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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박범신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박범신님의 작품을 첨 읽어본다. 촐라체, 은교가 나왔을때 한번 읽어볼까 했던것이 아직까지 ;;;
다른책을 읽느라 내내 잊고 있다가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라는 신간이 나오고, 박범신이라는 이름 세글자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더 늦기전에 이 책만이라도 꼭 한번 읽어봐야 겠구나 싶었달까 ~ 기이한 살인에 관한 긴 보고서가 될 것 같다는 띠지의 내용으로 보건데 내용 자체도 내가 좋아라하는 스릴러, 미스터리류인 것 같아 강한 호기심이 인 것도 이유중 하나다.
교도소에서 출소후 노숙자로 십여년을 떠돌다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 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두번 다시 돌아가지 않으리라 수천번 맹세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힘에 이끌려 오랜시간 흐른 후 찾은 고향에는 개백정이라 불리웠던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무허가 판잣집이 사라지고 5층짜리 원룸빌딩인 '샹그리라'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빌딩 앞에서 우연히 검을 휘두르며 운동하는 이사장과 만나게 되고 화상으로 흉한 그의 얼굴을 보고서도 놀라지 않는 이사장의 모습에서 피할 수 없는 어떤 운명을 느낀 나는 이사장의 도움을 받아 곧장 빌딩 관리인으로 그곳에서 지내게 된다. 태어나고 자란 그 곳에 마침내 돌아왔다는 감격도 순간. 기억상실증 환자라는 이력서를 내밀고 명안진사의 한 식구가 된 나는 그곳에 사는 이들이 벌이는 추악한 모습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 . .
이것은, 아마도 살인에 관한 긴 보고서가 될 것이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을 읽기전에 숨을 잘 골라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니 역시나 ~
살인에 관한 긴 보고서 ? 어떤 내용이길래 ? 라는 호기심은 금방 손바닥 안쪽에서 말굽이 생겨나는 한 사내의 이야기로 옮겨가게 되고 또 그것은 이사장을 둘러싼 명안진사로 향하면서 기이한 이야기는 끝도 없이 시작된다.
과거와 현재, 순수와 폭력을 넘나드는 이 이야기가 결코 편치만은 않은데도 페이지는 쉼없이 넘어가니 신기할 뿐이다.
개백정이라 불리었던 아버지부터 신처럼 군림하며 모든것을 좌지우지한 이사장의 행태까지 ~
그 어떤 소설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폭력적인 묘사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어떤면에선 이것이 우리가 보고 있으면서 믿지 못했던 현실속 모습이 아닐까 싶은 그런 생각도~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해준다는 감언이설로 폭행, 재산갈취, 사기, 성폭행등 온갖 행태를 일삼았던 신흥종교가 뉴스의 한 면을 차지했던 적도 많았으니 말이다.
하나의 생명으로 존재하는 말굽이지만 탄생 이전의 슬픔이라는 감정만은 남겨뒀던 주인의 대한 기억을 되새김질 하는 말굽.
영원히 살기 위해서 슬픔이란 것도 버려야 했지만 버리지 못한 그를 보면서 우리가 죽을때까지 갖고 있어야 할 것이 감정인걸까 ??? 고민하게 되는 나.
좀 더 진화된 새 주인을 기다리는 말굽. 탄생 이전의 슬픔까지도 완전히 거세된 불멸의 주인을 기다리는 말굽.
그에게 모든것을 내어주는 '인간'이 나타나지 않았음 좋겠다 ㅠ-ㅠ
유쾌하지 않은 기록인 건 확실하지만 내 맘속에 책 속 말굽이 살지 않는다고 어찌 말할 수 있으랴 ~
당신의 가슴속에 진짜 무엇이 들어있느냐고, 당신은 진짜 인간이냐고 박범신이 묻는다.
당신의 대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