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게임
카린 알브테옌 지음, 임소연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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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끝없는  여행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예정된 목표 지점에 도달할 때 즈음이면 그곳이 또 다른 출발점이 되었다.

어떤 목표에 도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직 끝이 있을 뿐.

그리고 마침내 끝에 도달해 보면, 예전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가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았다. <p.125>

 

죽은지 사흘만에 가사 도우미에 의해 발견된 '예르다 페르손'

지방위원회의 주택관리사로 근무중인 '마리안네 폴케손'에 의해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그녀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장례식에서 예르다 페르손을 기리는 데 필요한 퍼즐 조각을 하나라도 더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녀. 모르는 사람의 알려지지 않는 삶으로 들어가 과거를 되살려 내는 그녀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이야기가 '그림자 게임'이다.

단지 그것을 파헤치는 과정에서의 시선이 '예르다 페르손'을 향하지 않고 그녀가 모셨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악셀 랑네르펠트'를 향했던 것이 운명의 장난이라면 장난이랄까. 한 가정부의 죽음으로 랑네르펠트 일가의 어두운 비밀이 밝혀질 줄 누가 알았을까나 ~

한 사람으로 시작해 가족 전체로 번져가는 바이러스같은 어두운 이야기.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대해 적나라하게 이야기한다.

메슬로우의 욕구5단계를 보면 1단계는 생리적 욕구, 2단계는 생활보존욕구, 안전욕구 3단계는 사회적, 애정적 수용욕구, 4단계는 존경 취득 욕구, 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로 나뉘는데 이것만으로도 그림자 게임의 내용을 살짝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네살 때 스칸센 놀이공원 계단에서 발견된 버려진 아이, 매달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일정치 않은 금액을 받게 된 '크리스토페르'와 유일한 상속자로 지정되었다는 예르다의 유언장, 안니카의 자살, 인간의 형상을 한 악마라 불리우는 토리뉘 벤베리의 관계, 집필실 아무도 보아서는 안될 것들로 채워진 벽장.

그것들이 향하는,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무도 궁금해진다.

전 세계 언어로 번역 출간된 책들 덕분에 쏟아져 들어오는 인세. 가족사업이 소규모 왕국으로 탈바꿈 되고, 자선사업의 각종 기금과 보조금을 지급할 뿐 아니라 많은 강의 요청을 받는 얀. 아버지의 명예에 편승해 살아가는 아들 '얀 에리크 랑네르페트'와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해 불행한 '알리세 랑네르페트'는 랑네르펠트가의 후광을 입는데 그치지 않고 가족의 진정한 일원이 되고자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런 그의 모습이 자식들에게 등을 돌리던 아버지와 때로는 화를 내고 때로는 터무니 없는 애정을 구걸하던 어머니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세대를 넘어 반복되는 삶, 반복되는 일상들.

악셀 랑네르펠트와 그의 아들 얀, 얀의 부인 루이세와 시어머니 알리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의 교차

그 순서가 살짝 어설픈 듯 흡입력을 방해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붙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도 사실.

허상을 유지하기 위해 저지른 그 모든 희생에 관한 이야기, 그 결말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인 것 같다.

 

 

"요즘에 사람들은 행복에 관해 자주 말합니다.

책도 나오고, 강연도 열리고, 어떤 사람은 실제로 돈으로  사려고도 합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하나의 권리가 되었고 우리는 행복을 찾으면 모든 문제의 해답을 찾게 될 거라고 확신하며 행복을 좇습니다.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실패와 동일시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행복이 무엇입니까?

깨어 있는 매순간, 날마다, 1년 내내 행복할 수가 있나요? 그것이 진정 진력할 가치가 있는 일인가요?

고통을 경험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행복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가끔 저는 오늘날 우리가 행복을 찾기 어려운 이유가 고통을 너무나 두려워하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어둠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어둠이란 우리가 가끔 경험하여, 결국 빛과 별을 구분하게 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그토록 부지런히 좇는 행복이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슬픔 없는 인생은 베이스 없는 교향곡입니다. 항상 행복하다고 진실로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저는 그런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이와 달리, 만족한다고 말하는 사람,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은 만나 보았습니다.

국립백과사전에서 행복이란 단어를 찾아보았더니, 합당한 목표나 소망을 얻거나 성취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걸 읽으면서, 아마 우리가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은 게 아닌지,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것은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아닌지 싶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우리는 행복으로 이르는 길이, 순간의 환희와 감각적 황홀경이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필요한 것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려고 하는 용기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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