면의 광대한 대지에 저택이 서 있다. 사람들은 그곳을 금어전이라 부르는데 높다랗게 둘러쳐진 담 안쪽으로 우뚝 솟은 일본식 가옥의 지붕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샤치호코가 주위를 노려보고 있다. 열두 개나 되는 방이 천장부터 실내 장식까지 모두 금으로 입혀져 있다고 하니 입이 떠억 벌어질 수밖에 ~
저택의 주인은 와타나베 쓰네조로 주식회사 와타나메 토건의 사장. 와타나베의 탐욕스러움은 말로 다 표현을 못할 정도지만 외동딸 '와타나베 미카'에 대한 사랑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는다. 전처가 낳은 외동아들은 이혼한 전처에게 양육비를 모두 떠맡기고, 자신의 골프장에서 평사원으로 부리며 본체만체 하면서 미카는 돈을 써서 키웠다 말할 정도. 예쁜 옷으로 치장시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골프장에 데려가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에 동석 시키고, 미카가 사립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학교에 설비나 비품 일체를 기부해 미카를 위한 골프부를 만들 정도. 그렇게 불면 날아갈까, 만지만 깨질까 애지중지 키운 미카가 유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어전은 발칵 뒤집히고 만다. 범인의 목적은 몸값 1억 엔. 돈보다 소중한 미카이기에 가짜가 아닌 '진짜 돈'을 준비하지만 그 돈은 결국 경찰 지시에 따라 전달되지 못하고 분노한 쓰네조는 딸을 되돌려 받지 못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며 미카의 목숨이 당신 목숨이라는 각오로 자신의 딸을 반드시 찾아내라며 현경 본부장, 모리타를 몰아세우기 시작한다.
설마설마했던 작은 희망도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결국 사체로 발견되는 미카. 분노한 쓰네조는 딸이 살해된 시각이 몸값 수수 실패 이전인지 이후인지 집착하는데 ~
한편 유류품인 미카의 가방에서 채취한 지문을 토대로 고바야시 쇼지라는 무고한 청년이 체포되고, 집요한 방법으로 자백을 받아내면서 쇼지는 사형에 처할 위험에 이른다.
진범의 정체는? 과연 고바야시 쇼지는 이대로 유죄가 확정되고 마는걸까? 
 

이 책을 읽지 않고 일생을 마쳐서는 안 된다

일본 유명 현직 변호사가 쓴 범죄 수사물의 걸작, 사쿠 다쓰키의 '사망 추정시각'

 

읽어보고 싶단 생각은 많았는데 다른책 읽느라 내내 잊고 지내다 광복절 연휴 카페 출석체크 미션 이벤트에 당첨되 소담출판사의 책을 한권 받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어떤 책을 읽어볼까 고민하다 맞아 이 책이 있었지 ? 하면서 냉큼 골라 재미나게 읽은 책 <사망 추정시각>. 뒤늦게라도 이렇게 읽어볼 기회가 생겨서 어찌나 즐겁던지 +_+

읽는내내 너무 흥미진진한 내용에 이 책을 선택하길 잘했다며 혼자 뿌듯해했다.

 

몸값 1억 엔을 목적으로 유괴되었던 소녀가 사체로 발견되고, 수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무고한 청년 '고바야시 쇼지'가 범인으로 사형 판결을 받게 되기까지를 그린 1부와 사건의 진실을 밝혀 고바야시 쇼지를 사형으로부터 구하려는 변호사 가와이의 고군분투를 그린 2부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사건 발생, 수사,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본 사법제도의 실태와 부조리를 낱낱이 그려낸 이 작품은 너무도 드라마틱한 내용에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분간할 수가 없을 정도다.

누군가를 죽인 사실이 없음에도 이렇게 쉽게 법의 심판을 받게 되다니 ;; 정녕 이것이 내가 그토록 믿고 있었던 <법>, <정의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나 싶을정도 ~~

좋은 판결을 받으려면 어떤 상황에서도 재판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안되고, 경찰과 검찰이 수집하는 정보는 유죄 판결을 얻기 위한 것이지 결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 정의가 아닌 조직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서 이런 사람들이 그 조직의 리더가 된다면 그 앞날 역시 불보듯 뻔할거라는 충격.
돈과 권력앞에 너무나도 무방비한 사람들. 불합리한 방법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 하면서 너무나 태연한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랄까? 그 충격이 생각외로 컸던 것 같다.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할런지 ~
 

"원죄사건을 다룰 때마다 항상 생각나는 말이 있어. '인생의 화(禍)와 복(福)은 마치 꼬아놓은 새끼줄 같다.'는 말."

 

"꼬아놓은 새끼줄?"

 

"인생은 화와 복, 즉 재앙도 행복도 서로 뒤섞여 꼬인 새끼줄 같다는 의미인데, 내가 원죄사건을 만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는 이유는 원죄라는 건 결코 한두 사람의 악인이 품은 악의나 누군가 한 사람의 실수만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 수십 가닥의 짚이 꼬여서 굵은 밧줄이 되는 것처럼, 수십명의 인간이 한 일, 즉 악의뿐만 아니라 일종의 선의, 배신이나 과실에다 일종의 의무에 충실한 행동이나 모범적인 행동도 모두 함께 꼬이고, 다양한 인간 활동이 얽히고설켜, 그것이 어떨땐 원죄가 되기도 한다는 말일세. 그걸 항상 통감해." <P.523>

 

사건 정황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가며 쇼지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을 보여주는 가와이 변호사. 그렇기에 쇼지가 누명을 벗을거라는 것이 너무도 확실해보여 통쾌하기까지 했는데 생각처럼 만만치않게 흘러가는 재판 과정을 보며 내가 쇼지였다면?? 억욱하게 누명을 쓰는것도 부족해 사형을 당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사회에서 생매장 당하게 된다면 어찌 해야할지 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것 같다.
사형된 후에 무죄가 입증된다면 ? 모든게 끝난 후라도 무죄 입증된 것에 감사해야 하는걸까 ? 그 책임은 누구에게 떠남길 수 있는걸까 ?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오지만 우리 모두 잠재적 고바야시 쇼지 이기에 꼭 한번 이런 것들을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신문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강력범죄, 특히나 살인, 유괴, 강간 등의 사건이 보도될때마다 저런 사람들은 살 가치가 없다고, 다 죽여야 한다고 단정짓곤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런 나에게 다시한번 묻는다. 니가 보고 들은게 진실이라고 확신하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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