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파더
이사카 고타로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맞는 말이다. 그건 이 경기장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냐. 사회 전체가 그런 거야.

보기엔 다정하고 평화롭고 모두가 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승부와 불평등이 횡행하는 위험스러운 도박장이나 다름없어. <p.116>

 

 

마리아비틀에 이어 순식간에 읽어버린 이사카 코타로의 신작 <오! 파더>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 와타루의 복수를 위해 신칸센을 타게 된 기무라를 비롯 수많은 킬러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내용인지라 어딘가 모르게 묵직하고 서슬퍼랬던 마리아비틀과 다르게 오! 파더는 어이없을 정도로 명랑 상쾌한 내용이라 나도 모르게 실실 웃으며 읽고 있는걸 발견하곤 했다. 친구로 인해 크나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 유키오지만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네 명의 아버지 때문에 이야기는 한없이 통통 튀는데 그게 그리 기분 나쁘지가 않더라. 오히려 머리 식히기에 좋았다고나 할까 ~

 

고등학교 2학년 유키오는 화려한 연애 경력의 어머니 덕에 네 명의 아버지들과 한 집에서 살고 있다.

<도박과 자신의 직감을 믿으며 살아가는 타카, 잘생기고 여자 밝히는 아오이, 항상 책을 끼고 사는 대학교수 사토루, 그리고 격투기 마니아인 몸짱 중학교 교사 이사오.>

이런 어마어마한 네 명의 남자를 거느리다니~ 어떤 매력의 여자이길래 ? 나도 여자이기에 이 부분이 제일 궁금했는데 잦은 야근과 출장으로 존재감 없는 어머니 ㅠ-ㅠ

하지만 유키오의 질문에 아버지들이 들려주는 자잘한 이야기속에 잠깐잠깐 등장하는 어머니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화려한 연애경력을 갖고 있다곤 하지만 어찌 네명의 남자와 살게 됐을까 궁금했는데 책 읽기 시작한 후 얼마 안되 궁금증이 풀렸다.

'애인이 나 말고 더 있느냐고 물어본 적 없잖아?'라며 네다리 연애 발각 당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빵 ~ 터졌다는!!

유키오가 태어난다는 발표를 계기로 네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됐고, 사랑하기에 함께 살기로 결정했으니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을 것 같다.)

 

허리 높이의 사이드보드에는 어머니 토모요가 좋아하는 액세서리와 인형, 고급스러워 보이는 손목시계, 작은 그림 등이 놓여 있다. 가로로 긴 사진틀도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들의 결혼식 때 찍은 사진이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어머니 양옆으로 아버지들이 둘씩 섰다. 사려 깊고 침착한 사토루 옆에 키가 크고 눈썹이 돋보이는 아오이, 그리고 만면에 웃음을 짓고 쌍꺼풀 진 눈을 크게 뜬 어머니, 머리를 뒤로 벗어 넘기고 쑥스러워 얼굴을 일그러뜨린 타카, 가슴을 펴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이사오, 전원이 있다.

어머니 뱃속에는 나도 있는 거지. 유키오는 사진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했다. <p.95>

 

평범한 듯 특이한 네 아버지 밑에서 자란 덕분에 농구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여자에게 인기도 좋은 '유키오'

정작 자신은 그런 사실에 별 관심이 없는데 친구 타에코에게 휘둘려 학교에 나오지 않는 '코미야마'를 설득하러 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중학교 친구 '마스지'로 인해 우엉남자들에게 쫓기지를 않나, 타카를 따라 도그 레이스에 갔다가 톤다바야시를 만나고 그가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하고, 변호사의 가죽 가방이 바꿔치기되는 상황을 목격하기도 하는 등 자잘한 사건이 끊이질 않고 일어난다.

지사 선거 운동, 런어웨이 프리즈너라는 어릴 적 봤던 드라마 속 죄수 탈옥장면, 도그 레이스 경기장에서 일어난 수상쩍은 가방 바꿔치기, 우엉 남자들의 시비, 휴대전화 대신 수기를 배우게 된 과정, 침에 침입한 빈집털이, 등교 거부중인 코미야마, 타에코에게 다시 사귀자고 매달리는 쿠마모토 선배 등 당췌 어울리지 않는 사건들이 모이고 모여 빵 터질때의 감격이랄까 전율이랄까 ~ 크고 작은 일들 사이사이에 평범하지만 아기자기한 생활 에피소드를 끼워넣어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어물쩡 넘어가다 막판에 한방 크게 터트려주는 이사카 코타로만의 이야기 진행 스타일에 그럼 그렇지~ 콧노래가 나온다.

 

아들의 위기에 모성애보다 강한 부성애를 발휘, 팀워크를 자랑하며 아들 구출 작전에 나서는 네 아버지. 다소 엉뚱(?)하긴 하지만 돈독한 가족애를 보여주니 이건 확실히 가족소설!!

그래서일까 ~ 한명도 아닌 네 명의 아버지로부터 각기 다른 교육을 받으며 성실하게 자란 유키오가 어떤 훌륭한 남자가 될지 마냥 궁금해진다는 ~

아직 부모가 아니기에 훌륭한 부모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식이 힘들어할때 도움을 주고, 이 넓은 세상에 혼자라는 느낌 없이 든든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이 ㅎㅎ

 

사람이 생활하는 데 있어 노력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답이나 정답을 몰라서 번민하여 사는 게 인간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해법과 해답이 반드시 있는 시험 문제는 귀중한 존재다. 답을 누가 가르쳐 주다니, 그런 일은 좀처럼 없다.

그러니 최대한 즐거운 마음으로 시험에 임해야 한다. <p.98>

 

학창 시절엔 그렇게 어른이 되고 팠는데 지금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만 있다면 ~~;;;

그 시절이 얼마나 좋은 때인지를 당사자들은 모를거라 생각하니 한없이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시험 문제보다 답이 없는 인생 문제가 얼마나 자신을 힘들고 무기력하게 만들지는 진짜 '어른'이 된 다음에 알게 되겠지. 다들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을 맘껏 즐겼으면 좋겠다. 나 역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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