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와 비밀의 부채
리사 시 지음, 양선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착한 성품과 여자의 도리를 배우는 소녀가 있다고 들었어.

너와 나는 같은 해, 같은 날에 태어났다지. 우리가 서로의 단짝이 될 수 없을까 ?"

 

야오족의 후손이자 마을에서 가장 흔한 이씨 가문의 일족으로 부유한 지주로부터 땅 일곱 마지기를 빌려 쌀, 목화, 토란 등의 농작물을 재배하는 전형적인 농가의 집에서 태어난 '나리'

그저 그런 마을에서 그저 그런 가족과 함께 사는 그저 그런 소녀중 하나였을 뿐인 나리는 여섯살이 되어 전족을 시작할 시기가 되고 기일을 정하기 위해 점쟁이를 불렀다가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며 발의 장심이 높아 잘만 하면 군에서 가장 완벽한 모양을 가진 발이 될거라 말하는 소릴 듣는다. 중매쟁이는 통코우 집안과의 결혼도 가능하다며 '라오통'을 언급하는데 . . .

라오통은 '영원히 함께함' 혹은 '같이 늙어감'을 의미하는 관계로 다른 마을의 두 소녀가 단짝으로 맺어져 평생 우정을 이어가며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서로에게 영원히 충실하고 감정을 나누는 벗이 되겠다는 목적이 있고, 서로 선택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으로, 결혼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갈라놓을 수 없는 두 마음의 결합을 의미한다. 마음으로 묶여진 의자매.

같은날 전족을 한, 같은 말띠해, 같은 달,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학자 집안의 '설화'와 맺어지는 나리. 그들의 앞날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

 

아마존, 뉴욕 타임스 52주 장기 베스트셀러 이기도 하지만 전지현 주연 할리우드 영화 개봉 예정이라는 글귀에 너무 읽고팠던 책, 설화와 비밀의 부채는 부채 위에 쓴 비밀 문자 '누슈'에 담긴 두여인의 삶과 사랑을 담고 있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압 받고 쓸모없는 존재로 천대 받는 사람들. 그것은 시집가서도 달라지지 않는데 딸이었을 때는 아버지에게 복종하고, 부인이 되었을 때는 남편에게 복종하고, 미망인이 되었을 때는 아들에게 복종해야 하는 삶을 말한다.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을 웃음과 눈물로 잘 버무려놓은 것만으로도 사랑받아 마땅한데 거기에 중국 소수민족의 독특한 풍습이 더해져 좀 더 신비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다큐멘타리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 > 연이어 봐와서 그런지 전혀 낯설지 않은 기분.

잘 알려지지 않은 소수민족의 삶을 재조명해놓은 듯 잘 짜여진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만난 듯한 기분이 들더라.

사랑보다 진하고 운명보다 질긴 두 여자의 우정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소설 '설화와 비밀의 부채'

 

이야기는 크게 4부로 나뉘는데 1부 댕기머리 딸내미 시절 / 2부 머리를 얹은처녀 시절 / 3부 시집살이 시절 / 4부 조용히 앉아서 보내는 시절이다.

전족을 하고, 라오통을 맺고서 서로에게 관심과 사랑을 표현해내는 설화와 나리의 모습이 한가득 담긴 1,2부가 제일 재밌지 않았나 싶다.

 

여자들만의 유일한 소통 방법이자 은밀한 의사 표현 도구였던 '누슈', 누슈를 인연으로 평생 동안 이어지는 두 여인의 관계 '라오통'

독특하면서도 신비로운 이야기는 정말 많았지만 '전족'에 대한 이야기만은 고통 그 자체였다.

전족이 결혼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해주고 여자의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이자 행복인 아들 낳는 일을 좀 더 쉽게 해준다고 믿는 사람들.

완벽한 발의 모양은 연꽃 봉오리와 흡사한데 길이가 젤 증요하다. 대략 엄지손가락 길이인 7센치가 이상적.

발 뒤꿈치는 꽉 차게 둥글지만 앞으로 올 수록 뾰족하고 엄지 발가락 하나로 몸무게를 지탱하는 식. 이렇게 되려면 장심이 반드시 부러지고 뒤로 구부러져서 발뒤꿈치에 닿아야 하고 앞발과 발 뒤꿈치에 의해 형성된 틈이 커다란 엽전을 수직으로 감출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깊어야 한다.

작고, 좁고, 뾰족하고, 휘고, 향기롭고, 부드러운 발을 만들기 위해 뼈를 부러뜨리는 고통을 감수하는 그들.

'전족'을 검색해보면 담뱃값보다 더 작은 여성의 신발을 확인 할 수 있는데 그들의 믿음처럼 작은 전족이 그들을 행복의 길로 안내했을까 ??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고, 어둠과 빛이 있고, 행복과 슬픔이 있다. 모두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처서가 막 시작되었을 무렵 설화와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는가 하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그 행복을 뺏어간 미월이의 죽음과 같은 사건도 있는 것이다.

숙모와 삼촌처럼 행복했던 사람들도 순식간에 삶의 의미를 잃고 낙담하는 신세가 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우주의 균형을 무너뜨린 대가였다.

신들은 따스한 가슴을 지닌 소녀를 데려가는 것으로 일을 바로잡았다. 죽음이 없는 삶이란 없다. 이것이 음양의 진정한 의미다.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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