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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내 인생
최갑수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언제나 쓸쓸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언제나 위로니까.
나무[수:]의 책은 다 탐난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을 비롯 머리를 비우고 마음을 다독이는 그녀의 첫 번째 걷기여행, 서울 비밀의 방, 여행의 목적, 소박한 한 그릇, 사소한 발견 등등
표지도 예쁘고, 제목도 근사하고 여행, 가정요리등 장르도 다양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의 최갑수님 신간 /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누구나 통과하는 시간, 서른과 마흔 사이라는 글귀에 반해 너무나도 읽고 팠는데 운좋게 인터파크 북피니언에 당첨되 읽게 되서 넘 행복하다 +_+
연말에 당첨운이 좀 있는 것 같다는 ~
당신은 당신 생에서 간절하게 돌아가고 싶은 하루를 가지고 있는지.
만약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이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이라는 제목때문에 나무수의 또 다른 책 잘 지내나요, 청춘을 잇는 시리즈라도 되는걸까 ? 궁금증과 함께 나는 내 인생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지 궁금해지더라.
나는 속좁은 사람인데 이해심 많은 척 했고, 울면서도 웃는척, 괜찮지 않았는데 괜찮은 척 했던 모든 것에 부작용이 생겨 고생 했었던 것 같다.
힘들고 또 힘들어서, 못견디게 아파서, 내 정신이 아니었는데도 이렇게 잘 먹고 잘 자면서 잘 지내고 있는데 나를 버티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이 책은 콕 찝어 얘기해줄 것만 같았다. 그래줘야만 할 것 같았다.
여전히 어려운 인간관계, 언제고 떠나고 싶은 곳들에 대한 로망 그리고 내 자신이 누구나 통과하는 시간, 서른과 마흔사이이기 때문에
지치고 반복되는 날들, 일상 / 눈부시게 빛나던 날들, 사랑 / 이해와 오해의 날들, 타인 / 위로가 필요한 날들, 여행 /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다섯가지 파트 중 갠적으로 이해와 오해의 날들, 타인과 위로가 필요한 날들, 여행, 그리고 잘 지내나요, 내 인생 파트가 참으로 와닿았던 !!!!
특히나 76번 서른과 마흔 사이는 이 책을 단단하게 서있게 만든, 우리 몸으로 치자면 척추같은 그런 존재라고나 할까
이 글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만났다는 것에 감사해진다.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일상을 뒤엎는 전폭적인 모험을 감행하기에도,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도 이른 어정쩡한 나이.
파격이 아니라 품격이, 파행이 아니라 고행이 필요한 나이. 혼자 남겨지는 건 아직도 두려운 나이라는 글귀에 나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구나 싶은 맘과 함께 이 상태로도 괜찮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소녀였을때 삼십대는 어른이었기에 뭐든지 다 알고, 스스로 알아서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삼십대가 되어 보니 여전히 감당하기 벅찬 것들로 가득하긴 십대나 이십대나 삼십대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 당황스러우니 큰일.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구나 ㅠ-ㅠ
'파이팅' 같은 건 하지 말자.
그런 거 안 했어도 우린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잖아.
최선을 다하지도 말자.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매일매일 죽을힘을 다해 달리려니까 다리에 쥐난다.
지치려고 그런다.
조금은 적당히
조금은 대충대충
좀 걸어보는 건 어떨까.
걸으면서 주위도 돌아보고 그러자.
첫번째 지치고 반복되는 날들, 일상 中에서
시간은, 추억은, 세월은 분명 연속적인 것이 아닌 것 같아. 우리는 시간의, 세월의 부분을 건너뛰며 살고 있지.
우리는 선 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점 위에 우두커니 서 있어. 그리고 어느 순간 다른 점으로 훌쩍 건너가지.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듯.
그랬던 것 같아. 되돌아보니 모든것이 그랬어.
에필로그 마지막에 '이 책을 읽고 당신이 여행을 향한 의지가 생기면 좋겠다. 여행이, 삶이 돌아가는 건 의무라는 걸 알게 되면 좋겠다. 잘못된 방황은 없다는 걸, 결국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걸, 생은 언젠가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줄 거라는 걸 알게 되면 좋겠다'라고 적혀있는데 이 책을 읽고 떠나고 싶은 맘이 안생길 사람이 있을까 ?
찬바람 맞아가며 꽃구경을 했던 섬진강 강줄기가 훤해 내려다보이는 광양 청매실 농원,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의 바람의언덕, 소쇄원과 메타세콰이어길, 통영과 경주, 내소사와 부석사, 부산 문현동 벽화마을, 홍제동 개미마을, 대학로 이화마을 등등등
사진으로 만난 내가 가본 곳, 어딘지 아는곳과 모르는 곳 모두 내년에는 한번씩 다녀와야지. 부지런히 움직여야지
떠나고 보고 듣고 느끼면서 2011년 이맘때에는 지금보다 한뼘 더 성장한 나와 마주하고 싶다.
그러고보니 2011년엔 김지수, 유지태, 엄지원 주연 <가을로>에 나왔던 그곳들을 차례로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여행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아, 이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네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것들이 놓치기 싫어 그토록 손에 꽉 쥐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손에 쥔 모래알처럼 별 것 아니었다는 것.
아마도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