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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저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3월
평점 :
"기억을 되찾는 것이 행복으로 연결된다고는 누구도 장담 할 수 없지만" <p.69>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명탐정의 저주.
명탐정의 규칙 -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각종 트릭에 대해 세세히 나열해놓은 듯한 내용에 큰 실망감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은 표지부터 사뭇 다른 느낌이라 기대감을 안고 읽어내려갔다. 재미여부를 떠나 손에 들자마자 금방 읽게 되는 그의 책은 정체기에 빠져 글자가 눈에 안들어올때 읽기 딱 좋다는 ~ 간만에 또다시 한권 끝냈다는 느낌에 뿌듯뿌듯 +_+
재처리 공장에서 나온 핵연료의 일부를 어떤 조직에게 탈취당한다는 스토리로 소설을 쓰는 그는 자료 조사차 도서관을 찾게 된다. 3층에 있는 '사회·산업' 코너를 가기 전 2층 문예 서적 코너에서 1920년대 후반, 탐정 소설 분야에서 활약한 작가들의 작품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보게 되지만 이제는 탐정 소설이나 수수께끼 풀기 식 소설에 흥미가 일지 않아 3층으로 발길을 돌린 그는 가도 가도 거대한 책장이 끝없이 줄지어 있을 뿐, 계단이 나타나지 않아 당황한다. 미로를 벗어날 탈출구가 나타나지 않아 당황하던 그는 체크무늬 양복에 지팡이를 든 남자를 따라가게 되고 그 길 끝에서 한 소녀와 마주하게 된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14~15세 가량의 소녀. 자신을 히노 미도리라 말하는 그녀는 그를 마중 나왔다 말하고 어느 순간 그는 뛰어난 추리력을 갖춘 명탐정 '덴카이치'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역사도 알 수 없는 저주받은 마을 '보레로 시 후치 지구'의 시장을 만나 '크리에이터의 집에서 발견된 '지하실'과 '미라'의 발견에 대해 얘기하면서 도굴범으로부터 빼앗긴 도굴품을 찾아달란 의뢰를 받게 되고 사건 의뢰를 맡아 해결에 나선 그 앞에 연달아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 . .
역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마을. 그 어떤 사람에게 물어도 현재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대답을 못한다. 못하는게 아니라 대답 할 수가 없는 거겠지. 모르니까.
그것은 어떤 느낌일까. 상상이 안된다.
기억을 잃어버린 마을. 그 기억을 되살리는 열쇠를 미라가, 잃어버린 도굴품이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에 기념관 보존위원회 멤버들을 차례차례 만나 이야기를 듣는 그.
첫번째로 미즈시마 산업의 회장이자 이 마을 제일의 자산가 '미즈시마 유이치로'를 만나기로 했지만 책장에 둘러쌓인 방에서 권총 방아쇠를 당겨 자살한 그의 모습과 만나게 된다.
다들 자살로 단정짓지만 밀실 살인을 주장하는 덴카이치. 그런 그도 얼마 안있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지 않으면 죽음이란 협박을 받게 되고 그 후에도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난다.
탐정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살인사건. 요 패턴은 팔묘촌, 이누가미 일족 등의 작품으로 유명한 요코미조 세이시가 많이 쓰는 방법인데~
어느정도 죽을 사람은 다 죽어야 사건이 해결되는 ㅋㅋ
밀실살인, 사라진 범인, 폐쇄된 산장등 명탐정의 규칙에서 그렇게도 얘기했던 소재들이 또다시 나오 살짝 진부하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소설속 이야기들과 조화롭게 잘 넘어갔던 것 같다.
언제나 새로운 소재, 새로운 트릭으로 독자를 홀려야하는 중압감에 짓눌릴, 미스터리 작가의 창작의 고통이 진지하게 느껴졌던 !!! 그래서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나보다.
'작가님도 우리들과 같은 세계에 사는 사람이군요.'
수많은 노력을 통해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뿌듯 +_+
그런 그의 작품을 앞으로도 쭈욱 만나볼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