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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우다 - 14인의 남우(男優) 그들의 연기와 인생에 관한 인터뷰
드라마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배우
연극이나 영화 따위에 등장하는 인물로 분장하여 연기를 하는 사람.
위드블로그에서 당첨되 읽게 된 나는 배우다는 드라마틱 편집부에서 엮은 14인 남우(男優) 그들의 연기와 인생에 관한 인터뷰글이다.
정보석ㅣ김명민ㅣ김창완ㅣ김윤석ㅣ오만석ㅣ이선균ㅣ안재욱ㅣ이정길ㅣ엄태웅ㅣ이범수ㅣ이순재ㅣ유준상ㅣ류 진ㅣ최수종ㅣ
14인의 남우라 ~
이름만 들으면 누구든 아 그 사람~ 할 법한 쟁쟁한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라 가벼운 호기심은 물론 영화, 드라마로 인기 있는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만남이랄까 ~
이 한권의 책으로 인해 많은 분들을 조금은 깊이있게 알아가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신청하게 됐는데 냉큼 당첨되 얼마나 신기하던지.
14인 남자 배우의 인터뷰글을 읽고서 그들이 갖고 있는 배우라는 직업적인 면은 물론 자신의 인생관까지 거침없는 쏟아내는 인간적인 면까지 알 수 있어 참 좋았다는 !!!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지는 인터뷰 글이지만 너무나도 진지하게 돌아오는 대답에 내 자신이 숙연해진달까. 허리를 곧추세우고 책을 읽게 되더라 ~
역시 무언가를 깊이 있게 알아가고, 배워가는 사람들에게서는 풍기는 향기도 다르달까.
남들눈엔 하찮게 보이는 일일지 몰라도 주인공이 있으면 엑스트라도 있듯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모든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됐다.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이 책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함께 세계 어린이들을 돕습니다.라는 글귀가 시선을 잡아 끈다.
이 시대 남자배우들의 연기와 삶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고고씽 ~
정 보 석
첫 인터뷰라 호기심있게 들여다봤는데 신돈에서의 공민왕을 맡은 그답게 공민왕에 푹 빠져 있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깊이 있는 인물 해석에 혀를 내두르게 만들더라는 ~
무신정권, 몽골의 식민지 시대, 정치적인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원에 볼모로 갔다가 겨우 왕이 되어 돌아온 사람.
돌아오자마자 정치력을 발휘해 외세를 척결하고 기씨들을 몰아낸.
고려 최고의 예술가에다 한 여인을 너무나 사랑했고, 그 여인을 못잊어 결국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내던져버릴 정도로 순결한 영혼을 가진 사람.
신돈이 이런 내용이었던가 ? 싶을정도로 그가 들려주는 공민왕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다.

김 명 민
파괴된 사나이는 물론 설에 방영된 내 사랑 내 곁에, 그리고 어제 극장에서 본 조선명탐정까지 ~
너무나도 좋아하는 배우이기에 관심있게 읽은 그의 인터뷰 글.
배역에 너무 몰입해 몸도 축나고, 주변 관계에 영향을 줄 정도, 어떤 장면에서 김명민이 보였다는 말이 젤 기분 나쁘다는 그.
여러 면에서 그가 보여준 노력은 정말 최고다.
배우가 이미지 변신한다는 이런 말조차도 좀 웃긴 말인 것 같구요 어차피 배우는, 어떻게 보면 껍데기인 거죠.
이 사람 저 사람, 칩을 딱 끼우면 또 딴 사람이 되고, 여러 사람을 받아들이기 위해 항상 열려 있어야 되고.
그런 면에서 '이미지 변신'이란 말은 합당치 않은 것 같고, 배우라면 당연히 이 인물을 할 때면 이 인물로, 저 역할을 하면 또 저 역할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지가 굳어진다느니 하는 건 주변에서 항상 떠도는 기우에 불과한 거죠. 제가 뭘 해도 떠도는 얘기들. <p.29>

