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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미나토 가나에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미나토 가나에의 시크릿 청춘 소설 '소녀'
고백, 속죄에 이어 세번째로 읽게 되는 그녀의 책이다.
예약판매 소식을 듣고 판매 시작되면 사 읽어야지 했는데 구매예약을 해준 지인의 센스로 재빨리 읽어보게 됐다.
"사람이 죽는 순간을 보고 싶어!"
죽음을 직접 보길 갈망하는 두 소녀의 잊을 수 없는 여름방학을 담고 있는 '소녀'는 아쓰코와 유키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서로 이웃에 살고, 검도교실을 다니면서부터 친해진 두 소녀 아쓰코와 유키.
초등학교 5학년 왼손을 다친 다음부터 변한 유키와 중학교 3학년 여름, 현 대회 결승에서 발목을 접질러 검도도 그만두고 체육 특기생으로 입학이 결정 된 명문 사립 고등학교로의 진학도 포기한 '아쓰코'
서로가 서로를 유일한 친구라 생각하지만 은근 견제가 심한 두 소녀는 유키가 작성한 '요루의 외줄타기'란 글로 인해 오해가 생겨 서먹서먹한 상태.
둘 사이에 아쓰코가 그토록 다니고팠던 명문 사립 레메이칸 고등학교에서 이 곳 사쿠라노미야 여고에 전학온 '사오리'가 끼게 되고 그녀를 입을 통해 듣게된 그녀의 전학 사유는 친구의 자살이란 얘길 듣게 된다. 그녀들이 친구들을 통해 듣게 되는 죽음의 순간들.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호기심은 커져만 가는데 . .
강해지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죽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을거라 생각하며 각각 다른 장소에서 죽음의 순간을 기다리는 두 소녀.
'죽는다'는 건 뭘까? 남들한테 아무리 미움을 받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쯤 나도 안다.
하지만 '죽음'이란 말은 내게 남을 상처줄 때 사용하는 '단어'로서의 이미지만 강하지, 구체적으로는 어떤 건지 실감이 안 나 사실 어떤 식으로 나은 건지 모르겠다.
그걸 알면 나는 좀 달라질까.<p.41>
여름방학.
몸이 허약한 노인들만 있을테니 잘하면 시체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체육시간 보충으로 시내 노인요양센터인 '실버 캐슬'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 '아쓰코'
'고바토회'라는 모임에서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과 노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 모집 글을 보고서 이거다 싶어 지원하게 된 '유키'
자살보다는 좀 더 삶을 열망하는 인간의 죽음을 지켜보고 싶지만, 엄마나 아빠같은 주변 사람의 죽음으로 앞으로의 생활이 큰일나면 안된다는 생각에 자원봉사로 일하다 친해지면 가까운 사람이고, 죽은 후 내 생활이 곤란해질 일도 없단 이유로 지원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토록 죽음의 순간과 대면하길 원한다면서도 위기의 순간 떡이 목에 걸린 할머니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죽음을 코앞에 둔 소년의 소원을 들어주느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살짝 미소짓기도 했던 나지만 금방 이야기속 복선과 반전에 머리가 띵- 해진다.
초중반엔 은근 지루해서 이 작가의 글빨(?)도 다 됐나보다 아쉬웠는데 마지막으로 흘러갈수록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모습에 역시~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더라는!!
벼랑 끝에 몰린 자기 실상을 가장 보이고 싶지 않은 상대가 바로 같은 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란 걸,
그 중에서도 또래친구들이란 사실을 어른들은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P.8>
서른을 살짝 넘은 나도 벌써 고등학교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가물가물한데 작가는 여고생들의 심리를 정말 잘 표현해냈더라는 ~
그와 더불어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도 -
"음 . . .간단히 말해서 '죽음'은 '퇴장'이란 의미라는 걸 깨달았다고나 할까?
좀 뭔가 착각하는 인간들이 자주 게임 오버라든가 리셋이란 단어를 쓰는데 그게 아니야.
그건 자기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하는 바보들의 발상이지. 하긴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나도 그랬지만.
'죽음'이란 건 이 세상에서 당사자만 완전 퇴장하는 거야. 한 사람 빠진다고 이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재수없는 놈이 하나 퇴장해 봤자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다고. 당연히 내가 퇴장해도 나만 쏙 빠질뿐 세상은 끝나지 않아.
하염없이 계속되지. 설사 다시 태어난다 해도 흐름 속에 끼어드는 것밖엔 안 되고.
그렇다면 가능한한 이 자리에 오래도록 버텨서 자기를 포함한 세상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지켜보고 싶지 않냐?" <p.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