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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
마리오 리딩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노스트라다무스에 대한 책을 쓴 작가 애덤 사비르는 어느날 너무나도 우연찮게 무가지 신문에 실린 광고문을 읽게 된다.
돈 필요함. 팔 물건 있음. 노트르담의 사라진 시들임. 모두 쓰여 있음. 선착순으로 현찰 판매함. 진품
문외한이 쓴 글이라 웃어 넘기려 해보지만 어떻게 문외한이 노스트라다무스의 유실된 사행시에 알까 싶어 의아하기만 하다.
16세기 예언자가 일일이 번호를 매긴 천 편의 사행시. 그 예언 시를 통해 미래에 일어날 전 세계의 사건들을 거의 불가사의 할 정도로 정확하게 맞웠다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그 사행시들 중 58편이 숨겨진 채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누군가 그 시편들의 소재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영원히 일어버린 예언 시를 찾아냈다는 일화만으로도 신문사에 수천수만 달러의 수입을 벌어줄 테고 전 세계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장받을 것이다. 그 기가막힌 기회를 사비르가 놓칠리가 없지. 거래 현장에 나갔다 50분째 기다리기만 한 사비르 앞에 나타난 남자는 유리잔을 테이블에 내리쳐 깨뜨리더니 깨진 유리 조각에 손을 문지르고서 사비르의 손을 잡아 그 피를 묻은 손으로 움켜쥐는게 아닌가. 그러더니 사비르의 손을 깨진 유리위로 콱 내리누르고 피가 흐르는 그 손바닥으로 자기 이마를 후려치고선 사모아. 크리스.라는 두 마디를 꼭 기억하라 말한다.
삽시간에 집시 청년 '바벨'이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유력한 용의자로 쫓기는 신세가 된 사비르는 집시들의 야영지를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오델의 결정으로 욜라의 오라버니가 된다. 욜라는 어머니의 어머니들의 이야기. 500년전에 있었던 오빠의 호기심과 관련있을 법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오빠의 원수를 갚자 말하고 그렇게 사비르는 위험 인물을 피해 욜라, 알렉시와 함께 사라진 예언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데 . . .
인류의 미래를 예측한 노스트라다무스. 942개의 예언만 공개된 상태에서 영원히 봉인된 채 단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58개의 예언, 500년의 비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마리오 리딩의 예언을 읽으면서 직각삼각형 공식으로 널리 알려진 '피타고라스 정리'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이선영씨의 천년의 침묵이 저절로 생각나더라. 표지의 느낌도 살짝 비슷해서인지 이런류의 소설들로 시리즈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번쩍 +_+
픽션이고 논픽션이고 가릴것 없이 다 좋아하지만 이 책이 특별히 더 진실되게 다가왔던건 작가 '마리오 리딩'이 세계적인 노스트라다무스 연구가이자 저술가란 사실때문. 문학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사행시로 인류의 미래를 꿰뚫어본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 매혹되어 깊이 연구한 결과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전문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이 책 내용에 대한 호기심이 커질수 밖에 없었다.
욜라의 시선으로 보고 듣게 되는 집시들의 역사며 생활환경, 종교적 이야기들이 아바타를 보는 것도 같고, 아마존의 눈물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신기하면서 신비롭고 친근했으며 여전히 궁금한 것도 사실. 밀당(밀고 당기기)를 즐기는 커플 욜라와 알렉시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고, 집시 속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가브릴에 대한 연민. 조금씩 변해가는 사비르를 지켜보는 재미까지. 하나같이 살아 움직이는 캐릭들이 선사하는 즐거움에 푸욱 빠졌던 것 같다.
단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58개의 예언에 대한 작은 정보같은 것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결과적으로 노노노
하지만 그 비밀의 문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은 느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책 이었다.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로 놔둔 채 여러가지 방향으로 재해석해보는 재미가 있는 것도 괜찮을 듯 ~
그나저나 2012년 종말. 정말 오는걸까 ????
"역사의 비밀은 바닷가에 떠밀려온 화물들처럼 보란 듯이 흩어져 있네.
오로지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있는 사람들만이 잡동사니들 사이에서 진짜 비밀의 정수를 찾아낼 수 있어." <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