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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은 내 이름 1
엘사 오소리오 지음, 박선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미리암. 명성과 돈이 아닌 품고 사랑할 수 있는 아이를 원할 뿐인 마음이 지친 창녀.
릴리아나. 자신이 낳은 소중한 아이를 지키고 싶을 뿐인 부잣집 딸이자 순진한 대학생.
마리아나. 부유하게 자라 부잣집 남자를 만나 평탄한 결혼 끝에 아이를 곧 낳을 여자.
에두아르도. 소중한 딸, 루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더욱 진실을 밝히고 싶은 아버지.
두파우. 딸을 지키기 위해 살인과 납치, 권력을 사용하는 것조차 꺼리지 않는 아버지.
카를로스. 과거를 묻고 살려고 노력했으나 20년 만에 과거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음을 알게 된 남자.
위드블로그에서 당첨되 읽게 된 엘사 오소리오의 빛은 내이름 1.2
때마침 납치범의 아이를 낳게 된 여성과 그런 환경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의 심리를 아이의 솔직하고 단순한 눈으로 그린 엠마 도노휴의 룸[ROOM]을 읽고난터라 부모와 자식에 관련된 이야기에 자꾸만 눈이 갔었는데 잘됐다 싶더라.
조금 전까지 내 아버지, 어머니였던 사람이 진짜 부모가 아니라면? 나라고 믿고 살았던 내가 진정한 내가 아니라면?
요 글귀에 현혹되 읽게 됐는데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이 기쁘다. 아니 오히려 2010년에 이 책을 만나게 되서 참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다.
독재에 저항하다 정치범으로 수감된 릴리아나는 임신중이다. 갖은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되야함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건드리는 사람 없이 잘 먹으며 특별 보호를 받게 되자 무슨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하기만 하는데 . . .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으로 아이를 원했던 미리암. 짐승이라 불리운 피티오피상사의 도움으로 아이를 품에 안게 될 찰나에 운명의 장난으로 다른 사람에게 뺏기게 된다. 피티오피 상사가 절대복종해야 할 사람의 딸이 사내아이를 낳다 아이가 사산하고 산모는 더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되면서 릴리아나의 아이 루스는 이 사실도 모르고 어머니를 살해한 군부 인사의 손녀로 자라게 된다. 성장하면서 자신의 뿌리에 의문을 품는 루스. 하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가 실종자의 아들인 라미로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로 인해 객관적인 입장에서의 할아버지 정체에 대해 알게 되 큰 충격에 빠지게 되고, 자신 역시 실종자들의 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하는데 . . .
"어떻게 불러야 할까? 루스? 릴리? 널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어."
"루스라고 부르세요. 제 이름은 언제나 루스였어요. 전 제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모두 다 나쁘기만 했던 건 아니에요. '빛'이라는 뜻을 지닌 제 이름 루스가 그 예죠.
저에게 닥칠지도 모를 감정적인 위험은 감안하지 않은 채, 어둠에 가려져 있던 이 이야기를 빛으로 끌어내는 데 집착했어요. 진실을 알아내려고 찾고 또 찾았지요." <p. 20>
하나의 사건, 한 명의 아이, 각자의 소망이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기 시작한다. 1부 1976년, 2부 1983년, 3부 1995~1998년에 걸친 긴 이야기.
인간애와 잔혹한 현실,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유머와 무자비한 판결을 잘 조합한 국제 엠네스티 문학상 수상작 빛은 내 이름!!
아르헨티나 소설가의 책인데 15개 언어 23개 국가에서 출간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군부독재의 참상과 인권 추구를 형상화하여 엠네스티 문학상을 수상했으나,
정작 아르헨티나에서는 출간조차 하지 못하고 스페인에서 첫판이 나왔다니 아이러니하다.
당신은 진심으로 진실을 알고자 했는가? <p.276>
먼나라의 이야기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강한데 우리 역시 군사독재시절을 거쳤기 때문이 아닐까.
나라와 주인공들 이름만 바꾸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이야기라고해도 믿을 수 있을만큼 너무나도 닮은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드라마에서 흔하게 봐왔음직한 잔인한 장면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선한 자와 악한 자로 나뉘어 펼쳐지는 온갖 고문들, 감방 벽을 흐르는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가 들리는 듯 싶어 책을 덮기를 몇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진실을 알고자하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그대로 느껴져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했던 책이 이렇게 큰 감동을 안겨주다니 ~~
슬퍼서 한번, 안타까워서 한번이었던게 기뻐서 한번, 책이 끝나가는게 아쉬워서 한번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겪게되다니 . . .
이 책을 읽는다면 분명 나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진실을 알고자 노력한 사람.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한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지치고 힘든 일이 있어도 빛은 내 이름(아르헨티나 독재 기간 중 출생과 동시에 강제입양당한 한 여성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읽으며 막바지 힘을 내길 바란다.
분명 이 책 주인공의 삶보다 더 어려운 일은 아닐테니 ㅎ
진정한 자신을 찾는데 있어 한치의 주저함도 없었던 루스. 새삼스레 프리츠 오르트만의 곰스크로 가는 기차의 내용이 떠오른다.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은 곰스크로 가는 걸 포기했고 여기 이 작은 마을에 눌러앉아 부인과 아이와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을 얻었어요.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지요.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 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 모든 순간마다 당신은 당신의 운명을 선택한 것이지요."
루스도 그러했겠지 싶어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