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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카논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2월
평점 :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일도 있는 법이다. 세상일이라는 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다.
그런 사실을 깨달을 정도로는 나이를 먹었다 <p.58>
인질 카논
때이른 송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이쓰코는 배가 고파 잠깐 편의점에 들렀다 그곳에서 강도를 만나게 된다.
편의점에서 몇번 마주친 적 있는 안경소년과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와 자신밖에 없는 편의점. 권총을 들고 편의점 직원의 머리를 겨누는 강도때문에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그들앞에 강도는 딸랑이만 남겨놓고 금고안에 든 오백만엔을 들고 유유히 사라지고 곧이어 옆동네에서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자동차 정비소에 출근하는 사사키 슈이치란 남자가 범인으로 지목된 사실을 알게된다. 강도와 딸랑이라니~ 너무 뜬금없는 물건에 호기심이 생긴 이쓰코는 송년회 전체의 송별회를 마치고 귀가하는 날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
(누명을 뒤집어 씌우기에 안성맞춤인 사람. 너무도 부조리한 죽음을 맞이한 사람 좋은 청년의 인생이 넘 불쌍해 눈물이 난다.
그 누구도 이런식으로 이용당하거나 살해당하지 않았음 좋겠다.)
십 년 계획
통통한 체형의 남 이야기 좋아하는 동네 아주머니 같은 분과 우연찮게 살아온 인생사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된 그녀는 어떤 사람을 죽이기 위해 삼십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곧장 운전면허를 따게 됐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운전면허를 따서 교통사고로 위장해 누군가를 죽이려 했다는 아주머니. 그녀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
그녀의 살인 계획은 성공했을까 ?
(오래도록 지속된 분노, 주변을 배려하는(?)마음까지 갖춘 살의. 그것이 준 마법같은 인생 이야기랄까 ~ 이래서 오래살고 볼 일이란 말이 나오나보다 ㅎ)
과거가 없는 수첩
권태감에 휩싸여 아무 목적도 없이, 학교도 가지 못한 채, 무기력해져서, 도망치듯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가즈야는 우연찮게 지하철 좌석위 선반에 놓인 잡지 한권을 집어 들었다 그 속에 낀 수첩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름과 주소만 간단하게 적힌 수첩. 주인을 찾아줄까 했지만 어느새 까맣게 잊어버린 그 수첩. 그 후 아르바이트를 하다 신문속 방화 사건 기사를 통해 수첩에 적힌 이름과 마주하게 된 그는 깜짝 놀라 그녀의 행방에 대해 찾기 시작하는데 ~
(또 다른 내가 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을 쳤던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변화를 결심하는 가즈야. 시즈코와 가즈야 모두를 응원해본다.)
팔월의 눈
왕따 문제로 철로에 뛰어들어 자살한 친구 '고지'. 괴롭힘을 당해 괴로워 죽은 게 아니라 이런 세상에서 희망을 가지고 산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죽은 거라는 마지막 말을 남긴 아이.
고지가 죽은 후 얼마간 얌전했던 아이들도 어느샌가 고지란 아이가 첨부터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하는 그 모습이 보기 싫은 미쓰루는 가해 아이들에게 험한말을 토해놓고 달아나다 트러에 치여 한쪽 다리를 잃게 된다. 미쓰루에게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기만 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계셨던 할아버지의 죽음도 시큰둥하기만 했는데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엄마가 기묘한 편지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유서라 믿게 된 미쓰루가 어떤 의미로 자살을 결심한 할아버지가 어떻게 남은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추적하는 내용이 나온다.
(할아버지의 유서가 미쓰루에게 . . . 아무리 괴로운 일을 겪어도, 아무것도 믿을 수 없게 되어도, 유서를 쓰게 될 정도로 궁지에 몰려도, 거기서 지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가치를, 어딘가에서 반드시 찾아낼 수 있는 증거가. 포기하기에는, 모두 버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증거가 되어줄 수 있을까 ??)
지나간 일
'유령'이 완전히 죽지 않은 사람의 영혼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과거'는 추억이란 형태로 성불하지 못하는 시간의 유령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발견한 청년의 모습을 보고서 오년전, 상처입은 모습으로 자신을 보호해달라 요청하러 그의 사무실을 찾아왔던 소년의 모습을 떠올린다.
