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버니 먼로의 죽음
닉 케이브 지음, 임정재 옮김 / 시아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아내와의 전화통화가 마냥 괴로워 하는 한 남자가 있다. 전화를 해선 무턱대고 고함만 지른다는 아버지에 대한 얘기며 얼굴에 붉은 칠을 하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악마의 뿔을 쓰고 검은 막대기를 흔들며 상반신을 벗고 공포에 떠는 쇼핑객들 틈을 누비고 다니는, 여자만 폭행하고 다니는 못된 놈에 대해 얘길 하며 무섭다 말하질 않나, 부두가 불에 타면서 무너지고 있다고 말하는 아내는 우울증 치료중이다. 흐느끼는 소리는 점점 커지다가 결국은 비참한 울음소리로 변하고 짐승의 울부짓는 소리를 닮은, 귀에 거슬리는 바이올린 고음 같아 마음이 불편한 그.
당신을 사랑한다, 내일 아침 일찍 들어가겠다라는 말로 달래보지만 아내는 거짓말만 늘어놓는다며 전화를 끊는다.
아내의 우울증을 걱정하면서도 못내 지겨워하는 한 남자의 안쓰러운 모습이 상상되려는 찰나 등장하는 낯선 여자!!
여자를 홀리게 하는 멋쟁이도 아니지만 웃을때 눈 언저리에 생기는 동정심을 유발하는 주름과 장난스럽게 휘어지는 눈썹과 볼에 생기는 조그만 보조개에 사족을 못 쓴다는 것을 알고 어떤 여자든 순식간에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다 자신하는 버니 먼로는 타고난 난봉꾼이 아닐런지~
그런 그에게 아내의 자살은 언제고 일어날 '사고'였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에 벌어질 모든 일들이 죄다 ~
"착하게 살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어"
아내의 자살 이후 시작되는 아버지와 아들의 4일간의 기이한 여행이란 타이틀을 읽고서 아내의 죽음 이후 상처받은 순박한 한 남자가 아들과 여행을 떠나는 로드 무비 형식의 글을 예상했었나보다. 착한 사람이 아내의 죽음 이후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어가는 그런 이야기일수도 있다 생각했는데 이건 뭐 나의 예상을 완전히 깨는 이야기;;;
작가가 외설적인 농담과 시니컬한 유머 속에 희미하게 빛나는 희망을 아프고 감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데 내 눈엔 오직 외설적인 농담만 들어와 눈살을 찌뿌리게 만들었으니 잘못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은건지도 모른다. 이 책 내용에 더 실망했던 건 마침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라는 책을 읽고난 직후라 그런지 현대사회에서의 가족과 천륜이 맺어준 부모 자식간의 인연이랄까, 교육 등등의 많은 생각으로 머리가 묵직했던 때라 버니 먼로의 모든 행동들이 아동학대로 다가왔던 ~
소설을 좋아하지만 근래들어 이 책만큼 어렵게 다가오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내용도 없었던 듯 ~
나중에 다시 읽게 된다면 띠지에 적힌 글처럼 '도발적이고 명쾌하며 강력하고 위험천만한, 믿을 수 없을 만큼 재밌으면서도 진정성까지 갖춘 소설'로 받아들일수 있을까나 ???
아는만큼 들리고,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 책만큼은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