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치코 서점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총각,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다 보면 기묘한 이야기 하나 둘 쯤이야 있기 마련이지.
별로 신경 쓸 일은 아니네. 얼마 있다 보면 익숙해질테니까. <p.187 빛나는 고양이 中에서>
슈카와 미나토의 사치코 서점은 도쿄 변두리에 있는 오래된 아카시아 상점가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겪는 기묘한 이야기들로 구성되 있다.
저세상과 통하는 문이 있다는 '가쿠지사'라는 절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다른곳에서 느낄 수 없는 신기한 일도 '그럴수 있지 뭐~ 고개 끄덕여 진다고 해야할까 -
수국이 필 무렵, 여름날의 낙서, 사랑의 책갈피, 여자의 마음, 빛나는 고양이, 따오기의 징조, 마른잎 천사등 7개의 단편이 담겨 있는데 모두 돌아올 수 없는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조금은 쓸쓸하면서도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다.
꽃밥, 새빨간 사랑, 수은충, 도시전설 세피아등 그의 작품을 많이 읽어봤지만 이 책은 '꽃밥'을 읽고 났을때의 기분과 많이 비슷하다.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존재들로부터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아련하고 안타까운 느낌이~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젊음이란 정말로 깨지기 쉬운 것이야.
자네한테는 그런 기억이 없나 ?
지금까지 믿었던 것이 갑자기 불확실해지거나,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이 급작스럽게 무서워지기도 하고, 자신이 당치도 않을 만큼 쓰레기 같은 존재로 느껴지거나, 하찮은 일에도 망설이고 고민하는, 멋지게 표현하자면 '청춘의 미로' 같은 것 말이야.
어떤 인간이라도 한 번쯤은 지나가는 통고의례 같은 것이지. <p. 208 따오기의 징조 中에서>
수국이 필 무렵은 소설가를 지망했던 젊은 청년 '고지' 들려주는 이야기로 희락정이라는 라면가게 주인이 죽은 사건과 얽히면서 살해당한 아버지가 젊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아내와 딸을 지켜준다는 이야기고, 여름날의 낙서는 심한 소아천식을 앓았던 나 '게이스케'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형과의 소중하면서도 안타까운 추억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랑의 책갈피는 사와야라는 주류상점의 딸 '구니코'가 겪은 이야기로 헌책방에 꽂혀있는 랭보의 책에 끼워져 있던 책갈피를 통해 몰래 좋아하는 남학생과 편지를 주고받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여자의 마음은 가스미소의 하츠에가 겪은 이야기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모녀의 불행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 빛나는 고양이는 만화가가 되고픈 가난하고 고독한 젊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고양이 치타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오기의 징조는 <아카시아 비가 그칠때>라는 노래만 틀어주는 레코드 가게 '유성당'의 주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생명이 사라지기 전 본인에게만 보이는 전조 증상에 대한 신비한 이야기, 마른잎 천사는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치코 서점'의 주인 가와가미에 대한 이야기로 책 중간중간 묵직하게 담아주고 있었던 사연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각각의 단편이 시간의 순서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흘러 폐점한 것으로 나오는 사치코 서점과 괴팍해 보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가와가미 노인이 다시 떡하니 나오기도 하니까. 각각의 이야기가 뜻밖의 곳에서 다시금 이어지는 재미도 쏠쏠하고, 수국이 필 무렵 - 시클라멘의 가호리, 여름날의 낙서 - 사랑과 죽음을 바라보며, 사랑의 책갈피 -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여자의 마음 - 그럼 어때, 행복하다면, 빛나는 고양이 - 게이코의 꿈은 밤에 열리다, 따오기의 징조 - 아카시아 비가 그칠때, 마른잎 천사 - 마음의 여행등 각각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노래들이 이야기와 묘하게 어울리는 것이 라디오 사연을 듣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듯.
"재미있네요. 이 세상일이란 것이.
매일매일 누군가가 떠나고, 또 매일매일 누군가가 찾아오는군요.
시대도 바뀌고, 유행하는 노래도 바뀌고.
하지만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예나 지금이나 다 비슷합니다" <p.273 마른잎 천사 中에서>
매일 누군가 떠나고, 매일 누군가가 찾아온다지만 '그 사람'이 아니면 안되는 사람도 있다. 더 많이 사랑한 자가 약자라고 했던가 -
그런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라 마음 한구석이 저릿저릿 아파오는 듯. 섬뜩하지만 따뜻한 여운이 남는 기이한 이야기라는 띠지의 글귀가 딱 맞구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