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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까지 줄곧 낮이 주역이고 밤은 낮이 자고 있는 동안에만 낮의 눈을 훔치듯이 찾아오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닌 게 아닐까.
주역은 밤이고 캄캄한 것이 진짜고, 낮의 빛이 오히려 밤을 꺼려하면서 어쩌다 우연히 우리를 비춰 주고 있는 게 아닐까. <p.336>
마음을 녹일 것처럼
친구와의 급한 약속으로 동생 이토코'를 데릴러 갈 수 없었던 가요코는 '라 시나'에 일하는 신야군에게 가을 작품전 때문에 학교 작업실에 남아있는 이토코를 데릴러 가줄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밤새 연락없는 두 사람. 결국 아침이 가까워와서야 주택가에서 꽤 떨어진 러브호텔에서 나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되는데 ~
밤새 두 사람을 걱정했던 사람들은 신야게게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마사의 분노 또한 멈출줄 모른다. 이토코와 신야 두 사람은 학교를 떠나 집으로 향하는 도중 일방통행길에서 여자아이가 아파트를 나와 노상주차한 차 방향으로 가더니 자동차 트렁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 놀라 오토바이를 세우고 자동차로 다가가 트렁크를 열었더니 여자아이가 누웠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하는게 아닌가. 자신을 아빠~라 부르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 후부터 기억이 뚝 끊겼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호텔이었다는 그 얘길 누가 믿겠는가.
거짓말 하는게 아니라는 증거를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이토코와 신야. 두 사람의 변호인이 되어 사건을 해결해보겠다 말한 가요코는 그날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알아낼 수 있을까 ?
손바닥 숲 아래
마사가 산책하는 개이고 가요코가 시간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기 때문에 말려든 사건으로 매일 아침 산책을 나서는 마사와 가요코는 그곳에서 가요코와 비슷한 연배의 후지미씨를 알게 된 어느날 그들은 손바닥 숲 한복판에 사람 하나가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화려한 줄무늬 상의에 회색바지. 길에 납작 엎드려 차렷 자세로 두 손을 옆구리에 붙이고 있는 이 남자의 후두부에는 검붉고 끈적끈적한 뭔가가 잔뜩 묻어있고, 손목을 잡고 맥박을 확인해보니 뛰지 않는것이 아닌가. 신고하려고 뛰어가는 가요코와 후지미를 뒤로하고 시체 곁을 지키던 마사는 쓰러진 남자가 갑자기 일어나 도망치는 광경을 발견하고 땅바닥에 쓰러뜨리려고 자세를 잡으려는 찰나에 세게 얻어맞고 기절하게 된다.
그 후 밀고 전화를 통해 손바닥 숲에서 사라진 남자의 시체는 물론 그 사람의 이름과 전후 사정을 알게 된 가요코는 이 사건 뒤에 뭔가 알 수 없는 더 큰 사건이 숨겨져있는 듯한 느낌을 숨길수가 없는데 ~
백기사는 노래한다
눈내리는 저녁, 탐정 사무실에 한 여자가 방문한다. 그녀는 하트풀 커피 본사 사장을 살해하고 현금 1200만엔을 들고 사라진 사건을 아냐며 돈이 궁한 사람의 지극히 충동적인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에 사채빚에 쪼들리고 있는 남동생 '우노 도시히코'가 그랬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토해내며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이유가 무엇인지, 도시히코가 왜 그렇게 돈에 쪼들리게 됐는지 알고 싶다 말하고 가요코는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그곳에서 사건이 의심스러워 조사를 하고 있던 됴코 일보의 사회부 기자 오쿠무라 다카시씨를 알게 되고 그와 힘을 합쳐 사건을 파헤치다 믿기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
마사, 집을 지키다
이런저런 이유로 3박 4일동안 대만 여행을 가게 된 하스미 탐정사무소 식구들. 열렬한 애견가 고바야카와 준코라는 아가씨가 마사를 돌봐주기로 한다. 준코와 함께 산책도 하며 나름 상쾌한 시간을 보낸 마사는 새벽녘 누군가가 사무소 문 앞에 뭔가를 놓고 가는 소리를 듣게 된다. 나가보니 고랭지 양배추라고 인쇄된 박스안에 든 것은 토끼 다섯마리.
초등학교 사육 토끼 살해 사건과 스이조 공원 살인 사건을 다룬 이야기로 그 어떤 이야기보다 마사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마사의 변명
의뢰인은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 다른 탐정사무소 같으면 제대로 상대해주지도 않을 것이라 말하는 사건이란 무엇인고하니 밤중에 그녀가 일을 하고 있으면 바깥 통로로 누군가가 쯔카케(발가락 부분이 나뉘어 있는 슬리퍼)를 신고 걸어온다는 것이 아닌가. 매일 밤 새벽 2시가 지나면 들려온다는 그 소리.
당장 잠복에 들어가는 가요코와 마사는 이상한 소리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
미야베 미유키의 너무 기대되는 작품 '하루살이'를 읽기 전 가볍게 한권 시작해봐야지 싶어서 집어 든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
명탐견 마사의 눈으로 본 인간 사회의 천태만상에 관한 다섯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집안 식구 전체가 섬세한 감성을 바탕으로 사건에 접근하는 가족적 탐정 하스미 탐정사무소와 최고의 경찰견이었던 저먼셰퍼드 '마사'가 등장하기 때문에 퍼펙트 블루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더 반갑지 않을까 싶은 ~
돈을 위해서라면 어린 딸아이를 이용해먹는 일도 마다않는 부모, 자기것이 아닌 것을 욕심내고 집착해 거짓과 폭력을 일삼는 인간들의 모습은 언제나 추할 뿐이다.
사건 하나하나가 결코 유쾌하진 않지만 주인공이 탐정견 마사이다보니 조금은 가볍게 지켜볼 수 있었는데 마사이기에 더 아프게 보여지는 이야기도 있더라.
개인적으로 [마사, 집을 지키다]편에서 주인에게서 학대를 받는 개 <하라쇼>의 이야기는 정말 맘아팠던 것 같다.
다른 삶을 모르는 하라쇼. 하라쇼에게 주인이란 모두 그런 인간들인 줄로만 알고 떠났을 텐데 내가 다 미안해 고개가 절로 숙여지더라는 ~
철공소 아저씨 같은 인간은 앞으로도 자꾸 늘어날테지.
학대하다 죽어버리면 돈을 주고 다시 사면 된다 생각하는 사람들. 저런 괴물은 태어나는걸까, 길러지는걸까 . . .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나의 귀가를 기다려 준다는 사실을 지금처럼 소중히 여긴 적이 없었다는 마사의 말에 가슴이 뭉클.
그런 기분은 마사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듯.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를 읽으며 나 또한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구입할땐 몰랐는데 미야베 미유키의 명탐견 마사의 사건일지, 이시모치 아시미의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가 레드문클럽(살림의 독특한 미스터리 스릴러 시리즈) 작품이더라.
프리즌 트릭은 읽었으니 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 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도 빨리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