김 창 완
노래도 하시고, 곡도 쓰시고 연기도 하시는 그 분.
제대로 만들기 위해 시장을 오픈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짜여진 배역 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밖에 볼 수가 없는 문제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심도 깊은 얘기를 들려주시는데 정말 멋지더라.
제작자, 연출자에게 찍히기(?)싫어 그런 말 함부로 못하는 사람이 많은 이 현실에서 그럴수 있다니 !!
주인공 아빠 역 말고 장기밀매업자 같은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는 말에 빵 터졌는데 TV든 영화에서건 다양한 역할의 그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김 윤 석
말씀 하나하나에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작품에 대한 사랑도 누구 못지 않은 듯.
부활도 있지만, 있을 때 잘해!의 하동규 역할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은데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 머리를 탓하며 읽었던 인터뷰.
최근 작품에 대한 얘기였다면 더 귀 쫑긋 해가며 읽었을텐데 아쉽다 아쉬워 ~ >.<
농담에 가까운 말인데, 사실 유학해서 학위를 따오려고 인생을 투자한 사람들의 진짜 일부 중에 이런 사람이 있어요.
지금은 대학교수 하고 있는 연극연출가가 연출을 하는데, 오감이라는 게 모두 읽는 데에만 다 들어가 있어요.
이 사람은 읽는 것밖에 못해.
눈으로도 읽고, 귀로도 읽고, 코로도 읽고, 입으로도 읽고, 피부로도 읽는 것밖에 못해. 텍스트에 코를 처박고 읽고만 있다니까.
오래 공부한 사람들은 그런 병폐가 있더라구요. 그건 끔찍한 일 아니에요?
눈으로는 보고 귀로는 들어야 하는데, 계속 자기가 읽고만 있어요. <P.85>
오 만 석
포토밭 그 사나이의 오만석씨 이야기는 그나마 기억이 선명해서 반가웠던 !!!
앞서 인터뷰한 배우들이 얘기한 <신돈>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 익숙한 느낌이랄까
이선균씨와의 학교 동기라 그가 들려주는 이런저런 뒷이야기도 좋았던 듯 ~
전체적으로 눈물많고 정많은 남자의 모습 그대로 였던 것 같다.

이 선 균
유일하게 두번의 인터뷰가 실린 남우(男優)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의 '그', 파스타의 '그' 모습이 보여서 좋았던 그런 인터뷰이기도 했다는 ~
두번의 인터뷰인만큼 개인적인 이야기도 참 많았는데 오만석씨, 엄태웅씨에 관련된 이야기가 참 재밌었다.
특히나 무명시절 엄태웅씨와 인연이랄까~
오디션마다 둘이 남았는데 마지막엔 꼭 이선균씨가 되어서 꼴 보기 싫었다는 농담에도 내가 됐으니 난 그런거 없었다 말하는 그 ㅎ

안 재 욱
책임감이 강하고 진지한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인터뷰랄까~
자신이 연기한 인물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으면서 너무나도 인간적이랄까 ~
특히 팬을 굉장히 소중히 여기고 대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던 !!
지켜야 되는 것도 많아지고,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 포기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점점 더 많아져 책임감이 자꾸 는다는 그의 이야기가 좋다.

이 정 길
쉽게 비유하자면 우리가 체력적으로 평소에 무대에서 30킬로만 들면 된다면, 이 친구는 230킬로만 들면 되는 친군데 그기운을 자꾸 배양시켜가지고
평소에 60킬로 들어 올려 버릇하면 무대에서 30킬로를 가뿐하게 들어 올린단 말예요.
그럼 보는 사랆이 객석에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데, 연습 때 30킬로만 겨우 들던 친구가 무대에서 30킬로로 들면서 힘에 부치면 객석에서 얼마나 불편하게 보겠어.
이건 단적인 옝 불과한 거지만 요새 연기하는 친구들 중에는 평소의 습관대로 연기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평소에 쪼개어 쓰는 호흡대로 평소에 쉬어가는 대사법으로.
대본을 보다 보면 거기엔 보이지 않는 악보가 다 있는 거야.
요런 감정은 한 센텐스(문장)로 따다다닥 따다다닥 했을 때 했을 때 어떤 카타르시스나 시퀸스의 묘미가 살아나게 되니 배우는 거기 주문된 것에 맞춰야 하는 거거든
. . . .
항상 배우는 어떤 상황이라도 대비해서 그런 기능 확대를 많이 시켜놓고 그 기능들을 짧게 짧게 끊어 쓸 수 있는 그런 연기력이 필요한 거예요. <P.190>
배우 뿐이겠는가. 대사법, 호흡법 뿐이겠는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분명히 써먹어야 할 그런 따끔한 충고가 아닌가 싶다. 너무나도 색다른 표현에 심장이 두근두근 +_+

엄 태 웅
초반엔 분명 엄정화씨의 동생으로 더 유명한 엄태웅씨였는데 요즘은 엄정화씨의 모습은 사라지고 엄태웅 본인만 남은 듯.
무엇이든 진지하게 대하려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좋다.
그를 들으려는 대신에 우선, 거기 있는 그를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리라 다짐한 인터뷰어 '박현정'씨의 말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이 범 수
<온 에어>를 할때 상대배우의 대사까지 외웠다는 그.
그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인터뷰랄까.
그림을 그리는 사람답게 표현법이 남다르던데 모든 질문마다 확고한 생각, 나이답지(?) 않은 관록이 느껴져서 많이 놀랐다.

