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도서관
조란 지브코비치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상식이란 훌륭하고 좋은 것이지만, 항상 거기에 의존할 수는 없다.

가끔은 경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고 현명한 행동이다.

심지어 목숨까지도 구할 수 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 <p.15~16>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환상 도서관 이야기, 조란 지브코비치의 '환상 도서관'은 가상 도서관, 집안 도서관, 야간 도서관, 지옥 도서관, 초소형 도서관, 위대한 도서관등 여섯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디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너무도 독특한 도서관의 이야기를 판타스틱하게 이어 나가는데 책과 도서관이란 비슷한 이야기는 무지 많은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각기 다른 느낌을 안겨준 여섯편의 짧은 이야기들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던 건 작가의 기량이 맘껏 발휘된 작품이라 그런게 아닐까 싶다.

 

가상 도서관

수많은 스팸메일 속에서 '모든 것이 다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이 적힌 '가상 도서관'의 존재를 알리는 메일을 보고 속임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작가이기에 호기심이 발동해 그곳을 방문하게 된 그.

모든 작가들의 책을 다 가진 도서관이라면 내 책도 있겠지 싶은 맘에 자신의 이름을 치면서 검색 결과가 없다면 도서 업계 전부를 상대로 한 장난이라 생각할 생각이고, 자신의 책이 전자책 형태로 나온다면 이런 종류의 출판 허가를 내준 적이 없기에 저작권 침해로 문제를 삼을 예정인 그 앞에 거짓말처럼 자신에 관한 페이지가 펼쳐진다.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된 세 권의 책에서 끝나지 않고 스물한 권이나 되는 리스트가 좌르륵 뜨는데 다른게 있다면 실제로 출간된 책은 검은색 글씨, 다른 열여덟권의 책은 하얀색 글씨라는 것.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

 

집안 도서관

회사에서 돌아오면 매일 우편함 자물쇠를 열고 내용물을 확인 하는 그. 화요일에는 항상 손수건으로 우편함 안에 쌓인 먼지를 닦아 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우편함에 짙은 노란색의 하드커버 책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커다란 검은색 장식체로 <세계문학>이라 쓰인 이 책.

누가 보냈을까? 보다 집어넣을 공간도 작은데 이 책 자체가 어떻게 들어가 있을까를 생각하면 더 머리가 아픈 상황속에서 우리의 주인공은 이 세상이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운 것들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오래전에 깨달았다며 쏘~쿨하게 책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그러다 예기치 못한 책 때문에 우편함 청소를 못했다는 생각에 다시금 우편함으로 향한 그는 같은 제목의 두툼한 책이 또 한권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데 ~

 

야간 도서관

독서가 텔리비젼보다 훨씬 유용하고 즐거운 일임을 아는 그. 하지만 영화 보느라 도서관 마감 시간에 늦은 그는 주말내내 읽을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부리나케 도서관으로 향한다.

다행히 3분 정도 늦었지만 도서관 문은 열려 있는 상태. 늦은 것에 대해 사과도 하고 책도 빌릴 생각이었던 그는 카운터로 향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아 난감해진다. 그러던 중 1층에서 열쇠로 문을 잠그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건물의 전기가 차단되면서 자신이 도서관안에 갇힌 상태라는걸 알게 되고 건물에서 나갈 방법을 찾다가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기로 결심하고 전화를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좀전과 다르게 양복입은 사서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밤에 일하는 야간도서관이라 말하는 사서는 주말에 읽을 책을 찾고 있다 말하는 그에게 낮과는 책의 종류가 좀 다르다면서 오로지 인생에 관한 책만 갖고 있다고 말한다.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의 인생에 관한 책. 어리둥절한 그에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처음엔 자신의 책을 고른다 말해주는 사서 덕분에 그 역시 자신의 책을 읽게 되는데 . . .

 

지옥 도서관

지옥에 오게 된 그. 불에 타거나 끓는 기름 솥에 던져지거나 물에 수장되거나 사지를 잡아 찢는 험한(?) 벌을 생각했지만 그 앞에 앉아 처벌을 내리는 사람은 모든 시대에는 그 나름의 지옥이 있다며 요즘은 '도서관'이라 말한다. 주말 외출이나 휴대폰을 쓰는 것을 제외하곤 소박한 호텔에서 지내는 것 같은 생활을 누려온 그들.

더는 감옥의 자유로운 상태를 따를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되면 인권 유린이란 말이 나올 것 같아 걱정스러운 찰나에 제소자들 84% 이상이 독서를 혐오하는 특성을 가진걸 알았다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강제로 책을 읽게 만들어 나쁜 짓을 할 시간과 동기가 줄어들게 만들겠다 말하는 그. 말 그대로 영원토록 책을 읽어야 하는 형벌을 받게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형사물 대신 정반대의 '전원시'를 읽게된 그에게 이 벌은 약일까 독일까 ?

