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가 있어준다면
게일 포먼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살다보면 때로는 내가 선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내 선택이 나를 만들기도 하지.
무슨 말인지 알겠니?" <p.208>
모든게 눈 때문이다. 쌓인 눈이라고 해봤자 1인치도 안 되지만 오리건의 이 지역에서는 눈이 조금이라도 쌓여 카운티에 하나뿐인 제설차가 도로를 치우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움직임을 멈춘다. 라디오에서 휴교 소식을 듣자마자 한때 펑크족이었던 중학교 영어 교사인 아버지와 딸 미아, 아들 테디는 신나하고, 덩달아 시내 여행사에서 일하는 엄마도 쉬기로 결정한다. 예상치 않은 행운을 활용해 다같이 드라이브를 가기로 결정한 가족. 하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갖고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첼로스트 미아는 드라이브 중 온 가족이 탄 차가 트럭에 받히는 사고로 부모님과 동생을 잃고 그녀의 영혼은 혼수상태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데 . . .
07:09a.m.~ 7:16 a.m.
튜브 투성이, 생명없는 몸뚱이가 되어버린 미아. 생사를 넘나드는 그 긴박한 시간, 영혼이 되어 슬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과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죽음이 임박해지면 자신의 일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하는데 그런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 스물셋, 결혼한지 일년만에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미아가 태어났을때 아버지가 눈물을 흘렸던 일, 또다른 아이를 원해지만 잘 안되 포기한 시점에서 미아가 9살이 됐을때 남동생 테디를 임신한 일 하며, 한때 펑크족이었던 아버지가 면허를 따고 교사가 된 부모님의 이야기, 미아가 첼로를 하게 된 이야기, 킹카와 범생이의 연애담 등등 어느것 하나 빼놓을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이 세상에 남을 것인가 살 것인가를 선택해야 할 시점. 그 모든것을 자신의 선택이 달렸다는 사실에 두려워하며 누군가 대신 결단을 내려줬으면 하는 미아는 남동생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사라지고 싶어한다. 그런 그녀에게 친구 킴은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남자친구 애덤 역시 남아준다면 원하는 건 뭐든 하겠다는 말을 전한다.
다들 네가 남아주길 바라지만 떠나고 싶다고 해도 괜찮다고. 네가 꼭 우릴 떠나야 한다면 그것도 이해한다 말하는 할아버지의 말씀은 그동안 꾹꾹 눌러가며 참았던 내 눈물샘을 자극. 오밤중에 얼마나 울었는지 머리가 다 지끈거리는 것 같다.
가족의 의미, 사랑의 힘. 그 저리도록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에 절로 눈물이 나던데 사람은 살면서 추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추억으로 살아간다는 말이 맞는 듯.
우리 삶이 짧고 예측불가능 하다는 것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해선 안된다는 것을 일깨워준 책.
12월 한해를 마무리해야하는 시점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준 책이 아니었나 싶어 감사한 마음 한가득 -
온갖 불행에서 우리를 진정 위로해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것들을 소중히 대하는 맘을 갖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