이 순 재
그 어떤 말이 필요없는 인터뷰랄까.
반듯하면서도 확고하고 후배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는, 방송에서 보여지는 그런 이미지들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뷰

류 진
정말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랄까 ?
죄송하지만 이런 성격의 사람이 어떻게 배우가 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의 의문을 남긴 ~
체질상 술이 안받아 술을 못마시기 때문에 배우들과 교류를 많이 가지지 못해 아쉽다는 그.
왜 속엣이야기는 술을 안마시면 못하냐는 그의 말이 내 생각이기도 해서 반갑기도 했던 ㅎㅎ
뭔가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질 못하지만 거의 대부분 혼자 하는 것을 좋하고 낯을 많이 가린다니 배우라면 좀 손해날 듯한 그런 ㅎ
오호 ~ 이 배우에게 이런면이 있었다니 !!!

유 준 상
굉장히 재밌게 읽은 인터뷰다.
피아노치고, 그림 그리는 사람 특유의 예술적인 면과 악동적인 면이 함께 있다고나 할까
아사다 지로를 좋아해 그의 책을 다 읽었다며 <안녕 내 소중한 사람>에 대한 책 내용도 와닿더라.
그 책을 재밌게 읽으신분이라면 쇼지 유키야의 너를 위한 해피엔딩도 추천합니다 ㅎㅎ
요즘은 테니스요. 테니스를 원래도 쳤는데, 최근에 정말 잘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40대를 견뎌내려면 테니스가 좋다는 결론을 내렸거든요. 같이하는 친구랑 이야기하는데, 그 친구가 테니스를 분석하더라구요.
요가를 할 땐 어느 부분에 힘을 줘서 어느 곳에다 해야 되고, 동선은 어떻게 해야 되고. 옛날엔 그냥 쳤거든요? 무지막지하게.
근데 이렇게 알고 치니까 달라지는 거예요. 연기도 그랬는데, 이전에는 그냥 무식하게 하기만 했고 열심히만 하고.
그런데 알고 하는게 중요하더라구요. 이제는 조금이라도 알고 하려구요. 알고 하니까 정말 달라져요. <P.306>
최 수 종
공처가? 애처가로 더 유명한 최수종씨. 그런 이미지를 다 버리고 영향력있는 배우로서 들려주는 이야기
예전 공채 탤런트들은 오랜 시간 교육을 받았죠. 하지만 요즘은 프로덕션 시스템이라,
한 편의 광고라든가 이미지만 가지고도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바로 드라마에 투입되는 경우가 있죠.
그런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미지는 순간이다"라는 거예요. 배우로서의 생명력을 오래 가져가지 위해서는 정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해요.
새로운 이미지에 계속 도전해야 하구요. 그런 절실함이 향기가 나는 배우로 만들어요. 공부도 많이 해야 하구요.
저는 지금도 국어사전 가지고 다녀요. 그리고 대본에는 장단음 표시도 단어마다 다 해놔요. 그리고 연기하다가 모르겠으면 지금도 임혁 선생님께 가서 물어봐요.
선생님은 그러시죠. "다른 젊은 것들은 하나도 나한테 묻지 않는데, 어떻게 너처럼 연기 잘하는 애가 나한테 와서 물어보냐."
저도 모르는 게 있고, 그러면 선배님한테 물어야죠.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P.324>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그 어떤 사람이 들려주는 충고보다 더 귀에 쏙쏙 박혀 놀랐던 인터뷰.
젊은 배우보다는 연배있는 배우들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오고, 신인배우 보다는 중견배우의 글이 눈에 쏙쏙 들어왔는데
개인적인 일에서든 직업적인 부분에서든 연륜이 느껴지는 건 어쩔수가 없었던 것 같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배워 자신을 성장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라 그 어느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보니 책에 울긋불긋 단풍꽃이 들더라.
나도 가족에게, 지인에게 부끄럽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작지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
그러기위해서는 내 스스로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아니게 보여야 하면서도 그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남이 될 수 없는 오로지 내가 전부인 것이 배우의 삶.
예전에 누군가 이런말을 했음 잘난척 한다고, 너나 잘하라고 중얼거렸을텐데
이런저런 깨달음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니 나이도 그냥 먹는게 아닌가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