 

초소형 도서관

매주 토요일 그레이트 브리지 아래 물건을 펼쳐놓고 판매하는 중고책 상점에서 책을 사는 그는 책보다는 판매 상인들부터 듣게 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가 어떤 책의 내용보다 흥미진진 하다며, 자신이 글을 쓸 수 있도록 부추겨줄 만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매번 그곳을 찾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본 적이 없는 노인으로부터 자신이 찾고 있는 책이 있다는 얘길 듣게 도고, 그로부터 세 권의 책을 구입하게 된다. 집에 돌아와 그가 포장해준 책을 살펴보니 세권이 아닌 네권의 책이 들어있는게 아닌가. <초소형 도서관>이라 적힌 나머지 한권의 책. 작가를 알 수 없는 판본의 책인데 페이지를 열고 완전히 닫을때마다 제목과 내용이 바뀌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책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명 작가앞에 작자미상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이 책. 책 자체를 없앨 수는 있어도 기억은 없앨 수 없기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 평온한 삶을 계속 살 수는 없다 생각한 그는 독특하고 근사한 장난감을 선물 받은 아이처럼 책과의 운명적인 만남에 기뻐하는데 . . .

 

위대한 도서관

적절한 기준을 통해 엄격한 주의를 기울여 위대한 도서관을 소장하게 된 그는 서재에 들어갔다 장서 중에 자신이 꽂아두지 않은 책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곤 불쾌해진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이 굉장히 경멸하는 '페이퍼백(papreback)책이 아니던가. 훌륭한 작품은 겉모양이 어떻든 간에 훌륭한 작품이라는 말 보다는 겉모양이 내용을 반영한다는 말을 믿는 그이기에 페이버백을 만드는 사람들을 파렴치한 작자라 믿는 그이기에 그 책을 휴지통에 쿵 소리를 내며 버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서재로 돌아오자마자 불쾌한 놀라움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방금 전에 버리고 온 책이 그 자리에 그대로 꽂혀 있는 것이 아닌가.

불법 침입자를 완전히 처리하기 위해 책을 갈기갈기 찢기도 하고, 물속에 수장시키기도 하고, 건물 꼭대기에서 떨어뜨리기도 해보지만 집에 돌아와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자리에 그대로 꽂혀있을 뿐이다. 망연자실한 그는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걸 알고 냉장고 문을 여닫다 기가막힌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리는데 . . .

 

 

 

책을 그 무엇보다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글을 써 책을 만드는 작가의 이야기가 모두 들어있어 이쪽저쪽의 입장이 되어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됐는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비꼬기도 하고(지옥 도서관) 문고본 보다는 대체적으로 가격이 비싼 양장이나 하드커버를 이용하는 현실을 비꼬기도 하는(위대한 도서관) 작가의 노련함에 박수를 보낸다. 갠적으로 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던 재밌는 이야기가 최고라 생각하는데 물가도 비싼데 책값까지 비싸 책을 사읽지 못하는 날이 올까 두려워 양장본 보다는 문고판이 보급화 되었으면 좋겠다 ㅎ

죄를 짓고 지옥에 가는 건 싫지만 평생 책만 읽어야 하는 지옥이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고, 페이지를 열고 닫을때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지는 책이 한권 있다면 (열고 닫을때마다 책이 쏟아지는 우편함도 탐나지만 똑같은 제목의 책인지라 패스 ㅋ)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생각에 황홀해진다. 생각만해도 너무 즐거운 ~

그러기에 이 리뷰를 끝까지 다 읽은 당신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ㅎ

책에 관한 이야기를 읽어서일까 ~ 비슷한 소재로 만들어진 다른 책들이 생각나 몇자 적어본다.

 

어린이 동화책중에 유독 도서관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은데 책에 쌓인 먼지를 치워 주는 청소부가 아니라 책 속의 글자를 지워 주는 특별한 청소부 이야기를 다룬 '책 청소부 소소'

책 읽는 것을 사탕 먹기보다 더 좋아하고 책 맛에 푹 빠진 책귀신 이야기를 다룬 '무인도에서 살아 온 책귀신 솔봉이',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 도서관 반납함에 버려졌던 새끼 고양이가 마을 사람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가져다 준 기적같은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펴낸 '도서관 고양이 듀이', 도서관에서 책과 함께 자란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행복한 변화와 잔잔한 감동을 담아낸 아름다운 그림책 '도서관 아이', 도서관 부엉이의 마법을 풀기 위해 사랑이와 우정이의 모험이 시작되는 '하타리의 눈'


이런 재밌는 소재로 된 이야기가 아이들 동화책 뿐이겠는가 -

책이 주인공이 되어 나타나거나 이야기를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하는 책도둑,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밑줄긋는 남자, 책읽어주는 남자도 좋고 책과 관련된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좋다면 피플 오브 더 북, 장미의 이름, 삼월은 붉은 구렁을, 편집된 죽음, 열세번째 이야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으니 무더운 여름, 즐거운 책읽기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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