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친 사내의 고백 모중석 스릴러 클럽 7
존 카첸바크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기억 속에서 고통은 종종 무뎌진다.

아기를 안은 산모는 출산의 고통을 잊고, 장군이 가슴에 훈장을 달아주고 군악대가 군가를 연주하면 군인은 더 이상 전상의 고통을 떠올리지 않는다.

나는 내가 본 것을 진실대로 말했을까? 작고 세부적인 것들을 제대로 살렸을까? 그 일이 정말로 내 기억하는 것과 똑같이 벌어졌을까? <p.53> 

 

시간이 많이 흐른 어느날, 지난 일들을 기억해내는 것이 영 신동치 않아 목소리의 도움을 받아 지난날들을 떠올려보는 한 사람이 있다.

몇몇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과 그들을 따라가지 않은 자신이 운 좋은 아이였단 사실을 잘 안다 말하는 그.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메아리처럼, 속닥거리는 애들의 말소리를 듣는 것처럼 항상 언제 어디서건 느껴지는 그것들. 불청객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했던 그것들.

여기 진짜 미쳤던 시절, 두명의 친구에 대해 얘기하는 한 남자가 있다.

 

이야기는 프랜시스라 불리우는 그에게 온 한통의 편지로 시작된다.

웨스턴 스테이트 병원 보전 위원회로부터 20년 쯤 이 기관이 영구 폐쇄되기 전에 퇴원한 마지막 환자들 중 한명임을 확인했다면서 병원 부지를 재개발하면서 그 일부를 기념관으로 바꾸는 계획이 추진중이라며 그 행사에 초청한다는 편지였다. 곧장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내다버리고픈 충동이 일지만 강한 호기심이 결국 참석하기로 한다. 그곳에서 만난 나폴레옹과 만나 얘길 나누는 부분에서 살인사건, 소방수, 여자 수사관등의 중요 키워드가 처음 등장한다.

바닷새라 불리우는 프랜시스 패트럴. 그가 들려주는 웨스턴 스테이브 병원에서 일어났던 그날의 이야기.

 

현실과 과거의 기억이 교차하며 진행되는 이야기. 과거의 기억에 지배당한 한 남자의 이야기에 혼이 쏘옥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채 모든것이 격리된 채 이상하게만 돌아가는 '정신병원'이라는 장소의 특성은 물론 남들은 듣지 못하는 말이 들리는 것 때문에 사고를 치고 그곳에서 치료받는 환자(?)신세인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인지라 읽는내내 낮게 드리워진 안개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무섭고 답답하면서도 호기심에 자꾸만 서성이게 된달까 ~ 이 무서운 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이 책을 다 읽고, 바닷새라 불리우는 프랜시스, 소방수라 불리우는 피터, 그리고 병원내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온 수사관 루시에게 벗어난 일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때이리라 ~

 

미치광이들은 이따금 세상을 정확하게 봅니다. 정상인들에게는 없는 정확성이죠. <p.391>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큰 깜둥이, 작은 깜둥이, 틀려 간호사, 풍요 간호사, 알약꿀꺽, 바닷새 등등의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인물들에 대한 유머러스한 표현도 좋았고, 요즘 한창 시끄러운 성추행, 성폭력에 관련된 얘기도 있는데 그것이 코놀리 신부와 수사관 루시에게 끼친 환경의 변화랄까 ~가해자와 피해자를 따로 나눠 얘기하지 않아도 금방 피부로 느껴지는 악이라니 !!! 어쩔땐 정말 악으로 악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분노에 치밀어 오르기도~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기억을 갖고 살아가야할 프랜시스. 그에게 괜찮다, 괜찮다 말해주고 싶다는 ~

그의 주위에 그를 돕고, 이해하고자하는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받아들여 혼자가 아니라 생각했음 좋겠고, 보는걸 다 기억해내는 재주를 살려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었음 좋겠다. 바닷새 힘내요 ~~

 

"세상이 늘 완벽하고 깨끗하고 근사하진 않아.

삶이란 그런 법이야. 누군가 상흔을 남겨도 우린 계속 살아가야지. 하지만 넌 자유로울 거야. 날 믿어 <p.638>

 

심리 스릴러의 교본이라 불리우는 이 책.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를 구분짓기가 힘들 정도로 사람에 대한 색다른 시선, 새로운 이해가 재밌게 다가왔던 책이었던 것 같다.

(바닷새와 잠자는 인형에서의 캐트린 댄스와의 만남을 그린 책이 나왔음 좋겠다. 그녀는 바닷새의 행동을 분석해낼 수 있으려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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