친구들로부터 온갖 괴롭힘을 받는 그는 부모님도 바쁘고, 선생님께 털어놔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 이곳을 찾게 됐다 말한다. 자신이 어찌하지 못할 일이란 걸 알고 되돌려 보내려 하지만 뒤늦게 소년의 진심을 알고 발벗고 도와주려 해보지만 이름, 주소, 전화번호가 모두 거짓이란걸 알게 되는데 ~
그렇더라도 그가 처한 상황이 달라지지도 않고, 어쩌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일 수도 있는데 어찌된 일일까 ??
(부모님께 고백하기 위해 좋은 연습 상대가 되어주었고 충분히 임무를 완수했을지도 모를일. 지나간 일은 잊어버려도 된다지만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맘놓을 수도 없는 일. 청년을 보자 그때 그 소년의 문제가 잘 해결됐다는 생각에 그제서야 안심하는 그를 보니 저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다시 한번 깨닫고 현명한 어른이 되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해본다.)
산 자의 특권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고를 받고 죽을 결심을 한 아키코.
홀로 고독하게 죽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의 인생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슬퍼서 죽는 것이 아니라 앙갚음 하기 위해, 복수하기 위해 죽는다는 이야기는 팔월의 눈과 비슷) 없다는 생각이 들어 뛰어내리기 좋은 높은 빌딩을 찾으러 돌아다니던 그녀는 우연찮게 옆동네까지 가게 됐다 학교 철문을 타고 넘으려는 소년을 발견하게 된다. 사정을 들어보니 내일까지 해야하는 숙제를 가질러 담장을 넘어야만 하는 상황. 밤중에 가지러 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시험하는 친구들의 짖궂은(소년 역시 왕따를 ㅠ)장난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 아키코는 소년의 처지가 자신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 소년을 도와 숙제를 가질러 가게 된다. 그러면서 살고자하는 자신을 깨닫게 되는데 ~
(룰렛 위에서 정신없이 돌던 신경의 바늘이 우연히 '웃음'이란 표시 위에 멈춘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면, 그때야말로 진짜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 마련이다.<p.193> 마음이 산산조각 나서 울 때에는 누구나 아침 해와 함께 우는 것이란 멘트에 가슴이 싸~~해져온다.)
새어 나오는 마음
중요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발탁되 근무지를 옮기게 된 신랑따라 가족 모두가 이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가즈코.
집을 내놔도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 오픈하우스를 계획하게 됐는데 당일 아침 누수로 집이 물바다가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생긴일을 이야기한다.
(존재하지 않는 아들을 위해 집을 장만하고, 청소를 하고, 가까운 곳에 살 생각으로 이사까지 결심한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마음 아프다.
세상엔 저마다의 사연을 갖은 사람이 너무 많다. 이해못할 일이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을 듯~)
도시의 일상에 스며드는 일곱 가지 미스터리를 담고 있는 인질카논.
하루살이를 읽기에 앞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로 이 책을 골랐고 단편소설인지라 한번에 다 읽어내려가기 보다는 숨고르기하듯 생각날때마다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는 방법을 선택했는데 사랑에 배신당해 상처받고, 왕따를 당하는 등 모두 우리 주위에 있을법한 이야기를 담은터라 읽는 내내 맘이 아프더라.
소소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드라마가 되고, 미스터리가 되고, 공포가 되는 것도 재밌지만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교묘하게 꼬집는 미미여사 특유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들인지라 생각해볼 점도 많은 것 같다.
정말 괴롭고 화가 나는 건 그런 노력이 당연하니 열심히 하라고 강요당하는 일이다.
맞는 말이다. 미쓰루가 자기 자신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이니 말이다. 평생 울면서 산다고 잃어버린 다리가 돌아오지는 않으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닦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진정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모두 입을 모아 미쓰루를 격려한다. 지지 마, 힘내, 널 위해서라도 일어서야지. 그러다가도 미쓰루가 화를 내거나 언짢은 기색을 보이면,
그 즉시 어쩔 줄 몰라 하며 갓난 아이 어르는 태도를 취한다. 그게 싫었다.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닌데.
달래기 전에, 질타하고 격려하기 전에, 미쓰루가 다시 일어서야 하는 이유를 가르쳐 주길 바랬다. 과연 그것이 가치 있는 일인지 가르쳐 주길 원했다.
이런 삶에, 부조리한 일을 겪으며 쉽게 주저앉아 버리는 인생에, 과연 다시 일어나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그것만 알게 된다면,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노력이든 할 수 있는데. <p.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