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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p.59>
<곰스크로 가는 기차>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가 기차를 타고 여행길에 오른다. 목적지는 곰스크. 남자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들어온 꿈의 장소로 평생에 꼭 한 번 가야할 운명적인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행 중 우연히 내리게 된 작은 마을에 정착하면서 이곳을 떠나지 않으려는 아내와의 갈등 끝에 결국 곰스크로 가는 꿈을 접고 마는 주인공. 의미없는 삶은 아니었다 하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남몰래 곰스크로 갈 때를 대비해 항상 돈을 저축해놓는 그의 이야기.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한 운명, 이루고 싶었으나 이루지 못한 꿈. 이것이 이 소설에 담긴 강렬한 역설이자 이 소설의 매력이다.
첨엔 그냥 그랬던 내용이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은은한 향을 내뿜고 생각이 꼬리를 잇게 만든다.
<배는 북서쪽으로>
여행가이드인 나는 사람들을 배에 태우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중이다. 근데 아무도 이 배의 목적지가 어딘지 모른다. 가이드인 나조차 생각나질 않으니 큰일이다.
배에탄 모든 사랆들이 목적지가 다른, 비정상적인 사건. 승무원은 우리는 어디로든 가면 된다 하고, 선장은 정해진 항로가 있고 그걸 따를 뿐이라는 말만 한다.
그들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
<철학자와 일곱 곡의 모차르트 변주곡>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를 달고 다니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철학자와 뭐든지 몸으로 부딪혀 가며 깨달음을 얻는 화가의 이야기.
<붉은 부표 저편에>
추억거리들을 보관해놓은 서랍속에는 어린시절의 사진첩과 예전에 쓴 일기장, 시 습작노트 등이 들어있는데 그곳엔 뜯지 않은 편지 한통이 있다.
우체국 소인이 찍혀 있는 그 편지는 무려 20년 전, 내가 17살 무렵에 직접 쓴 것. 누렇게 변한 겉봉을 바라보며 한번 뜯어볼까 말까 고민하는데 항상 묘한 부끄러움이 생겨 편지를 뜯지 않은채 다시 캄캄한 서랍에 집어 넣는다. 그러면서 그 편지를 쓰게 된 배경,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 . .
<두 시절의 만남 >
엄청난 계약을 성사시키고 막 도시를 빠져나오는 길 푸른 목도리를 펄럭이며 베낭을 메고 한 손에 양귀비 꽃다발을 든 젊은이와 만나게 되는 나.
그를 보면서 30년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젊은이 역시 멋진 메르체데스를 탄 부유하고 안정된 그의 모습을 보면서 미래 자신의 모습을 꿈꾸는데 . . .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보여지는 나와 내가 되고 싶은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양귀비>
야콥슨 씨네 농장에서 축구를 하다 눈부신 빛을 내뿜는 굉장히 크고 아름다운 양귀비를 발견하고 꽃을 매우 좋아하는 어머니께 드리기로한 페터.
하지만 그때에도 기능공 시험에 합격해 3년만에 집으로 돌아간 그때에도 전쟁중 병사로 프랑스로 건너가 전쟁포로가 되어 풀려난 그때에도 결혼해 귀여운 아이들이 생기고 어머니의 새신을 챙겨야 하는 그때에도 어머니께 드리지 못한 그 꽃은 결국 검은 양복을 입고 고향을 내려가야만 했던 그 때 비로소 관 위에 놓이게 된다.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는 지금,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찌릿~
<그가 돌아왔다>
북부 연안 프리슬란트 사람들. 일부는 육지에 일부는 큰 섬에 일부는 암룸(독일 북해 지역의 섬) 사는데 암룸에는 인케와 아네 슈티네미 세 자매가 산다.
미국에 건너가 부자가 된 셰트가 한 달 후에 떠나는데 혼자 잘 게 아니라 마을에서 누군가, 그러니까 프리슬란트 여자랑 결혼하러 왔다는 소문이 퍼지고 세 자매는 그런 녀석한테 마음을 줘선 안된다며 그를 흉보기 바쁘다. 그러면서도 서로 자신을 데려가길 원하는데. . . 마을 사람들도 세 자매중 누가 선택될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는데 ~
셰트가 선택한 여자는 ?
<럼주차>
프리슬란트 사람들은 차를 즐겨 마시며 럼주도 또한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은 차에 럼주를 곁들인 럼주차다.
키가 큰 보이 엡센은 우터줌에 사는 동생이 미국에서 소포를 하나 받았는데 거기에 담배, 커피, 차가 들었단 소리를 듣고서 모래톱 풀덤불 길을 건너 동생집으로 향한다.
차는 있지만 럼주가 없다는 소리에 밀물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인 보이 엡센. 그곳에서 그는 바닷길이 사라져 바다 한가운데에 갇히고 만다.
마침 집에 있던 아내는 잠에서 깨어 남편이 없는 것을 보고 동생네에서 자고 올 거라며 맘을 가라앉혀보지만 웬만해선 한밤중에 깨지 않는데 일어난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데 . . . 보이 엡센은 차를 들고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곰스크로 가는 기차. 이 책을 첨만났을 땐 제목 때문에 여행서적인 줄 알았다. 곰스크는 어느 나라지? 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
막상 내가 만나본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삽화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진다는) 같은 내용인데 나만 몰랐을 뿐 생각외로 굉장히 유명한 책이더라는~
1992년 독문과 송요섭 교수의 중급독문강독시간. 교생실습으로 수업을 들을 수 없었던 그분(안광복씨)께서 과제로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번역하게 된 것. 쉽고 아름다운 문장, 가슴을 아리게 하는 감미로움으로 교생 실습이 끝나 학교에 돌아왔음에도 당시 좋아하던 여학생의 생일선물로 주고 싶다는 맘에 번역하게 되었다는 후일담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로맨틱 한 것 같다. 그 번역본이 대학가를 떠돌고 누군가 PC통신에 번역글을 옮기면서 곰스크로 가는 기차의 최초 소개자로 세상에 알려지다니~
MBC 베스트 극장에 방영되 화제가 되기도 했고, 황경신님의 책 초콜릿 우체국 안에도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글이다 싶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초콜릿 우체국을 통해 먼저 만났으니 그럴수밖에 ㅎㅎ
(사실 읽은 지 좀 된터라 그랬었나?? 싶은 맘에 초콜릿 우체국을 꺼내 곰스크로 가는 기차편을 다시 읽었더랬다~>.<)
한 사람에게 한 권의 책이 이렇게 운명처럼 다가올 수가 있을까 !!!
붉은 부표 저편에, 그가 돌아왔다, 럼주차는 프리슬란트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실제 작가는 독일 북부 해안가인 프리슬란트 지방에서 태어났다고.
곰스크로 가는 기차만 읽어도 다 읽은 것이나 다름없지만 나는 철학자와 일곱 곡의 모차르트 변주곡, 양귀비의 내용도 참 좋더라.
무겁고 어려운 내용이 아닌 가볍지만 따뜻한 철학같은 이야기. 곰스크로 가는 기차가 내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할까 . . .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목표 자체가 아니다.
인생을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삶의 순간순간이다. <p.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