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곱하기.십 - 내 인생의 발칙한 3일 프로젝트
장현웅 외 지음 / 소모(SOMO)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3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 무얼 하고 싶은가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이렇게 한 권의 책이 됐다고 한다.

다들 어떤 삼일을 꾸려나갈까 궁금했는데 누군가는 동물원을 찾고, 누군가는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짐을 꾸려 한옥연구소를 찾고, 누군가는 지키지 못한 약속을 지키러 떠나더라. 꽃을 만들어 도자기를 굽고, 요리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세 여자의 작업실로 향하기도 하고, 할머니를 손맛을 기억하며 주방에서 3일을 보내기도 하고, 누군가는 자신만의 소중한 일상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구입한 물건을 팔기도 하고, 누군가는 음악을 벗삼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3일을 보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이들이 모두 등장하는 짧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어느것하나 버릴것이 없더라는 ~

장현웅,장희엽님의 사소한 발견도 읽었고, 정현주님의 스타카토 라디오도 읽은터라 더 낯설지 않은 느낌이랄까.

 

이 책은 에라토님이 스크랩한 이벤트를 따라갔다 책이 너무 예뻐서 신청한 것이 덜컥 당첨된 것이다. 거짓말같은 일상, 이벤트 가득한 날들.

그들에게 3일의 시간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

뜬금없는 소리같지만 갠적으로 '다큐멘터리 3일' 이라는 프로그램을 참 좋아한다. '특정한 공간'을 '7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동안 세밀하게 관찰해, 그곳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자연스럽고 따스하게 표현한 것이 참 좋던데 이 책이 그와 비슷해서 아주 맘에 들더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일. 그동안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그것을 통해 그 사람을 좀 더 깊게 알게 된다고나 할까.


직업도 성격도 다양한 사람들의 다정한 이야기. 

어쩜 이야기 하나하나가 동떨어지지 않고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던지 (부부는 닮는다던데, 친구는 달는다는데 ~ 이들도 그렇게 서로를 닮아간게 아닐까)

내 일기장의 이야기를 그대로 배껴놓은 듯한, 우리 언니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더라.

진실된 이야기는 이렇게 오래도록 큰 감동을 주나보다~ >.<

무엇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ㅣ조은희님 편이 참 좋았는데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살을 더해 영화로 만들어도 멋질 것 같더라는.

 

"난 보통의 여자를 만날 거야."

상상도 못해봤던 이별의 말이었다.

"보통의 여자?"

"난 네가 무서워. 나와 다른 세상에 속한 사람이야."

"그 말은, 네가 속한 세상이 보통 세상이라는 거야? 네가 속한 세상의 여자가 보통의 여자라는 거고? 그냥 사랑이 끝났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거야?

"네가 좋기는 해. 하지만 좋아하는 거랑 자신이 있는 것은 다른 문제인 거야. 난 그냥 보통 사람이야. 보통 사람으로 살고 싶고 보통의 여자를 만나고 싶어."

"그래. 그렇게 해. 하지만 정말 궁금하구나. 정말 보통의 사람이라는 게 있는 거니?" <p.303>

 

 

책을 읽는내내 나에게 3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참 많은 생각을 했는데 대략적인 느낌은 꽃을 들고서 도자기를 굽고, 요리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그녀들의 작업실로 향한 정주희님의 이야기와 비슷할 것 같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친구들 대부분이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데 3명의 친구를 뽑아 맛난 과자나 빵을 직접 만들고 찾아가 친구들이 꾸린 든든한 울타리를 둘러보고 싶다.

결혼을 핑계로, 임신을 핑계로, 출산을 핑계로, 아이의 등하교를 핑계로 친구들을 못만난지 꽤 된 것 같은데 언제나처럼 시간날때 한번 보자가 아닌 직접 얼굴을 보면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하면서 어떤 미래를 계획하며 지내는지, 노처녀와 유부녀의 차이?랄까 여전히 솔로인 나와 가정을 이룬 그녀들의 차이에 대해 몸으로 직접 느껴보고 싶다.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짧은 담소를 뒤로하고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펜션 주변으로 꽤 너른 산책로가 있어 햇살을 따라 걷기에 참 좋았습니다.

온갖 야생초와 갖가지 꽃과 나무들로 가득차 있었고 연못과 작은 폭포도 있더군요. 걷다가 나무 의자에 앉아 생각조차 내려놓은 채 멍하니 쉬기도 했어요.

꼭 어딘가에 가야 하고, 꼭 무언가를 봐야 하고, 또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따위도 무장해제하고 마냥 시간과 하릴없이 놀아도 좋을 것 같았죠.

책에 비유하자면 페이지가 없는 책이 되고 싶었어요. 하룻밤 더 묵고 싶다는 충동을 눌러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지경이었습니다. <p.143>

 

회사가 아니면 하루의 대부분을 혼자 보내는 공간이 집이라 그런지 주말에 집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답답해 며칠전부터 주말에 무얼 하며 지낼지 깨알같은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 이번주는 꼭 어딘가에 가야하고, 꼭 무언가를 봐야 하고, 또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끌리는대로 해봐야겠다.

언제나 날 위한 계획이긴 했지만 나를 채근하는 시간이기도 했는데 이번주는 하루정도 날 위해 마음 가는대로 즐기는 시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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