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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첫 번째 걷기 여행 -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김연미 지음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걷기는 소통이고, 쉼이다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그녀의 첫 번째 걷기여행'은 김연미씨가 직접 걸어본 길을 소개한 책이다.
봄-여유를 찾다, 여름- 환희를 꿈꾸다, 가을- 추억을 떠올리다, 겨울- 지루함을 깨우다라는 네가지 테마 아래 주말을 이용해 한두시간씩 걷기 좋은 곳을 소개하는데 아등바등 사는 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라던가 하는 일마다 어긋나 마음이 조급해질 때, 소원해진 친구와의 틈을 좁히고 싶을때 등등 장소별 테마가 정해져있어 글쓴이의 기분상태를 쉽게 알 수 있어 그것이 여과지없이 나를 통과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좋은 사진과 함께한 그녀의 끝없는 이야기만으로도 벅찬데 코스 소개에 앞서 추천하는달, 난이도, 길동무, 책, 음악, 준비물등이 꼼꼼하게 체크되어 있어 이 책을 읽는동안은 내 자신이 그녀의 길동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책을 읽는 즐거움이 컸던 것 같다.
어쩜 이렇게 자상할 수가 있을까 ~ 하며 감탄도 잠시 여행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다시 한번 가는방법, 걷기 코스, 알아두면 좋을 팁은 물론 주변의 맛집이나 멋집을 함께 소개해주고 1박2일 코스까지 짜준다. 이 정도면 거의 전문가 수준 !!
정보와 감성이 어우러진, 진정한 여행 길라잡이라는 멘트가 손색없다는 ~
이렇게 많은 길이 있는데 내가 가본길은 매화향이 그윽한 섬진강 매화길, 강원 강릉 대관령 등길밖에 없는 듯 ㅠ-ㅠ
1박2일에 나왔던 대전 중구 근대문화 골목길도 소개되 있어 반갑고 또 반가운데 이럴때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넓고 구석구석 가볼만한 곳이 많은지 실감하게 된다.
되도록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지역을 위주로 코스를 정하다보니 걷는건 힘들고 재미없다는 사람들에게 여행의 즐거움은 물론 걷기 후의 나른함이 주는 휴식과 함께 자연의 편안함을 소개하기에 손색이 없어 누구든 단번에 걷기 매니아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걷기를 좋아하지만 그것은 출퇴근길이라던가 운동삼아 걷는 것 외엔 별다를 것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 걷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변했다.
그러면서 10~11월에 한참 빠졌던 소래산, 늠내길을 따라 걸었던 그때의 내가 생각나 빨리 날씨가 좋아졌으면 하고 바라게 됐다는 ~
춥다고 집안에 웅크리고만 있기엔 너무 아쉬운 데 주말 한낮에 다시 한번 걷기를 시도해볼까나 ~
혼자, 친구, 시작하는 연인들, 친구같은 엄마는 물론 걷기 힘든 사람들과 (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길(강원 횡성 숲체험 편안한 등산로)에 대한 소개도 있으니 두루두루 어울리기 좋은 그런 소개가 아닐런지 ~
갠적으로 난 소원해진 친구와의 틈을 좁히고 싶을 때 걸으면 좋을 <강원 동강 뻥대 벼랑마루 등산로>가 탐나더라. 백운산 정상에서 칠족령으로 넘어가는 여섯 개 봉우리가 가장 험한 코스인데 그런만큼 아름다운 비경을 보여주고 서로를 배려하기 때문에 뻥대 벼랑마루의 큰 매력이라 말하는 그 길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으며 맘을 터놓고 싶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뒷사람은 앞사람을 의지하며 따르고 앞사람은 뒷사람을 위해 끊임없이 뒤돌아보게 만드는 길. 친구 사이에 틈이 생겼을 때 단둘이 걸으면 상대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배겨할 수 있는 그 길이 너무나 탐나는구나 !!!
또 하나 정겨운 코스는 고층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답답할 때 찾으면 좋을 <경남 함양 개평마을 고샅> 인데 여기는 얼마전 내가 다녀온 천안 외암리민속마을을 다녀왔을때의 그 기분과 비슷한 것 같아 유심히 읽어내려갔다. 고택을 구경하는 재미와 함께 돌담이 둘러져 있어 운치가 있고 여러가지 볼거리가 있어서 느릿느릿한 한옥마을 산책자가 되어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란 설명이 어찌나 딱 들어맞던지 ~
<500년전부터 부락이 형성되어 충청 고유격식인 반가의 고택과 초가돌담, 정원등등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어 고샅을 걷는 즐거움이 큰 외암리 민속마을>
영덕 블루로드 소개글 중 영덕의 이색 숙소에 나온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조망 할 수 있는 <해맞이 캡슐 하우스>에 대한 정보도 좋았고, 그리운 사람이나 기억을 지우고 싶을 때 찾으면 좋을 <전북 정읍 내장산 자연관찰로>를 소개하는 글에 함께 하면 좋을 책에 문학세계사의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에 대한 책소개도 좋더라.
아들에게 버림받은 며느리를 위해 시아버지가 들려주는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내 흥미를 끌던데 조만간 구입해 읽어야지 ~ >.<
누군가에게 향하는 미움을 누그러트리고 싶을 때 걸으면 좋을 <경기 양평 설매재 고랭지 초원길> 이곳은 차가 아니면 힘들겠다 싶었는데 남한강 산책로는 용산역에서 양평행/용문행을 타면 직행으로 간다고하니 꼭한번 가봐야지 !!
이런식으로 이 책은 사진이 맘에 드는가하면 글이 혼을 빼놓고, 책과 음악에 대한 소개에 빠질때쯤 여행지에 관한 정보가 내 시선을 붙잡는다.
한마디로 읽어보지 않으면 그 매력을 절대 알 수 없는 책이라는 사실~
앞이라 생각했던 삶이 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나를 외롭게 하고 다른 길을 곁눈질하게 만들 때, 명치에 주먹만 한 돌덩어리가 얹혀 있는 듯 가슴이 답답해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삶을 살아내는 게 힘겨울 때 떠나자!!
에스키모인들은 마음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오랜 시간 걷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장엄한 자연 풍광을 보고 걸으면 성난 감정이 몸에서 스스로 물러나는데 화가 풀린 지점에 지팡이를 꽂아두어 분노의 강도를 보여준다고. 천천히 마음의 치유를 불러오는 걷기. 생각이 많아지는 연말, 한 해를 정리하기 위해 걷기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가. 이 책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