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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나는 시간의 힘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p.117>
공장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바뀌기 시작하는 마을. 기숙사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공장 사장을 어머니라 불리우며 이모들과 지내는 그들에겐 아버지라 불리는 남자가 없다. 아버지의 존재가 없어도 아무 불편함이 없던 평화롭던 그곳에 폐타이어를 연료로 사용하면서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마을 사람들과 등을 지게 된데다 경기 불황이 겹치던 그 때 어머니를 비롯한 스물네명의 삼촌, 이모들이 집단자살을 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들의 왕국은 허물어지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만다.
정신없이 바쁜해, 정신없이 바쁜 점심식사 준비 시간에 식당에서 태어난 아이. 예정일보다 삼주나 늦게 태어난 아이.
종양이 시신경을 눌러 앞을 볼 수 없게된 내가 들려주는 그날의 이야기와 그 사건을 계기로 흩어졌던 신신양회의 아이들이 다시 만나 어머니와 이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신신양회를 재건하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를, 엄마를, 엄마와 이모들을 조정한 것은 누구였을까 -
우리 사회를 경악케했던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인지라 호기심을 갖고 읽기 시작했는데 두서없는 이야기에 살짝 정신이 없어 줄거리를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사건 자체가 워낙 특이하다보니 생각이 날 듯 말듯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오대양사건을 다시금 검색해 볼 정도였는데 오대양 대표이자 교주인 그녀는 1984년에 공예품 제조업체인 오대양(주)를 설립하고, 종말론을 내세우며 사이비 교주로 행세하다 자신을 따르던 신도와 자녀들을 집단 시설에 수용하고, 신도들로부터 17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사채를 빌린 뒤 원금을 갚지 않았으며 이 돈을 받으러 간 신도의 가족을 집단 폭행하고 3명을 살해한 후 잠적한다. 그리곤 범행과 조직의 전모가 공개될 것을 우려해 집단 자살극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는데 집단 자살극인지, 교살에 의한 질식사인지 여전히 진실은 까마득하기만 하다.
이런 사건의 느낌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하성란의 A(에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 중 유일한 생존자이지만 앞을 못 보는 '나'의 기억을 통해, 그리고 신신양회 사건의 진실을 조사하던 신문기자 최영주의 추적을 통해 사건의 베일이 점차 벗겨지고 진실과 마주할때의 충격이란 ~
평화롭고 소박한 삶. 어머니의 성을 따르고 집안의 모든 재산은 딸이 물려받고, 여자들은 남자들을 만나고 사랑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으며, 결혼이 없기에 이혼도 없고 상처도 없는 그런 욕심없는 삶을 살아가는 중국 오지에 있다는 여인국 모쒀족 여자들처럼 살아보고자 하지만 아이를 낳아 함께 기르며 사는 여자들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회적 편견과 소박한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욕망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만다.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
물질적 풍요를 향한 끝이 보이지 않는 탐욕과의 전쟁에 우리 자신도 그 중심에 서있지 않나 . . .
사람들은 잊지 않아야 될 것은 쉽게 망각하지만 망각해도 좋을 것들은 두고두고 기억했다 <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