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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기억이 없어지면 인간이라는 존재란 이상하기 짝이 없다.
주위와의 관계가 소멸되면 그 사람의 인격도 소멸한다. 인간은 그가 속한 세계를 대표하거나 그 일부분이라고 느끼며 존재하고 있다.
내가 내 몸을 가리켜 '나'라 부르는 것도. <p.11>
공원 벤치 위에서 눈을 뜬 나.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하고 있었고, 오늘이 며칠이며 여기가 어디인지 도통 생각이 안난다.
조금 전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생활했을텐데 . . 기껏 차를 어디에 세웠는지 잊어버렸을 뿐인데 그걸 계기로 하나부터 전부 잊어버렸다 생각하곤 벤치에서 낮잠이나 자니까 틀려먹은거라며 자책하고 있는데 주오선의 고엔지 역을 지나면서 이상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서 와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그런 기억은 전부 잃어버렸는데 지금 바로, 앞으로 몇분 뒤에 일어날 미래의 일을 짐작할 수 있게 된 것.
모퉁이를 빠져나가면 젊은 아가씨가 한 남자와 서있을 것이고 그 아가씨는 남자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 남자의 손을 벗어난 아가씨가 내쪽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것 등등.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거짓말처럼 실제로 일어나고 만다.
그렇게 키 작고 긴 속눈썹과 하얀 피부의 그녀 '이시카와 료코'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다.
그녀의 도움을 받은 걸 계기로 그녀의 이사를 돕게 되고 단 하루 사이에 료코의 존재가 마음속 깊이 뿌리를 내리게 되 그녀에게 의지하게 되면서 이 여자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그. 그렇게 두 사람은 새 집에서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별자리에 대한 정보만으로 자신에 대해 뭔가를 알 수 없을까 싶어 찾은 점성학교실에서 미타라이를 만나 음악도 듣고 잡담도 나누는 등 평화로운 생활을 하게 되지만 보너스를 받기 위해 료코의 인감을 찾다 손수건 안에 들어 있던 자신의 운전면허증을 찾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되는데 . . .
점성술 살인사건, 용와정 살인사건, 마신유희, 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로 유명한 시마다 소지의 신간 '이방의 기사'
일본 추리소설 역사 상 가장 매력적인 명콤비 미타라이와 이시오카의 첫 만남이란 글귀가 인상깊다.
갠적으로 시마다 소지라는 작가를 2007년 10월 병원 침실에서 첨 만났다. 다리를 다쳐 한달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도서관을 들낙거리다 점성술 살인사건을 빌려 읽은게 스타트. 그 후로 그의 작품을 꾸준히 챙겨 읽었다는 !!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한남자의 사랑과 우정에 관한 얘기로 미스터리 소설보다는 로맨스 소설에 끼어넣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안타깝고 쓸쓸하다. 그 역시 이것은 내가 가진 단 하나의 슬픈 이야기라고 말할 정도니 . . .
이 세상에는 무수한 실이 서로 엉켜 있다.
사람은 아름다운 실과 더러운 실, 그것을 가려내 풀어가면서 평생에 걸쳐 한 필의 비단을 짜내야 한다. <p.453>
기억을 잃은 채로 료코와 살아가는 현재와 결코 잊을 수 없어 꼭 복수를 해야만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가능 할 것 같은 과거의 잔재, 그리고 무서운 음모.
평범한 인물들이 그려내는 결코 평범하지 않는 이야기들.
과거에서 뻗어 나온 몇 가닥이나 되는 조작의 실에 간단히 묶여 조정되고 끌려다니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려낸 작가의 글솜씨에 반하게 될 것이다.
첨 미스터리 소설을 접했을 땐 책 속 모든 기이한 사건들이 남 일 같고, 책속의 일인것만 같아 웃어 넘길 수 있었는데 요즘은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다가와 소름이 돗는다. 책 속 치카코의 일기를 통해 만나게 된 교통사고를 빙자한 사기사건도 그렇고, 보험 사건도 그렇고 . . 모두 내게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마냥 무섭기만 하다는~