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이야 (반양장)
전아리 지음, 안태영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자넨 요령이 너무 없어. 그래 갖고는 사회생활 하기 힘들어.
허구한 날 손해만 보고 이용만 당한다고. 솔직히 자네 덜떨어졌다는 소리 많이 듣잖아. 안 그래?"

 

이렇다 할 꿈도 야망도 없는 스물아홉 살 계약직 회사원 정운은 키가 훤칠하고 미소가 온화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눈길을 줄 법한 외모의 작은 판촉물 회사의 대표 '동주'랑 사귀고 있다. 진심으로 그를 만나보자고 결심한 것이 두달전.  할 얘기가 있다길래 정식으로 교제한지 고작 두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프로포즈?? 하며 은근 설레발치는 그녀가 귀엽기까지 했는데 딸도 있고, 집사람도 있다 말하는 그.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싶다면서 꺼낸말이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이라니 이렇게 황당할 수가 ;;;

 그런 정운은 우연히 거래처의 PR 행사 장소인 여의도 공원에서 스태프로부터 받은 사인 CD에 적힌 시리얼 넘버의 기가막힌 행운탓에 이벤트에 당첨되어 인기 아이돌 그룹 '시리우스'의 포옹을 받고 그날 이후 시리우스의 열성적인 팬이 되어 처음으로 무언가에 온 마음을 바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그녀가 들려주는 일과 사랑이야기 !!

 

"기획안도 적당히 고칠 생각 말고,  싹 버리고 다시 시작해 봐. 빈자리를 만들어야 새로 들일 자리도 있는거지."

"네?"

"변화라는 게 그렇잖아. 기존의 자기를 깨부수고, 당당하게 상처받고, 남은 파편들을 치우고.

그 자리에 새로운 걸 세우는 거 아니겠어?" <p.177>

 

이 책을 읽고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본 적이 있었던가 - 싶어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더라.

좋아하는 연앤은 있지만 가수로서, 배우로서 브라운관에 비쳐지는 모습이 좋을뿐이지 그 외 모습은 그닥. 누군가를 이렇게 광(?)적으로 좋아해본 사람은 없는 듯.

그래서 난 심장이 차갑고 냉정한 사람이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ㅎㅎ

 

문학소녀로 소문난 그녀의 글답게 술술술 잘 읽힌다. 좀 유치하기도 하고 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가볍게 기분전환삼아 읽기 딱 좋은 ~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은 없지 않냐 할만큼 어리진 않지만 책을 읽는 동안은 내가 시리우스를 좋아하고, 형민과 우연에게 사랑받는 정운이 되었던 것같다.

누군가를 좋아한 기억만큼 행복한 것도 없기에 그때의 나를 생각하며 배시시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던 듯 ~

 

여름은 정오의 낮잠 같은 계절이다. 끝없이 계속될 것 같지만 어느 틈엔가 깨어나 어리둥절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는. <p.292>

 

여름의 뜨거운 열기속 '청춘'에서 벗어나 살랑살랑 바람부는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듯한 내 인생.

질풍노도의 시기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작은 일에도 상처받고 힘들어한다.

하지만 오늘 보다 내일,내일보다 모레 조끔씩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열심히 배우는 중이니 나에게 청춘은 언제나 ing.

 


아직 그대 가슴에 사랑이 꽃피지 않았다면 그대 가슴이 너무 척박하거나 아직 누구에게도 사랑의 씨앗을 파종하기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대는 인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분명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대여. 
한평생을 지독한 가난과 핍박 속에서 아름다운 시를 쓰다가 천수를 다하고 하늘로 돌아간 시인.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겠다던 시인처럼, 그대도 천수를 다할 때까지 천지만물을 눈물겹게 사랑하고 그대 자신을 눈물겹게 사랑하라.

그대는 지금 그 모습만으로도 멋있다.

                                                                             이외수, 청춘불패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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