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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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길 병"

아야카가 불쑥 중얼거렸다.

"평범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이상한 곳에서 무리해서 살면 점점 발밑이 기울어지는 것처럼 느끼게 돼. 힘껏 버티지 않으면 굴러 떨어지고 말아.

하지만 그렇게 의식하면 할수록 언덕의 경사는 점점 가팔라져 . . . 준코 아주머니는 이미 한계였던 게 아닐까 ?" <p.314>

 

고백, 속죄, 소녀 이후 만나게 된 미나토 가나에의 최신 화제작  <야행관람차>

역시 미나토 가나에구나 ~ 싶을 정도로 탄성이 절로 나오더라.

 

시내에서 제일 가는 고급 주택가 '히바리가오카'. 그 중에서도 마주한 두 집. 여러모로 비교가 된다.

뭐 하나 부족함 없이 완벽해 보이는 다카하시 가족과 딸과의 싸움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엔도 가족.

딸과의 전쟁으로 한바탕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언제 그랬냐는듯 조용해진 집에 이웃 다카하시 집에서 나오는 그만둬, 살려줘등등의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고 그 후 다카하시 집안의 가장인 히로유키가 머리를 얻어맞아 실려간 사실을 알게 된다.

도둑일까? 신지에게 얻어 맞은 걸까? 무슨일인지 궁금하던찰나 텔레비젼을 통해 비좁은 도로 하나 건너 앞집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진 것을 알게 된다.

부인이 집에 있던 장식품으로 남편을 때렸다고 진술했다는데 그날 밤 그 집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다카하시 가족

의사 아버지, 미인인 어머니, 유명대학 의학부에 다니는 장남 '요시유키', 시험 없이 대학까지 그대로 올라가는 사립여고에 재학중인 딸 '히나코'와

도쿄대 합격률이 95%넘는 명문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돌 '다카기 순스케'를 닮은 잘생긴 남동생 '신지'

 

엔도 가족

단독주택 생활이 꿈이었던 마유미. 히바리가오카, 시내에서 제일가는 고급 주택가 그 히바리가오카에 집을 지으면서 그녀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날줄 알았던 그녀의 인생은 딸의 히스테리로 매일매일이 전쟁이 따로 없다. 뉴스만 보더라도 세상에는 힘겹게 사는 사람이 많다며 그에 비하면 이정도쯤이야 ~ 딸 '아야카'가 히스테리를 부리든 욕을 퍼붓던, 하루가 무사히 끝나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그녀.

 

고지마 사토코

히바리가오카 토박이로 거리의 모든 것을 보고 듣는 여자

 

 

아야카가 히스테리를 부리는 원인 . . . 입시 낙방, 콤플렉스.

우리집 세 배나 되는 부지에 선 호화로운 맞은편 저택, 그 집에 사는 아이들은 예의 바르고 용모도 단정하다. 동갑내기 소년은 유명한 사립 중학교에 다니고, 두 살 많은 소녀는 세련된 교복을 입고 아야카가 떨어진 학교의 고등부에 다니고 있다. 주변 환경이 그런데 아무 고민 없이 즐겁게 지낼 수 있을 리 없다. '나는 나'라고 굳센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지 않을까?

하지만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흠잡을 데 없는 그런 집에서 존속 살인사건이 터졌다. 가해자는 모친이지만 아이들도 지금까지처럼 변함없는 생활을 보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 점은 안쓰럽지만, 아야카에게는 가치관이 바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보다도, 용모보다도, 학력보다도,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지내는 삶이 최고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면 히스테리도 잠잠해지지 않을까 ?

마유미도 게이스케도 마음 편히 살 수 있지 않을까? . . . 그렇게 생각했건만.

이 무슨 얄팍한 생각인가. 남의 불행을 보아야만 실감할 수 있는 행복을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p.277>

 

 

모의고사 전날 동생 '신지'의 부탁으로 친구집에 왔다 아빠의 사고소식을 전해들은 히나코. 나 역시 히나코처럼 신지를 만나 사건 정황을 듣게 되면 모든 것이 금방 해결되지 않을까 쉽게 생각했는데 이야기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더라. 이 모든것이 그녀의 소설에 열광할 수 밖에 없는 그녀만의 능력이 아닐까 !!

히바리가오카의 대표적인 세 가족. 등장 인물이 많지도 않은데 최소한의 숫자를 이용해 극대화된 우리네 모습을 모습을 콕 꼬집어 이야기하는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되더라는 ~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는 무엇이 그 상황을 만들었는지가 궁금해 인물들의 심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지게 됐는데 다른때 같았으면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작년 1월부터 올 1월까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나와의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럴수 있겠구나 싶어지더라.

언제나 우리를 무너지게 만드는 것은 큰 사건,사고가 아니다.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 한마디, 비난하는 듯한 눈빛, 그리고 체념했다는 듯한 한숨 소리. 그 모든 것이 상처가 되어 우리를 짓누른다.

남도 아닌 가족이기에 소중한 사람이 내뱉는 말이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후 그 어떤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게 됐는데 싸우는 것보다 의사의 단절이 더 무섭긴 무섭더라며 독하단 얘기 많이 들었다 ;;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

가족이라고해서, 친구라고 해서 그 사람이 처한 환경속에 들어가보지 않고선 절대로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야 ~ 외쳐보려 해도 어떤 말이 나를 폭발하게 만드는 스위치가 될지 알기에 자신있게 말하지 못하겠다. 높은 관람차속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처럼 언제나 바로 앞이 아닌 멀리~ 먼 미래를 보며 현명한 행동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일임을 이번에 알았기에 어줍잖게 내놓는 충고조차도 조심해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나 할까.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이 돌고 돌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언덕길 병'.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중에도 언덕길 병에 걸려 점점 기울어지는 바닥에 붙어있으려 발버둥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단어. 오랫동안 이 단어를 잊지 못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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