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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버스괴담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6월
평점 :
- 지구 멸망이 따로 있냐 ? 내가 죽으면 지구가 멸망하는 거야.
그렇다. 지금도 누군가의 세계는 종말을 맞고 있다. 매 순간이 소멸의 순간이다.
어느 개인에게는, 또 어느 집단에게는. <p.120>
천 년에 한 번 있는 밀레니엄 세기말인 1999년 여름. 분당에서 서울 양재동으로 이어진 고속화도로,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는 2002번 심야버스 안.
정리해고를 당하고 자식조차 잣니을 인간 취급 안해준다며 만취한 승객이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다.
여자친구를 집에 바래다주고 버스를 탄 준호와 운전석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자리에 앉은 여대생, 준호의 대각선 앞자리의 긴 생머리 아가씨, 몇 칸 건너 뒷자리에 앉아 있는 마흔이 조금 안 되어 보이는 아줌마, 그리고 제일 뒤에 붙은 다섯 자리를 침대처럼 모두 차지하고 뻗어있는 취객, 기사와 정체불명의 남자까지 모두 위험한 상황
버스가 심하게 휘청거리며 죽음의 공포에 휩싸이게 되면서 그를 말리려 일어난 준호. 그 순간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만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기사, 복도에 서 있던 준호와 엉거주춤 서서 남자의 양팔을 잡은 아줌마와 여대성, 그리고 문제의 남자와 준호가 한데 엉켜 버스 바닥에 쓰러지면서 문제의 남자가 숨진 것. 과실치사? 정당방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본의아니게 모든 승객이 공범이 되어버린 웃지 못할 상황. 17년 무사고 운전 경력의 기사부터 시작해 모두들 저마다의 이유로 서둘러 사건을 처리하고 은폐하려고 하지만 사건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며 모두를 공포로 몰아넣는데 . . .
카시오페아 공주, 압구정 소년들을 읽고서 그의 팬이 된 나는 심야버스괴담이 출간됐단 얘길 듣고 그의 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넘 읽고싶어 안달이 났었다.
세기말을 배경으로 심야버스에서 벌어지는 잔혹심리소설이라니 !! 이 더운 여름에 (책을 읽을때만 해도 땡볕에 살이 타들어갈 정도였는데 지금은 폭우 ㅠㅠ)읽기 딱 좋은 책이 아니던가. 일년내내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라면 앞뒤 안가리고 읽는 나에게 이보다 완벽한 소설은 없는 듯 싶었다.
심야버스괴담은 물론 아이린, 씽크홀까지 순식간에 나와 언제 다 읽지 ? 행복한 고민을 했더랬는데 200여페이지의 비교적 얇은 책, 큰 글씨로 순식간에 후다닥 읽게 됐는데 그 느낌은 ~음 !!!
재미없는 건 아닌데 뭔가 빛바래고 낡은 느낌 ? 어디선가 들은 듯한 이야기를 글로 읽는 느낌이랄까 ?
스토리며 이야기 진행 방식도 옛날 느낌이 나기도 하고 ;;; 뉴스며 영화에 더 잔인한 사건들이 많아 그럴 듯 ~
신간인 줄 알았는데 이상하네 ~ 싶어 의아했는데 마지막 페이지 작가의 글 끝에 이 소설은 2000년에 출간된 <200x 살인사건>의 전면개정판입니다라 고 적힌 글이 있어 그제서야 이해가 되더라는 ㅎㅎ
세기말 심야버스를 배경으로 일곱 남녀가 벌이는 한여름밤의 소동극.
이재익 작가가 카투사를 제대하고 복학해 대학 3학년(1999년) 때 탈고한 이 책의 집필 기간은 단 7일. 여자친구와 함께 심야버스를 타고 가다 한 취객으로 인해 버스가 전복될 뻔한 사건이 바탕이 되었다는데 보고 들은걸 이렇게 글로 풀어내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에겐 경험만큼 값진것도 없는 듯 ~ 갠적으로 넘 부럽다.
숙자는 부엌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예 뒤로 누워버렸다. 그녀는 깨달았다. 인생은 저글링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여러 개의 공을 동시에 잡으려고 하면 다 놓치기 십상이다. 평화로운 일상과 짜릿한 경험은 함께 쥐기 힘든 공이다.
마찬가지 논리로, 무던하면서도 동시에 재미있는 남편, 자상하면서도 바람기 없는 남편은 드물다. <p.65>
버스에 탔던 승객중 한명으로, 평화로운 일상과 무던한 남편에 만족하지 못해 일탈을 선택했던 숙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서점으로 고고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