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
아케노 데루하 지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나를 동경하는 편이 좋아. 내 신봉자가 되면 일하기가 쉽거든.

그렇지만 동경하기만 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확실한 노력을 해야 하는 법. <p.32>

 

모두가 동경하는 아소 도코는 서른세살로 인재를 파견하는 <ETS>의 젊은 여사장이다.

갸름한 달걀형 얼굴, 정갈하게 정돈된 서글서글한 이목구비, 짙은 갈색의 길고 곧은 머리, 우아한 핑크를 베이스로 한 부드러운 화장으로 자신을 잘 포장해내는 데 일가견이 있는데 '완벽한 인생'을 손에 넣기 위해 일도 연애도 철저히 계산하는 여자다. 그런 그녀에게는 그녀를 숭배하며 노예처럼 봉사하는 여동생 히사에가 있는데 사랑에 배신당하고 다니던 고요 제약을 퇴사하고 직장을 가질 자신이 없이 집에 틀어 박혀 지낸지 거의 2년반. 그런 그녀에게 도코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반짝반짝 빛나면서 자신의 재능으로 다른 사람보다 많은 돈을 버는 능력있는 사람임이 분명하고 그런 그녀를 동경하는 건 자연스러운일일 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집에 있음으로 인해 생기는 편리함은 물론 정신적으로 불편한 동생 핑계를 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구실이 좋아 필요한 존재라 생각하며 히사에를 이용하는 도코를 보면 얼마나 영악한 성격인지 알 수 있다.

아무리 시간이 변해도 행세 하는 것은 역시 돈이라며 시간과 돈이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남자를 보는 조건도 일단은 무조건 돈, 그리고 그게 아니라면 확실한 재능을 꼽을 정도다. 남자에게 봉사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착취당하기보다는 착취하는 쪽의 인간이고 싶어한다. 남자란 항상 무언가를 주는 존재여햐만 하니 그녀 자신에게 연애, 결혼 등등이 인생에 있어 별로 중요한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고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진짜 모습을 보여주며 애정을 드러내는 도코를 보고 또다시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히사에. 그렇게 조금씩 두 사람의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하면서 경악할 만한 진실이 드러나는데 그들의 진짜 모습은 ??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시대.

겉치레를 위해, 체면을 위해, 좋은 기분을 맛보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사람들.


아름다운 외모와 당당함으로 무장한 도코와 어딘가 모르게 음울한 기운이 느껴지면서 애처로운 맘이 들게 만드는 히사에.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여성의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흥미진진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이게 뭔가 싶은게 마냥 아쉽기만 하더라.

그들 사이에 공존하는 불안, 질투, 이기심과 같은 다양한 심리와 광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끝내는 것이 아닌가 싶은 -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도코가 히사에를 용서하고 그런 소심한(?) 복수를 할 것이 아니라 더 크나큰 복수를 했어야 했던게 아닐까.

가령 자신이 도용했던 아소 도코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쓰고 있는 히사에에게 일은 물론 사건의 모든 책임을 뒤짚어씌운다는가 하는 그런 . . .

뭔가 충격적인 반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한 나로서는 마냥 씁쓸하기만 했던 결말이었던 것 같다.

'기다려. 도코씨. 이번에는 내 차례야.' 하며 끝나지 않은 싸움을 예고하는 장면에서조차 그 후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니 ;;

 

"좋은 꿈도 있어요. 때로는 악몽도 꾸죠. 하지만 꿈에서 깬 후가 현실이에요. 그게 진짜고 승부죠.

그 다음은 그 사람에게 달린 거예요. 앞으로는 개개인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시대"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해도 보기에 아름답고 센스있고, 새련된 말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높겠죠. 누구나 그것을 알고 있기에 자기 관리에 신경쓰는게 아닐까요? 부조리한 세상을 탓하지 말고 그런 나부터 바꾸려고 노력하는 건 어떨까요 ?

히사에씨, 도코씨에게 복수하겠다는 등의 어설픈 생각 마시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보는건 어때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