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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작은 거짓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스토리는 딱 한 번 뿐이라서 아름다운 거예요. 우리 인생처럼." <p.99>
서른 살 테디 베어 작가인 루리코. 학창 시절에 취미 삼아 시작했다가 점점 빠져들어 1년간 영국에서 공부했고 귀국한 후에 각종 축하 카드 표지나 광고 사진용으로 만든 베어를 대여해 주면서 조금씩 평판이 나기 시작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십대때부터 늘 일찍 결혼하는 것이 꿈이었던 스물여덟 자동차보험 계약 처리 담당 사원인 사토시. 안정을 찾고 싶어 스물다섯에 결혼한 그는 결혼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결혼 3년 차 부부인 그들. 사토시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아내 루리코는 자신의 일과를 하나하나 보고하고, 사토시 역시 루리코에게는 무엇이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시시콜콜한 일들을 전하지만, 둘은 전혀 대화를 나눈다고 느끼지 못한다. 사토시와 둘이 꼭 붙어 지낼 수 없다면 솔라닌으로 동반 자살 하겠다고 다짐해온 루리코. 그러던 어느 날, 루리코는 여자 친구를 위해 자신이 만든 베어 '나나'를 찾아다니는 남자 하루오를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사토시 역시 대학 스키부 동문회에서 만난 후배 시호와 사적인 만남을 지속하게 된다. 어떻게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늘어나는 두 사람의 비밀과 거짓말.
과연 이들의 결혼 생활은 평온하게 유지될 수 있을까?
"You Know what I miss? I miss the idea of him." (내가 뭘 그리워하는지 알아? 그저 누군가와 함께 있었단 느낌이야.) <p.98>
달콤한 작은 거짓말은 <빨간 장화>에 이은 결혼에 관한 연작 장편소설로 에쿠니 가오리가 결혼과 거짓말, 사랑과 진실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밀과 거짓말로 유지되는 루리코와 사토시 부부의 결혼 생활을 담은 이번 작품은, 다른 모든 연애와 다를 바 없이 '사랑'에서 출발한 관계가 '결혼'이라는 종착역에서 '굶주림'이란 단어로 표현되기까지의, 아는 것 같지만 알고 싶지 않은 현실의 쓸쓸함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도 사토시에게 굶주려 기아 상태인 그녀. 방에 틀어박혀 문을 잠그고서 게임을 하는 신랑이라면 나 역시 그러리라 ㅠ-ㅠ
그런 그들이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상황이 이해는 가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세상 모든 커플, 세상 모든 부부, 세상 모든 남자와 여자가 모든 이런 사람들일 것만 같은 착각에 빠져 이런게 함께하나는 거라면 결혼같은거 안하고 말리라 다짐하게 된달까 ~
꽤나 긴 연애라는 터널을 거치가는 와중에도 나 역시 상대방을 다 안다는 생각을 못하는만큼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그렇게 현실세계와 동떨어진다 싶은 생각은 없지만 세상에는 참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구나 하고 넘어가기엔 . . . 무섭고 쓸쓸하다.
간단한 일이었다. 집 안과 밖을 구분하면 되는 거다.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비밀이 조금은 있어야 일이 두루두루 잘 굴러간다. <p.134>
시호를 만나면서 아내 루리코와 사이가 원할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사토시. 바람(?)피는 남자들의 변명 아닌 변명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것 같아 씁쓸하다.
새언니랑 오빠를 보고 있으면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아야' 그녀의 맘이 십분 이해가 된다는 ~ 나 역시 그러하니.
에쿠니 가오리 이야기를 읽다보면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겠다.
참 . .
동반자살하려면 솔라닌(감자싹의 독)이 딱이라는 루리코의 말에 아야는 시골 근처에 좀 더 좋은 게 있다며 '바꽃'을 가르쳐준다.
놋젓가락나물이랑 비슷해서 들통 나더라도 핑계 대기 수월하다는 바꽃.
바꽃으로 나물과 튀김, 영양밥을 만들면 어떤 맛이 날까 생각하는 루리코의 모습을 뭐라 표현하기 힘들었는데 ~
어제 읽은 아유카와 데쓰야의 '리라장 사건'에 바꽃의 독을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는 ~
전혀 다른 분야의 두 이야기가 묘하게 비슷한 면을 갖고 있어 다시 한번 놀랐던 . . 책읽기의 마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