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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흩날리는 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중요한 건 이상하다고 느끼는 감성과 왜인가를 생각할 줄 아는 상상력이야 " <P.243>
얼굴에 흩날리는 비는 반년 전까지 아버지가 지내셨던 집에 살면서 무기력한 생활을 하며 지내는 미로 앞에 르포라이터인 친구 요코가 1억엔 이라는 거금을 들고 사라지면서 나루세는 물론 그의 상급 관리인에게까지 의심, 일주일내로 요코와 돈을 찾아오라는 협박을 받게 된다. 재발신 버튼을 통해 그녀에게 전화한 흔적이 있는 것은 물론 미로를 찾아온 요코를 봤다는 목격자까지 나타나는 불리한 상황에서 나루세와 미로는 그녀와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이번 일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요코를 찾아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다. SM관련 논픽션만 쓰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녹픽션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에 욕심을 냈을 만큼 야심이 가득했던 그녀가 극비리에 준비중이던 베를린이나 네오나치와 관련되지 않았을까 싶어 이것저것을 살피던 중 그녀의 집에 도착한 우편물에서 가와조에 가쓰라로부터 '잘 살펴보면 궁금하게 여기던 문제가 풀리지 않을까 한다'며 공연에 와달란 문구가 적힌 편지를 발견하고 탐미소설을 쓰기도 하면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가와조에 가쓰라 선생의 퍼포먼스를 보러 가게 되는데 . . . 그녀는 1엑엔을 들고 사라진 요코의 행방은 물론 자신의 무죄을 증명할 수 있을까 ?
기리노 나쓰오의 책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소설이 그로데스크와 아웃이다. 한없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어두움에 책을 읽고 나면 우울증에 빠질 듯한 쓸쓸한 기운이 엄청난 후폭풍이되어 몰아치는데 요 근래에 읽은 다마 모에나 부드러운 볼 등등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 작가의 책을 읽을때면 언제고 깊은 나락으로 떨어질 맘의 준비를 하게 되는 것 같다.
작년 이맘때 재밌게 읽었던 다크(DARK)는 미로 시리즈의 마지막이다보니 재밌게 읽으면 읽을수록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궁금증이 커져갈 수밖에 없었는데 비채를 통해 이렇게 미로 시리즈의 첫번째라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나 다크에서 절대 알 수 없었던 궁금증을 해결 할 수 있어 얼마나 좋던지 ~
연인 나루세, 영감을 이용해 점을 치는 주느비에브 마쓰나가, 탐정이었던 아버지 무로나 젠조등의 반가운 인물들과 함께 그녀가 어떻게 아버지를 뒤이어 탐정일을 하게 되는지 등 여러 궁금증을 한꺼번에 해결해준 '얼굴에 흩날리는 비'
남편 히로오의 죽음을 자책하는 미로의 모습때문에 시종일관 차분하게 읽어 내려가면서도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을 만끽하게 해줬던 얼굴에 흩날리는 비 속에는 현대인들이 껴안고 있는 문제들이 산재해 있었던 것 같다.
상황이나 학력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다른이에게 보여지는 모습에만 급급했던 요코의 모습은 학벌이나 외모 지상주의, 물질 만능주의 등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 인 세상이라면 꽤나 참담할 듯 ~
내가 뭘 위해 살아가는지 정체성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거부감이 들면서도 묘하게 이해가 되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고독한 세계의 중심에 있는 그 기분을 만끽하길 !!
얼굴에 흩날리는 비를 비롯, AV여배우 실종 사건을 의뢰받은 미로의 이야기를 담은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아버지 무라노 젠조의 젊은 시절은 물론 미로의 탄생을 그리고 있는 '물의잠, 재의 꿈', 미로의 고교 시절로 남편 히로오와의 만남과 죽음을 그린 '로즈 가든' 등 미로 시리즈를 발표 순서에 따라 비채를 통해 모두 출간될 예정이라니 이리 반가울 수가 +_+ 다음작품이 너무나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